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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9

[볼리비아] 내 마음의 호수, 되살아난 티티카카 옛날 살던 동네에는 커피숍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은 . 6, 7년 전 즈음에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10년 이상 동네를 지킨 셈이지요. 그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지칠 때면 늘 티티카카를 지나 석촌호수를 찾아 머리를 식히곤 했습니다. 고3 어느 날엔 친구들과 캔맥주를 하나 사 들고 티티카카에 들어가 사이다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탈선은 해보고 싶은데 간이 콩알만했던 우리는 맥주와 사이다 모두를 냅킨으로 감싼 뒤 두 개를 번갈아 마셨답니다. 알코올 때문이라기 보다는 술을 마셨다는 기쁨(?)에 취해 승리의 브이를 그렸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땐 석촌호수가 주요 연애장소였던 탓에 티티카카 커피숍 앞을 자주 지나다녔답니다. 우리는 커피숍이 있는 길을 ‘티티카카 길’이라 명명했습.. 2011. 7. 27.
[볼리비아] 일요일 선주민 시장, 타라부코 탐방기 매주 일요일,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 가다 보면 타라부코(tarabuco) 선주민 시장에 도착합니다. 타라부코는 추키사카(Chuquisaca) 지역의 일부분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얌파라(yampara) 문명이 발달했다고 해요. 원주민 시장에 가면 오늘까지도 전해 내려오는 얌파라 전통의 일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제 기능을 잊지 않은 듯 물건을 팔 사람과 살 사람으로 넘쳐납니다. 관광차 온 여행객들도 많지요. 색이 화려한 각종 과일, 채소부터 주민들이 만든 아름다운 무늬의 수공예품, 전통 의약품으로 쓰이는 약초, 고기, 향신료 등이 펼쳐집니다. 특히 선주민 전통의 독특한 무늬를 자랑하는 수공예품은 매우 아름다워 구경하기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기념품으로 한두 개 장만하고 .. 2011. 7. 22.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무료 급식을 도운 사연 2005년 우리가 여행을 할 당시, 볼리비아 수크레에는 한국 가정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내에서 사진관을 하는 우철이네와 선교사댁 두 가정, 독일인 남편과 사는 영자 아주머니네 이렇게 네 가족이 전부였지요. 앞 포스팅에서 영자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일류병원(?)에 입원했던 사연을 소개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크레에서 우철이네와 선교사님 댁에 머물면서 숙소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교민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답니다. 이틀이나 신세를 졌던 정만섭 선교사님은 지금 이 세상에 안 계십니다. 여행을 마치고 몇 년 뒤 안부 차 전화를 드렸는데, 급성백혈병으로 먼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다고 해요. 마음이 무거웠지만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특별한 종교가 없습.. 2011. 7. 19.
일그러진 모계사회, 볼리비아 여성의 삶 우유니 투어를 마치고 볼리비아로 왔을 때 옆지기는 “칠레는 생각보다 잘 살고 볼리비아는 생각보다 못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나라는 남미 북부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국가명을 정했건만, 칠레, 페루, 파라과이와의 전쟁에서 모두 지는 바람에 남미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가 되었다. 과거 좋았던 시절엔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영토가 이어졌다는데 지금은 바다 인접한 곳을 모두 빼앗기는 바람에 해군 군사훈련도 티티카카 호수에서 한다고 한다. 물가가 싼 덕에 우리에게는 꿈의 나라가 되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볼리비아가 가난하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행책자에도 충고가 여러 번 나왔다. 직접 겪은 느낌은 여행객에게는 어떤 나라든 위험요소가 늘 도사리고 있으.. 2011. 7. 8.
볼리비아에도 강냉이가 있구나! 수크레 거리에서 한 남자가 강냉이를 팔고 있었다! 어릴 적 먹던 강냉이와 모양도 같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땅 볼리비아 사람들도 강냉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옥수수나 감자는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 아니던가! 튀겨도 우리보다 훨씬 더 먼저 튀겼을 법하다. 우리네처럼 까만 대포(?)에 넣고 뻥 소리를 내며 만드는지, 그걸 알아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 2011. 7. 8.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급성 장염에 걸리다, 원인은......?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사건, 사고로 긴장하게 되지요. 특히 중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길거리에 가방만 내려 놓아도 들고 간다더라, 택시강도가 많다더라 하는 식의 무서운 말들을 많이 들었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중남미건 유럽이건 미국이건 여행객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볼리비아에서 경험한 ‘산타 바바라 병원 투어’ 사건은 조금 다른 일이었답니다. 우유니에서 수크레에 도착한 첫날, 가난한 여행객이었던 우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맨 먼저 한 일은 스페인 어학원을 찾은 일이지요. 이곳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단기간 코스가 있거든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 속의 기운이 내 육.. 2011. 6. 29.
[볼리비아 우유니 3] 소금 한 가운데 서다 셋째 날 아침, 근처에 있던 마을 풍경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증권회사 사원 식당의 영양사를 업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메뉴를 짜고 단가를 맞추며 경영관리를 해야 하는 게 주요업무였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 샘플케이스의 인테리어를 맞춰 놓기도 했지요. 어느 겨울엔가 눈이 오는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진열장 바닥에 굵은 소금을 잔뜩 깔고 그 위에 초가집이며 눈사람 등의 인형을 놓아둔 적이 있었습니다. 이듬해 봄, 다시 계절에 맞는 분위기로 바꾸려고 샘플케이스를 열고 인형을 치웠는데 바닥에 깔린 소금이 딱딱하게 굳어서 한 덩이가 되어 있지 뭐에요! 손으로 쓸어 담으려 해도 잘 되지 않았지요. 소금은 겨울 내내 조명을 받으며 자기들끼리 단결 화합하여 굳어버리자고 맹세를 했나 봅니다. 오랜 시간 동안.. 2011. 6. 15.
[볼리비아 우유니 2] 최고의 명도, 최고의 채도 첫째 날엔 그렇게 시끌시끌했던 차 안이 둘째 날이 되자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4,500m 고도의 숙소에서 모두들 고산병으로 밤잠을 설친 탓이지요. 도착할 때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밤이 되어 자리에 눕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하면서 열이 올랐습니다. 아침에 스위스 친구 벨로디아가 준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온 터였습니다. 하지만, 몇 발짝 움직이기 힘들었던 발걸음이 투어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졌답니다. ^^ 둘째 날은 볼리비아의 사막을 제대로 만끽하는 날이었습니다. 칠레 사막이 다소 척박한 느낌이라면 볼리비아 사막은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자연과 어우러진 야마, 비꾸냐, 플라밍고들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동물들은 자.. 2011. 6. 10.
[볼리비아 우유니 1] 황홀한 신세계로! 약 20여일 간의 칠레 여행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그리고 우유니 사막 투어를 시작으로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나라, 볼리비아가 다가왔답니다. 걸어서 국경을 건넜습니다. 퍽 새로운 경험이었지요.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거치지 않고도 이쪽 나라에서 저 쪽 나라로 걸어갈 수 있다니!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북한을 통하지 않고는 두 다리로 다른 나라를 갈 수 없는데 말입니다. 칠레와 볼리비아 간 국가 경계선엔 분필로 그린 금 따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층 짜리 아담한 두 나라의 출입국 사무소가 조금 떨어져서 서 있을 뿐입니다. 칠레 북부 산페드로에서 시작해 볼리비아 우유니에 도착하는 우유니 투어는 한 지프차에 6명이 함께 타고 2박 3일 동안 볼리비아 북부 지방의 소금사막을 포함한 대 자연을 제대로.. 2011.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