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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 캔디 캔디] 들장미 소녀의 성장과 사랑 ※ 이 글은 1년 전 글쓰기 강좌를 들을 때 썼던 글이에요. 내 인생의 책에 관해 쓰는 숙제였는데 아무리 뒤를 돌아 보아도 [캔디 캔디]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답니다. 현대사 책이 몇 권 있긴 한데 글로 쓰려니 정리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하지만 지금 내 인생의 책을 골라 보라고 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 [희망의 밥상]을 꼽을 것 같습니다. 1년 뒤에는 또 달라지겠지만요. 1989년,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땐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였고, 홍콩영화 ‘영웅본색’의 장국영 때문에 꼴딱꼴딱 뒤로 넘어가는 여학생들이 줄을 잇던 무렵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의 앳된 티를 벗지 못했던 나와 성남이, 정미는 6번, 5번, 12번. 같은 반이었던 우리 .. 2010. 8. 3.
아이를 앞에 두고 하는 짧은 상념 똥강아지가 나를 부른다. 해맑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른다.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엄마, 엄마, 엄마”하며 연달아 불러 제친다. 대체, 이 아이는 누군데 왜 자꾸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일까? 내 뱃속에 아홉 달 이상 넣고 다녔으니 분명 내 아이가 맞긴 한데, 눈 아래 보조개에 입술이며 귀며 아빠랑 똑같은 걸 보니 내 남편의 아이도 맞긴 한데…… . 가끔 저 조그만 아이가 조그만 입으로 나를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길 때면 한 없이 행복하다가도 내가 정말 엄마인가 싶어 어색함을 느낀다. 그건 딸이 내 딸임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의아해서다. 내 말이 세상의 진리라 여기는 투명한 아이.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때론 끼치며 살아가는 게 세상의 이치겠지.. 2010. 7. 31.
엄마의 엽기 댄스에 뒤로 넘어간 딸내미 앞집에 있는 한국 가정이 이번 주말에 다른 주로 이사를 간답니다. 우리 똥강아지와 나이 또래가 비슷한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다가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큰 도움을 받았던 집이라 무척 가깝게 지냈어요. 저는 헤어지는 게 마냥 아쉽기만 한데, 그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이 모두 우리 집에 오는 바람에 똥강아지는 팔짝 뛰고 신이 났습니다. 봉봉이(오른쪽)와 숭숭이(왼쪽) 한 달 전 그 집에서 사슴 인형 하나를 주었어요. 털이 하얀 루돌프 인형인데 똥강아지는 ‘봉봉’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그리고 바로 어제 똑같은 인형이 한 마리 더 왔답니다. 집안 구석에 숨어 있는 한 마리를 찾았던 모양이에요. 우리 가족 한 자리에 둘러앉아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똥강아지가 ‘숭숭’이로 하잡니다. 그러자 아빠가.. 2010. 7. 29.
[조선공주실록] 화려함 뒤에 감춰진 질곡의 삶 조선 공주에 관한 책이라고? 역사학자 신명호 교수가 쓴 『조선공주실록』을 접하고서야 무릎을 쳤다. 그래, 조선시대에 공주도 있었겠구나! 역사 기록이 왕 중심이다 보니 사극 드라마에서도 왕권을 둘러싼 세력다툼과 권모술수 또는 왕비와 후궁 간 암투는 인기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 공주 야이기는 ‘포졸 1’ 정도의 엑스트라 신세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만큼 기록이 없고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공주와 옹주는 116명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제한된 사료를 바탕으로 어렵사리 공주 7명의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복원해냈다. 비록 ‘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성 어미가 종종 등장해 진실여부에 관한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자료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왕의 딸로 .. 2010. 7. 29.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비만을 부르는 비극 ※ 작년 10월에 썼던 글이다. 10개월 후 읽어 보니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고치고 싶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불끈'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그대로 옮겼다. 이것 또한 내 발자취가 되리라. 시사전문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계기는 비만한 미국인 전형이었던 햄버거 몸매(배와 허벅지 등 몸의 중심 부분이 과도하게 살찐 몸매)가 프랑스인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라고 한다. 미국에 와보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몸매다. [독소]는 비만을 비롯하여 암, 심장병, 당뇨, O157:H7 식중독 등 현대 유행 질병의 원인을 우리 밥상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것이 구조적으로 어떤 .. 2010. 7. 28.
