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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딸 키우기12

어지르는 것은 쉬워도, 치우는 것은 힘든 까닭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지요, 뭐” 종종 아이가 있는 집에 급작스럽게 놀러 가다 보면 집이 엉망일 때가 있지요. 그럴 때 하는 말입니다. 다들 공감하시나요? 아이를 키우는 집이 깨끗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아이들은 마음껏 어지르면서 놀아야 하니까요. 치워도, 치워도 돌아서면 금세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는 게 정상이지요! 우리 똥 강아지는 이제 좀 컸다고 무지막지하게 어지르지는 않아요. 블록이면 블록, 인형놀이면 인형놀이, 오리기면 오리기 하나씩 집중하곤 하지요. 그런데 왠 바람이 불었는지 며칠 전엔 거실 가득 상자란 상자에서 자기 보물(?)을 죄다 꺼내며 살펴보고 좋아라 하지 뭐에요. 자기도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오랫동안 뜯어보데요. 딱 저렇게 어질렀을 당시, 저와 남편은 식탁에 앉아 과.. 2011. 3. 18.
한산 소곡주 빈 상자가 어린이 기타로 변신했어요 아빠가 만든 장난감 소개 두 번째, 오늘은 기타랍니다. 아이들이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집에 없는 장난감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지요? 우리 똥 강아지는 유독 소리가 나는 기타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건전지 넣고 버튼이 있어서 그것만 누르면 음악 소리도 나고 하는 것 있잖아요. 우리 집에 없어서 그런지 기타가 있는 집에 가면 기타리스트처럼 어깨에 매고 치는 흉내도 내고 춤도 추고 해요. 그것이 너무 좋았던지 사달라고 조르는 똥 강아지에게 며칠 전, 아빠가 제안을 하데요?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말이에요. 저는 또 속으로 뭘 어떻게 만들어 집을 좁게 하려나 싶었지만 이미 둘 사이에는 말릴래야 말릴 수 없는 모의공작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준비물로 다 쓴 곽 티슈 상자와 한국에서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왔는데.. 2011. 3. 4.
앗! 우리 집 거실에 공룡이 나타났어요!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집 똥강아지는 만들기를 참 좋아해요. 남편도 만들기를 좋아라 하는 덕에 제가 저녁상이라도 차릴라 치면 둘이 머리를 맞대고 희한한 (!) 것을 만들어 내기 일쑤이지요. 아이가 있다 보니 저도 이것, 저것 만들기는 하는데 제 경우엔 하나를 만들어도 잘!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어요. 아주 멋지진 않더라도 그럴싸 해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근데 남편은 뭐든지, 금나와라 뚝딱이에요. 대충대충, 얼렁뚱땅, 버리려고 쌓아둔 상자며, 물통이며 가져와서는 상표가 그대로 다 드러나게 만들어 놓고 완성했대요. 그런데 똥강아지 그런 걸 무지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문제이지요. 주부의 눈으로 본 쓰레기가 아이와 아빠에겐 더 할 수 없는 장난감이니 이건 버리지도 못하고 차곡차곡.. 2011. 3. 1.
네 돌 지난 딸내미가 만든 해골(?) 종이인형 우리 집 똥강아지가 어제 저녁에 종이 접기 책과 색종이를 꺼내 왔답니다. 책에는 무지 다양한 접기 방법이 있는데요, 사실 이게 생각만큼 쉽진 않답니다. 가끔 이해가 안 되어 만들지 못하는 것도 많아요. 전문가가 볼 때는 쉬울 텐데 어째 엄마 머릿속엔 그려지지가 않아 방법만 뚫어져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럴 땐 색종이 여럿 버리지요. 아까비~ 어제도 신발 만들기 실패했네요. 똥강아지, 처음엔 실망하더니 다시 셔츠와 치마 만들기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아, 이건 어릴 적에 만들어 본 기억이 있어서 자신 있게 만들기 시작했지요. 어릴 땐 엄마가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더니 자기도 따라 한다면서 제법 접기와 가위질을 해댄답니다. 드디어 완성! 우리 딸 색연필로 치마를 예쁘게 색칠하고 위, 아.. 2011. 2. 24.
