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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방 이야기



한 남자가 말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여자, 그렇지 않은 여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지 않은 여자였으므로. 책, 읽으면 좋겠지. 허나 그건 채소 먹고 운동하면 건강에 좋다는 식의 너무도 빤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가 온 세상의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지 않으면 좋았으련만……. 내가 마음을 쏟은 남자가 아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테지. 

세월이 흘렀다. 남자 대신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돌렸다. 그러자 책이 보였다. 이제껏 읽어온 소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편식이 나쁘듯 한 종류의 책만 읽으면 독이 된다는 것도 함께. 그 때 즈음 또 다른 남자가 내게 말했다. 

“글에 깊이를 담으려면 역사, 철학을 알아야 해. 책 속에 길이 있다.” 


깊이라……. 길이라……. 정말 그럴까? 내 얕은 글에 나만의 색을 입히고 깊이를 담으려면 책이 정답일까? 내 미래, 과연 어떤 길을 가야할지 책을 읽으면 길이 보일까? 까짓것 한번 해본다. 미국 땅까지 쟁여들고 싸온 책 100권, 내 다 읽어보겠다. 마지막 100권 째 책장을 덮은 뒤 대체 길이 희미하게라도 보이기는 하는 건지 온 천하에 드러낼 것이다.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 나는 또 다시 책 100권을 긁어모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이라면……, 다 죽었어.


#2. 다락방 이야기



주절주절 떠들어댈 공간이 필요했다. 다락방 안 소복히 먼지가 앉은 상자속에 무엇이 들었나 궁금해 하는 마음에 답하고 싶다. 적은 수의 사람이 읽더라도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 머리를 땅 때리는 망치가 되어도 좋지만 바람에 조용히 날리며 은은한 소리를 내는 풍경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세상이 변하는 데 꼭 피를 흘리는 혁명만 필요한 건 아니므로. 

길지 않게 짧은 호흡으로 쓰고 싶다. 한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내 글의 특성을 잘 알기에 처음부터 다짐을 하고 시작한다. [책방]이 앞날을 위한 발판이라면 [다락방]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