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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4

나는 과연 눈을 뜨고 살아 가는가 [눈 먼 자들의 도시] 눈을 감는다. 손을 뻗으면 바로 전까지 눈 앞에 있었던 컴퓨터 자판기가 있다. 문서가 열려 있다면 눈 감고 글자를 치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억을 더듬으며 가구를 피해 현관까지 간 그 다음은? 내가 사는 주택단지 밖까지라도 두 발을 온전히 내디딜 수 있을까? 귀로 차를 피하고 손으로 땅을 더듬거리며…… 뱃속에 있는 둘째 정기검진 차 병원 가는 길, 오래 기다릴 것을 예상하고 ‘가볍게 소설이나 읽자’하여 가방 속에 넣은 책, [눈먼 자들의 도시]. 대기 시간 중 짬짬이 읽다가 어느새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고 잠시 후 다시 오겠다고 하면 바로 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끝을 봐버렸다. 소감? 충격이다. 어느 .. 2011. 7. 7.
무얼 먹느냐로 세상을 바꾸다 [음식혁명] 세상을 바꾸는 방법도 가지가지. 이집트 민중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끌어냈듯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 때론 붉은 피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좀먹듯 조금씩 대중의 생각을 물들이는 우리 언론도 어찌 되었든 세상을 움직이긴 한다. 하지만 반드시 거창한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손쉽게, 내가 오늘 무얼 먹을지 선택하는 것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가 존 로빈스는 책 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육식과 채식에 관한 상식,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을 보여주며 식탁 위의 작은 혁명을 이야기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육식과 해산물의 소비를 줄이고 유기농 채소를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하는 길이요, 동식물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의 환경과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건데 이걸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함과 충격의 연.. 2011. 4. 15.
골 때리는데(?) 참 재미있는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제목도 범상치 않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소설이라면 저마다 장르란 게 있는데 이 소설은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까. 로맨스 소설? 정치소설? 가족소설? 뭐 아무래도 좋다.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잘 버무려져 있는데다가 재미까지 더해져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니 장르쯤이야 몰라도 좋다. 작가 주노 디아스는 등단한지 11년 만에 처음 내놓은 이 장편 소설로 퓰리처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비롯 여러 상을 탔단다. 당연하게 이 소설은 아마존,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책 한 권으로 이런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단 말인가!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하늘을 찔러댔다. 이 소설은 분명 오스카 와오의 눈물겨운 사랑쟁탈기이다. .. 2011. 4. 6.
꿈을 잊은 그대에게 딱 좋은 책 [꿈PD 채인영입니다] “로또가 되어 ‘억’ 소리 나는 돈을 만져봤으면 좋겠다!” 이것을 과연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흔히 우리는 꿈을 이야기할 때 조금 거창하고 이상적인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또 당첨 같은 것을 꿈으로 삼기엔 왠지 속물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꿈PD 채인영은 그것도 훌륭한 꿈이라고 말합니다. 복권으로 돈을 벌고 난 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더 깊은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지요. [꿈PD채인영입니다, 채인영, 샨티]는 정신과 전문의 채인영이 쓴 꿈 이룸 프로젝트에 관한 책입니다. 먼저 ‘꿈PD’에 대해 설명해야겠네요. 아시다시피 PD는 Producer의 약자이지요. 보통 방송 프로그램 감독을 PD라 하는데, 저자는 사람들의 꿈이 무언지, 어떻게 그걸 .. 2011. 2. 25.
숲과 삶이 통하는 이야기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본디 책이란 여러 장 종이의 묶음이건만,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문학동네, 2010년] 안에서는 느릿느릿 숲의 소리가 흘러 나온다. 자작나무, 편백나무, 저어나무, 작약꽃, 도라지꽃, 연꽃……. 그것들의 이름을 또르르, 또르르 입 안에서 굴리다 보면 민통선 자등령 고개 사이로 숲이 흔들리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자박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나무는 늙은 나무들도 젊은 잎을 틔우니까 한 그루 안에서 늙음과 젊음이 순환하는 겁니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르지요(212p).”라며, 일흔이 넘은 숲 해설사가 수목원을 찾은 노부부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한 인간의 시간 안에도 나무와 같이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데 범벅 되어 백설기 같은 조각이 나뒹구는.. 2011. 2. 20.
설탕이 약으로 쓰일 때가 있었다고? [설탕의 세계사] 설탕에게도 조오은~ 시절이 있었단다. 결핵치료제, 해열제 같은 약재로서 대접을 받았는가 하면 가격이 무척 비싸 상류계급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던 화려한 때 말이다. 오늘날 비만과 성인병, 충치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설탕, 옛날이 좀 그리워질 만도 하다. 미움을 받아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 입 속에 들어가는 행운을 누리지만 말이다.  [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장미화 옮김, 좋은책만들기]는 설탕의 탄생과 위상, 대중화 등 설탕에 관한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게 꼭 설탕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확히 콕 집어 말하자면 설탕을 매개로 한 세계 인류의 역사이다. 입에도 잘 붙지 않는 왕족 이름과 연도를 들먹이며 배우는 역사보다는 식품을 통해 접한 역사가 신기하.. 2011. 2. 8.
