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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달고 다닐 꼬리표 “애가 애를 낳았네” 얼마 전 동아리 선배가 셋째를 낳았습니다. 94학번 선배인데, 딸만 둘을 뒀다가 결혼 10년 차에 아들을 ‘쑴풍’ 낳았다고 하네요. 오랜만에 갓난쟁이 키우려니 고생 좀 하나봅니다. 대학 때 활동하던 동아리는 209년 겨울 문을 닫았지만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서로 소식을 올리곤 합니다. 다들 옛사람과 추억이 그리운지 글 하나만 올리면 조회가 100을 넘는 건 기본이에요. 오랜만에 선배 언니의 득남 소식에 게시판이 시끌벅적해졌는데 그 중 하나가 저에게 달린 꼬리표랍니다. 얼굴도 무지 예쁘고 하늘하늘하던 선배가 벌써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게 저는 믿기지 않다고 댓글을 남겼더니 한 선배가 그 밑에 글을 답니다. 그 언니보다 제가 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더 신기하다고요. 애가 애를 낳았다는 말과 함께요. 제 나이 이.. 2010. 8. 17.
시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사랑했을까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내 보잘것없는 시가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한다. (본문 중)" 「스무 편의 사랑노래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통해 지금도 전 세계 젊은이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시인.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칠십 평생 현실을 비판하고 사랑하고 투쟁했던 시인. 그래서 행복했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그가 쓴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에는 여자를 사랑하고 민중과 평화, 평등 그 중에서도 시(時)를 가장 사랑했던 그의 일생과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상을 뜨기 2년 전부터 집필하다가 그가 죽은 뒤 유족이 발간한 책이다. 자서전은 칠레 자연과 자란 유년기부터 시작해 전반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중반 이후에는 그와 인.. 2010. 8. 17.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지표가 될 [위대한 만남] 인생에 스승을 만난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만 주어지는 삶, 그 길을 걷다 보면 온갖 난관과 시련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 상사, 부모 혹은 여타 다른 이의 조언을 듣고 도움을 얻는다. 결국 두 발을 놀려 다시 걸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 뿐. 이 행보에 진정한 깨우침을 줄 스승을 만나면 열 바퀴나 돌아야 할 일을 한 바퀴만 돌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스승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 점인데,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인물이어도 좋지만 이미 세상을 살다 간 현자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 친절하게도 인도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가 쓴 [위대한 만남]은 세상을 사는데 소중한 가르침을 준 20명의 스승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보디.. 2010. 8. 16.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실리 밴드 요즘 미국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실리 밴드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합니다. 뭐, 이건 제 표현이고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나 봐요. 실리 밴드가 무엇이냐! 하면 실리콘 재질로 만든 고무줄이랍니다. 일반 고무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는 점이지요. 쓰임새는? 그저 팔에 몇 개씩, 아니 몇 십 개씩 팔찌처럼 거는 것이에요. 사진 출처: http://sunshineandsnoopy.blogspot.com (왼쪽) / http://kids-rock.net (오른쪽) 동네 초등학교 꼬마들이 하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는데 어른 입장에서는 너무 우습답니다. 풀어 놓고 보면 모양은 예쁘지만 팔찌로 착용하면 모양도 쭈글쭈글 별 멋도 없어 보이는 이것이 미국에서 대 유행한다는 사실이 놀랍.. 2010. 8. 12.
미국의 가정 문화 엿볼 수 있는 야드세일 요즘 저는 운전을 하다가도 ‘야드세일’이라고 세워놓은 표지만 보면 차를 멈추고 위치를 확인합니다. 대개 자세한 주소보다는 날짜와 거리 이름을 써놓는데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당장 달려가곤 하지요. 작년 미국에 왔을 때 이곳저곳에서 야드세일을 한다는 표지를 많이 보긴 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던 게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니 이젠 세일하는 곳이 없나 찾아다닐 지경이랍니다. 메사추세츠주 한 시골마을, 처음 가본 야드세일이었다지요. 2010년 5월이네요. 야드세일(Yard Sale) 혹은 거라지세일(Garage Sale)이라고도 하는 이 세일방식은 개인이 더 이상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을 집 앞마당, 뒷마당, 혹은 차고에 펼쳐놓고 파는 것이에요. 한마디로 개인 벼룩시장이지요! 미국은 아파트보다는 .. 2010. 8. 12.
“아빠 입술은 엄마 거야”라는 말에 딸내미 반응 우리 집에는 규칙이 하나 있답니다. 결혼하고 나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먼저 잠자리에 눕던 나중에 누운 사람이 먼저 누운 사람에게 뽀뽀를 해야 합니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설령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그것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 행동양식입니다. 한 쪽이 먼저 잠들어 있는 경우만 빼고 매일 그렇게 한 뒤에야 잠을 잡니다. 우리 똥강아지가 태어난 뒤에도 늘 ‘굿나잇 뽀뽀’를 합니다. 똥강아지가 어릴 땐 엄마, 아빠가 뽀뽀를 하건 말건 상관을 않더니 요샌 자기도 하겠다며 입술을 쭉 들이밉니다. 어쩔 땐 셋이서 한 곳에 입술을 모아 ‘쪽’ 부딪히기도 한답니다. 그건 뭐, 뽀뽀라고 하기도 뭣하고 입술 박치기에 가깝습니다. 며칠 전 밤이었어요. 저랑 똥강아지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남편이 뽀뽀.. 2010. 8. 11.
