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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6

분노가 일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허수아비 춤] 오늘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정의? 정치? 민주주의? 그것도 아니면 ‘도가니’ 같은 같은 영화 한 편? 글쎄올시다. 슬프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돈에 따라 움직이고 돈을 쫓아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돈이면 다 통하는 이 시대, 소설 [허수아비 춤]은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고 있는 대기업, 재벌이 어떻게 언론을 좌지우지하며 정계, 법계 등 각계 인사를 떡 주무르듯 손아귀에 넣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그 과정에 강기준, 박재우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 개인은 철저히 도구화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접어둔 채 기업을 위해 희생되고 (본인들은 거액을 받고 하는 일이라 그렇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있다. 경쟁 사회의 치졸한 생존방식, 각종 비리, 재벌들의 더러운 생리 등을 .. 2011. 9. 30.
나는 과연 눈을 뜨고 살아 가는가 [눈 먼 자들의 도시] 눈을 감는다. 손을 뻗으면 바로 전까지 눈 앞에 있었던 컴퓨터 자판기가 있다. 문서가 열려 있다면 눈 감고 글자를 치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억을 더듬으며 가구를 피해 현관까지 간 그 다음은? 내가 사는 주택단지 밖까지라도 두 발을 온전히 내디딜 수 있을까? 귀로 차를 피하고 손으로 땅을 더듬거리며…… 뱃속에 있는 둘째 정기검진 차 병원 가는 길, 오래 기다릴 것을 예상하고 ‘가볍게 소설이나 읽자’하여 가방 속에 넣은 책, [눈먼 자들의 도시]. 대기 시간 중 짬짬이 읽다가 어느새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고 잠시 후 다시 오겠다고 하면 바로 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끝을 봐버렸다. 소감? 충격이다. 어느 .. 2011. 7. 7.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저 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옛 조상들이 살아 온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년 .. 2011. 6. 11.
골 때리는데(?) 참 재미있는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제목도 범상치 않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소설이라면 저마다 장르란 게 있는데 이 소설은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 로맨스 소설? 정치소설? 가족소설? 뭐 아무래도 좋다.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잘 버무려져 있는데다가 재미까지 더해져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니 장르쯤이야 몰라도 좋다. 작가 주노 디아스는 등단한지 11년 만에 처음 내놓은 이 장편 소설로 퓰리처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비롯 여러 상을 탔단다. 당연하게 이 소설은 아마존,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책 한 권으로 이런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단 말인가!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하늘을 찔러댔다. 이 소설은 분명 오스카 와오의 눈물겨운 사랑쟁탈기이다. .. 2011. 4. 6.
죽도록 쓰기 싫어도 내가 서평을 남기는 이유 제 블로그는 서평 블로그랍니다. 그러니 당연히 서평을 많이 남겨야겠지요. 그런데 이게 책을 읽을 때는 신나게 읽었어도 서평을 쓰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책을 읽을 때 몰입하며 공감백배였어도 다 읽고 난 후, 그래서 뭐가 남았나? 생각해 보면 가끔은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처음부터 다시 넘겨봐야 하지요. 이놈의 기억력이 참 웬수(!!)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서평은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끝을 보는 것도 있답니다. 특히 정치, 경제 분야는 차암 오래 걸리네요.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인데 저는 왜 서평을 쓸까요? 블로그를 유지하려고? 뭐, 그것도 답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블로그 제목을 이라고 해 놓았는데 서평을 안 쓰면 .. 2011. 3. 2.
[우리는 사랑일까] 도표가 있는 독특한 심리연애소설 끝내주는 분위기, 황홀한 음식에 도취되는 여자.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여자.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소설 의 주인공 앨리스는 후자 쪽이다. 자신이 느끼는 마음보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앨리스는 런던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24세 아가씨이다. 그녀는 어느 파티에서 운명처럼 에릭을 만난다. 그는 자기 일에서 성공하고 미남인데다가 완벽해 보이는 남자다. 소설은 앨리스가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하며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진실한 사랑 찾기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난다면 일반 연애소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소설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묘사하는 주인공들의 세세한 .. 2010.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