불안정한, 그래서 가능성 많은 서른을 다독이다 당신의 서른은 어떠했나? 아직 겪어보기 전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한참 지난 건 아닌가? 조선 시대 같으면 자식의 자식까지 보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나이련만 21세기의 서른은 스스로 자신 있게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금은 어정쩡한 나이로 바뀐 듯하다. 우리는 유독 서른이라는 시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행가만 해도 ‘서른 즈음에’, ‘서른을 바라보며’ 같이 스물이나 마흔, 쉰보다 서른을 노래한 것이 많다. 때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서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도 하다. 서른이 되면 뿌연 안개가 걷혀 앞길을 훤히 비추듯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길만 따라 걸으면 될 줄 착각하기도 한다. 직접 건너 보니 서른은 그저 스물아홉 다음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당황스러운. .. 2011. 1. 26.
창의적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광고. 그것의 영향을 받든 말든, 그게 좋든 싫든 현대인 중에 광고를 외면하고 살아갈 이 얼마나 될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이왕 즐길 광고가 소비를 부추기는 데만 그치지 말고 재미나 따뜻한 감동을 준다면 꽤 즐길법하지 아니하겠는가! 불가능하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아예 말을 마시길. 올해 서른과 마흔 딱 그 중심에 서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것이 아닌 것이 아니었구나”를 외치며 나이 탓을 하려는 찰나,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알마 / 박웅현, 강창래 지음]. 책 표지에 세로로 쓰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이 좀 길고 복잡한데, 광고를 만드는 박웅현이 주인공이다. 글은 출판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 강창.. 2011. 1. 18.
걸음을 멈추고 나무마다 매달린 문학을 만나볼까? [문학의 숲을 거닐다] 책 제목 [문학의 숲을 거닐다]. 책장을 들추면 정말 장영희 영문학 교수가 안내하는 문학의 숲 속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을 수 있다. 헌데 이건 전체 숲을 보는 책은 아니다. 숲 속을 이루고 있는 나무, 꽃부터 시작하여 새, 벌레, 이슬, 발 아래 흙 속에 숨겨진 깨진 돌멩이까지 하나, 하나 어루만지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각 장 마다 주옥 같은 문학작품과 작가들 이야기에 장 교수의 추억이 덧대어져 나무 옆 바위 위에 앉아서 듣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 중에서도 외국 문학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장 교수가 몇 년 전 한 일간지에 게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60편이 넘는 짧은 호흡의 글로 약 70개 이상의 작품이 등장하는 통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릴 .. 2011. 1. 15.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텔레파시를 받다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대답은 각양각색일 터. 누구는 소소한 일상의 끼적거림일 테고 누구는 직장 업무 중 일부, 또 누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일 수 있다. 고미숙씨는 책 에서 글쓰기란 신체를 단련시키는 공부의 최종심급이라고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시나리오 작가 한 분은 글이란 자기 존재 자체 아니,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고도 했다. 내 경우엔 한동안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가 요즘은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다. 미국 호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저서 에서 글쓰기를 정신감응이라 했다. 정신감응? 사전을 찾아보니 텔레파시라고 나온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 알겠다. 내가 스티븐 킹이 몇 년 전 전송한 신호를 받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글의 텔레파.. 2010. 10. 20.
[불안] 현대인은 왜 불안을 느끼는 걸까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불안 p 80~81) 장 자크 루소가 에서 말한 내용을 알랭 드 보통이 저서 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이는 부에 대한 이야기지만 행복도 마찬가지일 터. 도달하고자 하는 기준이 높을수록 우리는 불행하며 때론 불안하다. 가진 자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갖으려는 마음, 최고의 위치에 있는 스타가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유지하고픈 욕망, 그 이면에는 그렇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불안이 숨 쉬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 했다. 인간에게 욕망은 당연한 심리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남들보다 더 부유해지고 싶고, 더 유명해지.. 2010. 10. 5.
[인간 없는 세상]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꿈꾸며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법도 하다. 이 세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단 한 명의 인간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물론, 영화가 되려면 한 명 혹은 두 명은 남겨둬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막힌 가상 시나리오가 작가나 감독이 아닌 저널리스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인간 없는 세상]이란 책을 마냥 재미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 논픽션, 즉 현실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인간이 사라진 뒤에 남을 생명체와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을 상상하기 위해 독자는 지구가 탄생할 당시까지 거슬러가거나 백년, 천년, 만년, 몇 억년 후의 미래를 누벼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지난날이나 앞날에 .. 2010.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