[마지막 강의] 인생에 장벽이 존재하는 까닭 마흔 일곱의 한 남자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이는 셋, 당시 막내는 겨우 18개월로 말도 잘 못할 때였다.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의 시간 앞에 세상을 원망하며 죽지 않겠다고 매달리며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공학 교수였던 그는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강단에 서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 세 아이를 위한 강의였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삶의 이야기’였다. 강의 제목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였다고 한다. 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출간된 책이다. 책을 읽자마자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찾.. 2010. 8. 10.
내 청춘의 단면을 일깨워준 [청춘의 문장들] 한창 구르지예프, 장자, 칼릴 지브란 이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다가 잠시 쉴 겸 해서 집어든 책 [청춘의 문장들]. 그런데 첫 장을 읽자마자 이틀 만에 끝을 보았다. 마감기한을 코 앞에 둔 보도자료를 책상 한 편에 미뤄둔 채, 지어야 할 밥과 볶아야 할 감자를 팽개친 채, 그렇게 나는 김연수를 만났다.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p 9)” 책 서문에 위 글귀만 없었어도 할 일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소설가 김연수는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의 청춘을 담으며 마치 자석을 든 듯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제목을 보고 작가가 좋아했던 명문들이 쏟아지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유년시절의 회상과 인생에 대한 짧은 상념을 엮은 책이다. 내용 중간마다 생각을 깊게 만드는 .. 2010. 8. 10.
개그콘서트를 끝낸 개그맨들이 참 부러운 이유 미국에 온 다음에는 통 개그콘서트를 볼 수가 없지만 서울서 그것을 한창 즐겨볼 때 나는 개그맨들의 개그보다 늘 마지막 장면에 시선을 멈추곤 했다. 프로그램을 끝낸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꽃을 던지며 꾸벅 인사하던 모습 말이다. 방송을 만든 이들의 이름이 빠르게 자막으로 처리되어 아래에서 위로 훑고 가는 사이, 환하게 웃던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부러웠다. 나도 공연 한번 해봤으면. 무대에 올랐으면……. 사진출처: 유나공장 [인생의 행복찾기] http://unafac.tistory.com 물론 TV방영 프로그램이다 보니 유명세에 따라 어떤 이는 기분이 째질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이번만큼은 편집되지 않기를 고대하며 심기가 편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그맨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밑바.. 2010. 8. 6.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내 안의 강점발견법 인생은 짧다. 우리의 놀라운 의술을 보라고? 그래봤자 100년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면 기분 한번 째지지 않을까? 그런데 웃기는 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얼 잘하는지, 강점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아주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후배가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 내게 말해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누가 이거 해라 그럼 좋겠어.” 소신을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아는 후배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네 교육방식이 주어진 길을 차분히 걷는 법은 가르쳤으되, 자기가 알아서 갈 길을 정하고 계획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었으니 당연한 .. 2010. 8. 6.
아파트 없이 못사는 나라 [아파트 공화국] “자기야, 우리 신혼집 아파트는 몇 평이야? 언제 지은 거래?”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면 신부가 될 여자는 작은 평수라도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꿈을 꾼다. 남자가 능력(?)이 되어 직접소유를 해도 좋지만 뭐, 전세라도 괜찮다. 아파트이기만 하면 말이다. 연일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청약 미달 사태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는 이미 주거공간이기 전에 재산을 불리는 1순위 자산이 된 지 오래다. 인구는 많고 땅이 좁으니 하늘로 쌓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모두 아파트 탄생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가격이 몇 배씩 오르는 아파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한숨 한 번 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 2010. 8. 5.
우리집 덧밭에서 자라는 소중한 생명 저희 집 뒤뜰에는 손바닥만 한 텃밭이 있답니다. 전에 살던 사람이 깨, 고추 등을 길렀었는데 우리가 들어오면서 그대로 물려받았지요. 올 봄 동네 공원 한 구석에 놓인 거름을 날라다 몇 번 뿌린 것 말고는 별달리 한 것이 없는데도 햇볕이 좋아서 그런지 농작물들은 참 잘만 자랍니다. 2010년 5월 25일 텃밭 풍경 2010년 7월 1일 텃밭 풍경 2010년 8월 2일 텃밭 풍경, 지난 5월에 비하면 깻잎 키가 무척 많이 자랐지요?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새 순이 돋아나 키가 부쩍 커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위대함을 넘어 생명이 얼마나 숭고한지까지 느껴집니다. 딸내미도 덩달아 신이 나지요. 어린이집 다녀온 후 해가 지면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가지고서는 여기 저기 뿌리는 것을 맡았거든요. 몇.. 201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