해외 이사용 박스로 만든 "엄마표 주방놀이" 딸내미를 키우다 보니 소꿉놀이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도 어릴 적에 무척 좋아하던 놀이였지요. 똥강아지가 엄마 먹으라며 수박으로 만든 국(?)이나 오렌지나물 같은 것을 해 오면 입을 벌리고 먹는 시늉을 해줘야 한답니다. 애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 아이가 커다가 보니 이 집, 저 집에서 주방놀이 즉, 어린이 키친세트를 많이 봤어요. 싱크대도 있고 어떤 건 냉장고에 오븐까지 앙증맞은 크기로 이것저것 달려 있는 것이 사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이지 싶어요. 몇 번 큰 맘 먹고 사줄까도 했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요. 종류도 많은데 싼 것은 100달러 정도에 살 수도 있지만 어떤 건 150달러 200달러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훨씬 비싸진다는 이야.. 2011. 2. 22.
어린 딸의 집에 관한 개념 아빠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갑니다. 어린 딸내미는 아빠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며 더 놀아달라고 소란을 피웁니다. 박사 2년 차 아빠는 샤워를 얼른 하고 나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1월 개강 후 다시 공부에 매달리느라 바쁜 아빠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저는 딸내미를 붙잡고 살살 달래기 시작합니다. “똥강아지야. 아빤 얼른 씻고 공부하셔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 아니 훌륭한 사람은 아니고 음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멋진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빠가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하고 나면 멋진 사람이 되는데, 그러면 직장도 잘 구할 테고 돈도 벌고 몇 년 후엔 우리 진짜 집도 생길 수 있지! “ “엥? 여기가 진짜 우리 집 맞는데~?” .. 2011. 1. 20.
"사람은 말을 꼭 해야 되요" 5살 딸내미 생각 며칠 전 아침, 남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똥강아지네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른 날과 사뭇 다르게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똥강아지가 뜬금없이 한 마디 던집니다. “엄마, 사람은 말을 꼭 해야 해.” “말? 그렇지, 말을 해야지. 근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 똥강아지는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힘겹게 입을 엽니다. “인어공주는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아서 말을 할 수 없었잖아. 너무 불쌍해.” 아하, 얼마전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인어공주 때문이었군요. 딸내미는 인어공주의 처지를 십분 이해라도 하듯 슬픈 목소리로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이제 남의 입장까지 생각할 줄 아는 나이가 된 건가 싶어 흐뭇하기.. 2010. 9. 1.
“아빠 입술은 엄마 거야”라는 말에 딸내미 반응 우리 집에는 규칙이 하나 있답니다. 결혼하고 나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먼저 잠자리에 눕던 나중에 누운 사람이 먼저 누운 사람에게 뽀뽀를 해야 합니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설령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그것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 행동양식입니다. 한 쪽이 먼저 잠들어 있는 경우만 빼고 매일 그렇게 한 뒤에야 잠을 잡니다. 우리 똥강아지가 태어난 뒤에도 늘 ‘굿나잇 뽀뽀’를 합니다. 똥강아지가 어릴 땐 엄마, 아빠가 뽀뽀를 하건 말건 상관을 않더니 요샌 자기도 하겠다며 입술을 쭉 들이밉니다. 어쩔 땐 셋이서 한 곳에 입술을 모아 ‘쪽’ 부딪히기도 한답니다. 그건 뭐, 뽀뽀라고 하기도 뭣하고 입술 박치기에 가깝습니다. 며칠 전 밤이었어요. 저랑 똥강아지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남편이 뽀뽀.. 2010. 8. 11.
