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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4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저 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옛 조상들이 살아 온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년 .. 2011. 6. 11.
골 때리는데(?) 참 재미있는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제목도 범상치 않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소설이라면 저마다 장르란 게 있는데 이 소설은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 로맨스 소설? 정치소설? 가족소설? 뭐 아무래도 좋다.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잘 버무려져 있는데다가 재미까지 더해져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니 장르쯤이야 몰라도 좋다. 작가 주노 디아스는 등단한지 11년 만에 처음 내놓은 이 장편 소설로 퓰리처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비롯 여러 상을 탔단다. 당연하게 이 소설은 아마존,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책 한 권으로 이런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단 말인가!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하늘을 찔러댔다. 이 소설은 분명 오스카 와오의 눈물겨운 사랑쟁탈기이다. .. 2011. 4. 6.
숲과 삶이 통하는 이야기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본디 책이란 여러 장 종이의 묶음이건만,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문학동네, 2010년] 안에서는 느릿느릿 숲의 소리가 흘러 나온다. 자작나무, 편백나무, 저어나무, 작약꽃, 도라지꽃, 연꽃……. 그것들의 이름을 또르르, 또르르 입 안에서 굴리다 보면 민통선 자등령 고개 사이로 숲이 흔들리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자박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나무는 늙은 나무들도 젊은 잎을 틔우니까 한 그루 안에서 늙음과 젊음이 순환하는 겁니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르지요(212p).”라며, 일흔이 넘은 숲 해설사가 수목원을 찾은 노부부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한 인간의 시간 안에도 나무와 같이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데 범벅 되어 백설기 같은 조각이 나뒹구는.. 2011. 2. 20.
하늘높이 쌓아올린 아이스크림의 향연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글, 그림: 고우리 출판: 문학동네, 2006년 추천 연령: 2세~5세 어릴 적 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퇴근 길 간식거리를 사오지 않을까 기대하곤 했다. 1년에 한두 번밖에 없는 일이긴 했지만 그 날이 하필 ‘오늘’이기를 늘 바랐던 것이다. 집에 먹을거리를 쌓아두고 살지도 않았지만 간혹 있다손 치더라도 아버지가 들고 온 것을 기대하는 일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숨어 있다. 작가 고우리는 아이들의 그런 간절한 바람을 상상이 넘치는 글과 소담한 일러스트에 담아냈다. 퇴근 길, 아빠가 전화로 아이스크림을 사오겠다고 약속을 하는 순간부터 시시때때로 엄마에게 묻는 주인공. “엄마,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엄마는 여느 주부라면 마땅히 해야 할 저녁 집안일을 하면서 어디, 어디쯤 오셨을 것이라 말.. 2010.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