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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우리집 밥상, 가족의 미래를 바꿀 책 [희망의 밥상]

by 영글음 2010. 7. 22.

몇 해 전부터인가 우리가 식품으로 먹는 동식물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항생제, 호르몬으로 키운 젖소 이야기나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서 평생을 사는 동물 이야기, 유전자 변형 식물의 폐해 등 실태는 충격적이다. 과자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또 어떤가? 화학적 암호 같이 이름도 요상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한숨 한 번에 가슴을 치는 데만 그치곤 했다. 독으로 키운 먹을거리 뒤에는 거대한 세계 기업과 강대국의 정부가 버티고 앉았는데 하찮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관심은 있어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았자 결론은 하나. “이거 다 지키다간 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그런데 제인 구달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희망의 밥상]이라는 책을 통해 “수동적인 태도로 가만히 앉아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머리를 모래에 처박은 채 늘 하던 대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p 168)고 일침을 가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책은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동물박사 제인 구달이 쓴 책이다.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밥상을 추구해야 하는가, 어떤 밥상이 미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부분은 땅의 몰락을 가져온 기업식 농법, 작물의 씨앗마저 쥐락펴락하는 거대 자본의 횡포, 가축들이 처해 있는 끔찍하고 비참한 생활 등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를 파헤친다. 뒷부분은 왜 채식을 하고 유기농 식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안전한 식품과 농가의 권리를 위해 싸운 사람들 이야기,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수확법 등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유기농 식품 선택은 건강 보험을 드는 일

고백컨대, 나에게 유기농식품은 골프 같은 것이었다. 골프도 운동이라 열심히 하면 건강에 좋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골프를 한다는 것에는 돈 많은 사람들의 스포츠, 사업하는 사람들의 필수요소 등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유기농도 그랬다. 좋은 건 알겠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을 볼 때도 가끔 유기농 식품을 사지만 대부분 가격을 보고 일반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읽고 바뀐 게 있다면 비싼 유기농식품을 구매하는 일에 대한 의미다. 그것은 일종의 자선이자 기부가 될 수 있다. 토지와 지역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려는 농부들을 돕고 지구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일종의 건강 보험이 될 수도 있다. 일반식품을 구매하여 식품과 함께 먹어버린 농약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것을 유기농식품을 먹음으로써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자

제인 구달은 밥상 위의 혁명을 위해 실상을 알리고 여러 방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식품의 위험성을 다룬 여타의 책들이 이 음식은 이래서 안 좋고 저 음식은 저래서 안 좋다는 식으로 나열하는 것에 그친 반면 [희망의 밥상]은 독자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며 제대로 설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내가 선택한 현명한 소비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이제는 의심하지 않겠다.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앞으로 가짓수를 줄이더라도 유기농 식품 혹은 농산물 직판장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채소부터 시작했다. 하루도 커피 없으면 못사는 나와 남편, 공정무역 커피로 바꿀 것이다. 의미가 희미해진 제철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왕지사 그걸 선택하겠다. 채식주의자까지는 못되더라도 육류 소비를 줄이고 먹을 땐 유기농으로 키운 고기만 먹겠다는 다짐도 한다. 이것이 나를 포함하여 먼 미래 내 딸이 살아갈 지구를 살리는 일이자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되리라. 또한 대지가 인간에게 준 소중한 선물을 다시 복원하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