망할 놈의 주부건망증, 나만의 대책은? 얼마 전 주부 건망증에 관한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친구와 휴대폰으로 통화 중에 휴대폰을 찾다가 전화를 끊고 마트까지 찾으러 갔다는 사연으로 시작했지요. 모르긴 몰라도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비단 주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단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남성보다 주부들은 해야 할 일의 가짓수가 많아 더 심하게 나타날 테지요. 오늘은 제 건망증을 말해볼까 하는데요, 저도 서른을 넘고 애 하나 낳다 보니 자꾸 깜빡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졌답니다. 외출을 할 때 가스 불을 켜두고 온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은 남들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고스란히 제 앞에 다가오더라고요. 무언가 찾으러 방에 들어갔다가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 2010. 7. 27.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의 역사 에세이 남들보다 한 발을 먼저 내딛는 자,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른다. 푸른 경치를 맛보며 편하게 걷는 산 속 오솔길도 옛날 누군가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만들었을 것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의 저자 하워드 진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 정치학자이면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미국 흑인운동의 선구자, 반전평화운동의 선구자. 그는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자세로 자신의 생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행동을 이끌고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를 오늘에서야 만난 게 부끄럽지만, 오늘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었다. 2010년 1월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에세이이지만 읽고 나면 미국 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그의 .. 2010. 7. 27.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에 담긴 소박한 일상 ‘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학 같다.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길게 늘이라면 또 모를까 하고 싶은 말을 단 몇 줄로 표현해야 하는 건 여간 고수가 아니고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읽는 데는 1분도채 안 걸릴 수 있지만 머릿속 이미지는 강렬하고 여운은 오래 가는 법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쳤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를 단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시를 모은 게 아니라 안도현이 마음에 새겼던 여러 시와 함께 짤막한 그의 감상평을 담았다. 평소 시를 즐긴다면 어떤 게 좋은 시인 줄 금세 알아차릴 텐데,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는 적절한 시집인 것 같다. 시인들의 시선이 사뭇 놀랍다. 내가 늘 봐오던 풍경조차 그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찌.. 2010. 7. 24.
[지하철을 타고서] 정겨운 지하철 안 풍경 지하철을 타고서 글: 고대영 그림: 김영진 출판: 길벗어린이, 2006년 추천연령: 4~7세 어린이가 어른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대모험입니다. 그것도 유치원생 동생을 돌봐가면서 타야한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는 초등학교 3, 4학년 쯤 되는 지원이가 남동생 병관이를 데리고 할머니 댁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병관이는 누나 말을 죽도록 안 듣고, 지원이는 동생 돌보랴, 노선 확인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지요. 그 와중에 펼쳐지는 지하철 안 풍경그림은 우리가 매일 봐온 것이면서도 무척 새롭습니다. 꽤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지요. 지하로 향하는 깊숙한 계단, 개찰구, 지하철 안 다양한 포즈로 앉거나 선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깔깔깔’은 아니어도 ‘피식.. 2010. 7. 23.
우리집 밥상, 가족의 미래를 바꿀 책 [희망의 밥상] 몇 해 전부터인가 우리가 식품으로 먹는 동식물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항생제, 호르몬으로 키운 젖소 이야기나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서 평생을 사는 동물 이야기, 유전자 변형 식물의 폐해 등 실태는 충격적이다. 과자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또 어떤가? 화학적 암호 같이 이름도 요상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한숨 한 번에 가슴을 치는 데만 그치곤 했다. 독으로 키운 먹을거리 뒤에는 거대한 세계 기업과 강대국의 정부가 버티고 앉았는데 하찮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관심은 있어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았자 결론은 하나. “이거 다 지키다간 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그런데 제인 구달은 내가 이렇게.. 2010. 7. 2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아는 투쟁의 대상이다 사람이 죽는 이유는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세상에는 더욱 끔찍하고 처참한 죽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무시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불쌍하기도 할 뿐더러 존재 가치를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일부 아프리카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불행히도 전 세계 각지 인구의 절반, 약 8억 5천만 명이 굶주림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지금도 하루에 10만 명,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못 먹어서 죽어 간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체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술 더 떠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2010. 7. 22.
비오는 날, 아이가 내뱉은 고소한 비유법 어느 해 6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습니다. 종로 어디쯤에서 통일원 방향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탔을 때였습니다. 한창 초록 잎이 주변을 물들고 있을 시기에 내렸던 비라서 그랬는지 물줄기는 생명이 담겨 있는 듯 활기를 띠었습니다. 하지만 창문을 꼭 닫아 놓은 버스 안 상황은 좀 다르지요. 서로의 입김마저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이 꽉 찬 것도 불편할 지경인데다가, 습기를 머금은 대기는 후텁지근하여 움직이는 것도 짜증스러워 ‘그대로 멈춰라’를 해야 했습니다. 대강 접은 우산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물 때문에 바닥은 질펀했고 옆 사람 우산이 자꾸 허리를 찔러대서 피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빗물이 창에 쉴 새 없이 부딪혀 그림을 그려대는 탓에 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 2010.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