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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57

과격파 운동권 출신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에 이어 두 번째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 역시 기대 이상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상쾌, 유쾌, 명쾌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분명 오쿠다의 큰 장점이다.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저절로 그의 팬이 되었다. 도쿄에 사는 주인공 지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좀 독특하다. 글을 쓴답시고 집에만 틀어박힌 채, 애들은 학교 다닐 필요가 없고 국가가 해준 게 없으니 국민연금 따윈 못 낸다는 안하무인이다. 공무원만 보면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버지가 지로는 늘 부끄러웠고 그런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지로의 어머니, 아버지는 과격파 운동권 출신, 그것도 전설의 투사였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남쪽 섬마을로 이사가면서 상황이 달.. 2012. 2. 9.
주4일, 하루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세상 [살림의 경제학] 월화수목금금금. 주5일도 모자라 주말까지 반납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에게 주 4일, 그것도 하루 4시간만 일하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더 많이 벌수록 행복하다고 느끼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반가워 할지, 갑자기 주어진 여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윤을 남겨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절대 불가능’의 일이어야 할테다. 그런데 경영학자 강수돌은 그렇게 일해도 행복할 수 있고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말한다. 일 중독, 공부 중독 대한민국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살림의 경제학, 인물과 사상사, 2009. 02]에서 강수돌은 먼저 ‘죽임의 경제’에 대해 말한다. 경제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돈이나 물건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 한마디로 먹고 사는 문제이다. .. 2012. 1. 13.
언론은 공정할까? [9시의 거짓말] 여러분은 언론을 믿습니까? 9시 뉴스에 나와 떠드는 기자의 말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나요?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가 조사한 언론 자유평가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은 세계 순위 70위로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되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정부가 언론의 뉴스와 정보 콘텐트를 검열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랍니다. 진실을 알리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나는 꼼수다’와 같은 대안방송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대중은 뉴스에 비춰진 기자, 전문가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언론에서 떠드는 뉴스가 진실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포털 사이트 초기화면에 뜨는 기사들을 무심코 읽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9시의 거짓말,.. 2012. 1. 6.
분노가 일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허수아비 춤] 오늘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정의? 정치? 민주주의? 그것도 아니면 ‘도가니’ 같은 같은 영화 한 편? 글쎄올시다. 슬프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돈에 따라 움직이고 돈을 쫓아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돈이면 다 통하는 이 시대, 소설 [허수아비 춤]은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고 있는 대기업, 재벌이 어떻게 언론을 좌지우지하며 정계, 법계 등 각계 인사를 떡 주무르듯 손아귀에 넣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그 과정에 강기준, 박재우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 개인은 철저히 도구화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접어둔 채 기업을 위해 희생되고 (본인들은 거액을 받고 하는 일이라 그렇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있다. 경쟁 사회의 치졸한 생존방식, 각종 비리, 재벌들의 더러운 생리 등을 .. 2011. 9. 30.
느리고 불편해도 행복한 사람들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내가 속하지 않은 곳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어디까지 가능한 일일까? 젊은 시절엔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그 문화를 경함하고 이해한 줄 알았다. 그러나 겉핥기 식으로 느낀 건 금세 잊혀지고 가슴에 남지도 않는 법이다. 우리 동네에는 5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동네 마트 주차장 어귀에 천막을 쳐놓고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복장으로 직접 농사를 지은 먹거리들을 파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아미쉬’라 불렀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이웃에게 아미쉬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저 사는 방식이 독특하구나, 유기농법으로 키워서 그런지 농산물이 비싼 편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 Amish Farmer's Market에서 산 농산품. 유기농법으로 키워내 질이 좋고 맛이 .. 2011. 7. 27.
나는 과연 눈을 뜨고 살아 가는가 [눈 먼 자들의 도시] 눈을 감는다. 손을 뻗으면 바로 전까지 눈 앞에 있었던 컴퓨터 자판기가 있다. 문서가 열려 있다면 눈 감고 글자를 치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억을 더듬으며 가구를 피해 현관까지 간 그 다음은? 내가 사는 주택단지 밖까지라도 두 발을 온전히 내디딜 수 있을까? 귀로 차를 피하고 손으로 땅을 더듬거리며…… 뱃속에 있는 둘째 정기검진 차 병원 가는 길, 오래 기다릴 것을 예상하고 ‘가볍게 소설이나 읽자’하여 가방 속에 넣은 책, [눈먼 자들의 도시]. 대기 시간 중 짬짬이 읽다가 어느새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고 잠시 후 다시 오겠다고 하면 바로 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끝을 봐버렸다. 소감? 충격이다. 어느 .. 2011. 7. 7.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저 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옛 조상들이 살아 온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년 .. 2011. 6. 11.
