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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짧은 생각

아이를 앞에 두고 하는 짧은 상념

by 영글음 2010. 7. 31.



똥강아지가 나를 부른다. 해맑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른다.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엄마, 엄마, 엄마”하며 연달아 불러 제친다. 대체, 이 아이는 누군데 왜 자꾸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일까? 내 뱃속에 아홉 달 이상 넣고 다녔으니 분명 내 아이가 맞긴 한데, 눈 아래 보조개에 입술이며 귀며 아빠랑 똑같은 걸 보니 내 남편의 아이도 맞긴 한데…… . 가끔 저 조그만 아이가 조그만 입으로 나를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길 때면 한 없이 행복하다가도 내가 정말 엄마인가 싶어 어색함을 느낀다.

그건 딸이 내 딸임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의아해서다. 내 말이 세상의 진리라 여기는 투명한 아이.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때론 끼치며 살아가는 게 세상의 이치겠지만 누군가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준 적이 있었나 싶다. 과연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인생을 살라고 가르쳐야 할까? 내가 살아온 방식도 정답은 아닐 텐데, 겪어온 시행착오를 아무리 수정한다 한들 제대로 뭘 알려줄 수 있을까.

호랑이라면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면 되고, 새라면 나는 법을 가르치면 될 일이지만 사람에게 그저 생존하는 법만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이 아름답고 어떤 일이 옳고 그른 것이며 사람답게 사는 것은 또 어떤 것인지, 세상을 공정하게 넓게 보는 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내가 먼저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며 거듭나야 하는 까닭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그건 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딸이 있어서 좋다. 그 딸이 이틀 연속으로 침대에 쉬야를 하는 바람에 세탁기를 네 번씩 돌리는 수고쯤은 넘어갈 수 있다. 나는 그 아이의 엄마니까. 우리 엄마도 나 어릴 적엔 그랬을 테니까. 애를 키우고 부모를 이해하고……. 똥강아지를 키우며, 나는 나도 키우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