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저 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옛 조상들이 살아 온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년 ..
2011. 6. 11.
숲과 삶이 통하는 이야기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본디 책이란 여러 장 종이의 묶음이건만,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문학동네, 2010년] 안에서는 느릿느릿 숲의 소리가 흘러 나온다. 자작나무, 편백나무, 저어나무, 작약꽃, 도라지꽃, 연꽃……. 그것들의 이름을 또르르, 또르르 입 안에서 굴리다 보면 민통선 자등령 고개 사이로 숲이 흔들리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자박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나무는 늙은 나무들도 젊은 잎을 틔우니까 한 그루 안에서 늙음과 젊음이 순환하는 겁니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르지요(212p).”라며, 일흔이 넘은 숲 해설사가 수목원을 찾은 노부부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한 인간의 시간 안에도 나무와 같이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데 범벅 되어 백설기 같은 조각이 나뒹구는..
2011.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