엄마의 엽기 댄스에 뒤로 넘어간 딸내미 앞집에 있는 한국 가정이 이번 주말에 다른 주로 이사를 간답니다. 우리 똥강아지와 나이 또래가 비슷한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다가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큰 도움을 받았던 집이라 무척 가깝게 지냈어요. 저는 헤어지는 게 마냥 아쉽기만 한데, 그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이 모두 우리 집에 오는 바람에 똥강아지는 팔짝 뛰고 신이 났습니다. 봉봉이(오른쪽)와 숭숭이(왼쪽) 한 달 전 그 집에서 사슴 인형 하나를 주었어요. 털이 하얀 루돌프 인형인데 똥강아지는 ‘봉봉’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그리고 바로 어제 똑같은 인형이 한 마리 더 왔답니다. 집안 구석에 숨어 있는 한 마리를 찾았던 모양이에요. 우리 가족 한 자리에 둘러앉아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똥강아지가 ‘숭숭’이로 하잡니다. 그러자 아빠가.. 2010. 7. 29.
비오는 날, 아이가 내뱉은 고소한 비유법 어느 해 6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습니다. 종로 어디쯤에서 통일원 방향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탔을 때였습니다. 한창 초록 잎이 주변을 물들고 있을 시기에 내렸던 비라서 그랬는지 물줄기는 생명이 담겨 있는 듯 활기를 띠었습니다. 하지만 창문을 꼭 닫아 놓은 버스 안 상황은 좀 다르지요. 서로의 입김마저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이 꽉 찬 것도 불편할 지경인데다가, 습기를 머금은 대기는 후텁지근하여 움직이는 것도 짜증스러워 ‘그대로 멈춰라’를 해야 했습니다. 대강 접은 우산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물 때문에 바닥은 질펀했고 옆 사람 우산이 자꾸 허리를 찔러대서 피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빗물이 창에 쉴 새 없이 부딪혀 그림을 그려대는 탓에 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 2010. 7. 20.
5세 아이가 사람을 그리는 순서 색연필이든, 크레파스든 쥐기만 하면 앞뒤로 힘차게 그어대던 아이가 원을 그리고 세모를 그렸을 때의 희열을 아시는지요? 삐뚤 빼뚤이지만 선을 연결하여 도형을 그릴 줄 안다는 게 왠지 다 키운 느낌마저 든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똥강아지가 혼자 꾸물꾸물 칠판 앞에 서서 뭔가를 그리더니 엄마를 다급히 불러댑니다. 세상에! 똥강아지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그린 것이었어요. 2010. 03. 21 제법 사람답게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려 넣고 팔, 다리까지 붙인 게 여간 잘 그리지 않았답니다. 물론 고슴도치 엄마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이지만요. 제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자 똥강아지도 신이 났는지 연신 “엄마, 나 잘 그렸어? 예뻐?”를 묻고는 조옿~다고 헤벌쭉 웃더라고요. 들뜬 마음에 남편을 불러 함께 .. 2010. 7. 17.
샤워하면서 딸내미가 던진 한마디 “엄마 배꼽이” 밤 9시가 되면 우리 똥강아지와 저는 욕실로 향합니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 관문, 목욕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날이 더워 탕 목욕보다는 샤워기로 휙휙 물 몇 번 돌리며 머리 감기고 비누칠하고 하는 덕에 10분이면 땡! 합니다. 우리 똥강아지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나이로 5살이지만 생일이 늦어서 미국나이는 아직 3살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달로 4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요. 말은 좀 늦게 시작했는데 책을 무척 좋아해서 그런지 의성어, 의태어를 비롯하여 표현력은 좋은 편이에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목욕 부스에 들어가 딸내미 샤워를 시키고 있었답니다. 우리 똥강아지 키가 대략 100cm 되니까 서로 마주보고 서면 제 배꼽 부위에 딸내미 시선이 고정되는 상황이랍니다. 저는 보통 옷을 .. 2010.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