21세기에도 유용한 정약용 지식경영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학교 다닐 때 이런 애들 꼭 있다. 남들 머리 터져라 공부할 때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가고 농구, 축구 하면서도 시험은 잘 보는 애들. 얄밉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데 이런 부류 가만 살펴 보면 머리가 정말 좋거나 ‘공부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반대로 공부하는 법을 잘 모르는 애들은 그야말로 헛다리 짚다 허송세월 보내기 십상이다. 조선시대 유배를 갔던 수많은 사람 중 유배가 끝난 뒤 모습도 천차만별일 터. 누구는 시대를 탓하며 억울한 마음, 분노의 심정을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느라 시간을 다 보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쉬지 않고 학문을 갈고 닦아 500여 권의 저서를 들고 돌아왔으니 세상 사람들 까무러치고도 한 번 더 뒤집어졌을 일이다. 그 이름 다산 정약용. 지금처럼 인터넷.. 2011. 5. 23.
만담꾼 성석제의 참 재미있는 소설 [조동관 약전]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죽음을 면하기 위해 왕에게 밤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해던 세헤라자드. 만약 왕이 한국에 있었다면 나는 기꺼이 세헤라자드 대신 소설가 성석제를 추천할 것이다. 성석제를 왕비로 삼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면 여자에 대한 불신, 보복 따윈 개나 물어가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성석제는 소설가이기 전에 재담꾼이었다. 그의 단편모음집인 [조동관 약전]을 한 마디로 평하면 ‘참 유쾌하고 재미가 뚝뚝 떨어지는 책’인데 이걸로 수식을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미친 사람처럼 혼자 몰래 낄낄거리다가 어느 부분에선 뿅 망치로 두더지 머리를 한방에 때리듯 통쾌하고, 또 어쩔 땐 비실 세어 나오는 웃음을 금세 집어 넣어야 하는 오묘함을 두루 느낄 수 있.. 2011. 5. 6.
무얼 먹느냐로 세상을 바꾸다 [음식혁명] 세상을 바꾸는 방법도 가지가지. 이집트 민중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끌어냈듯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 때론 붉은 피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좀먹듯 조금씩 대중의 생각을 물들이는 우리 언론도 어찌 되었든 세상을 움직이긴 한다. 하지만 반드시 거창한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손쉽게, 내가 오늘 무얼 먹을지 선택하는 것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가 존 로빈스는 책 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육식과 채식에 관한 상식,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을 보여주며 식탁 위의 작은 혁명을 이야기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육식과 해산물의 소비를 줄이고 유기농 채소를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하는 길이요, 동식물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의 환경과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건데 이걸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함과 충격의 연.. 2011. 4. 15.
골 때리는데(?) 참 재미있는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제목도 범상치 않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소설이라면 저마다 장르란 게 있는데 이 소설은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 로맨스 소설? 정치소설? 가족소설? 뭐 아무래도 좋다.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잘 버무려져 있는데다가 재미까지 더해져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니 장르쯤이야 몰라도 좋다. 작가 주노 디아스는 등단한지 11년 만에 처음 내놓은 이 장편 소설로 퓰리처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비롯 여러 상을 탔단다. 당연하게 이 소설은 아마존,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책 한 권으로 이런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단 말인가!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하늘을 찔러댔다. 이 소설은 분명 오스카 와오의 눈물겨운 사랑쟁탈기이다. .. 2011. 4. 6.
엄마가 말을 많이 하면 아이는 입을 다문다 [3세와 7세 사이]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대, 애 낳고 키우는 일도 책과 인터넷 뒤져가며 열심히 땀 빼고 있는데, 여기 조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육아서가 하나 있습니다. “자기주도형 아이는 7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하면서 엄마들보고 말하는 횟수를 줄이라 합니다. 잠깐만 질문을 멈추고 기다리라 합니다. 느긋해지랍니다. 책 [3세와 7세 사이, 김정미, 예담, 2010. 11. 25]가 하는 말입니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 질문이 참 많다 별 것 아닌 것 같지요? 하지만 초 단위로 바뀌는 사회에서 우리 성격 급한 엄마들, 그게 쉽지만은 않지요. 아이에게 뭘 물었는데 즉각 답이 안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아이 대신 답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경우 많답니다. 저희 집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엄마: 우리 똥 강아지 오늘은 .. 201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