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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짧은 생각20

가족이란 이름이 좀 버거울 때 며칠 째 비가 온다. 뒤뜰에서 막 고개를 내민 상추 새싹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되련만, 나에게는 그저 흐리고 가라앉은 날의 연속이다. 햇볕을 보면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려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 일기예보, 목요일 잠깐 해 뜨고 나머지는 모두 비, 비, 비. 조금 더 허우적거려야 한다. 요즘, 가족이 과연 무얼까 생각한다. 내가 만든 가족 말고, 나를 만들었던 가족이 따뜻함, 배려, 사랑의 단어를 넘어 굴레, 구속이 되면서 드는 상념이다. 어릴 적 나는 모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 또한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진리인줄 알았다. 언제나 부모는 자식을 감싸고 자식은 공경으로 부모를 위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성폭행했다는 기사가 들.. 2011. 4. 12.
막장이어도 내가 ‘미즈넷’에 가는 이유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어떻게 육체를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한다. 남들은 그걸 또 도덕론이라 불렀단다. 그다지 철학에 심취한 아줌마가 아닌지라 데 오빠가 통제할 방법을 찾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면 나 좀 알려 주지. 머리로는 밥하고 청소하고 책 읽고 서평 써야 한다고 빠삭하게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 속일까,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만 펼치면 머릿속 지우개가 작동하여 현실을 잊고 들어가는 곳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운영하는 . 모바일용 화면으로 보면 초기 화면에 뉴스가 몇 줄 뜨는데, 그 옆 FUN이라는 카테고리를 누르면 맨 첫 줄 미즈넷 게시판 제목이 한 줄 뜬다. 그것만 읽어도 다음 내용이 얼마나 궁금해지는지! 제.. 2011. 2. 15.
올해 우리집 입춘첩, 부지런히 책 읽자 오늘이 입춘이라지요. 미국 시간으로 따지면 아직 몇 시간 전입니다. 오늘 저녁 가족끼리 둘러 앉아 오붓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남편이 입춘첩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입춘첩? 입춘은 알겠는데 입춘첩은 처음 들었다고 하니 우리 남편 혀를 끌끌 찹니다. 입춘첩은 입춘날에 대문이나 들보, 기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라고 하네요. 무식하면 배우면 됩니다. ^^ 남편이 인터넷에서 입춘첩을 찾다가 좋은 게 있어서 공책에 써 놓았다고 보여줍니다. 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만 있는 줄 알았더니 종류도 많고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오호~ 보자마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은 차암 남자답게(?) 써서 걱정인데 한문은 제법 잘 썼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한문 저렇게 못 씁니다. 감탄을 연발하자 남편 왈, 자기가 .. 2011. 2. 4.
증발한 것들을 다시 거두어 들이다 일주일 째 별 것을 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밥과 청소를 했고, 나머지 시간은 영화를 보거나 오락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즐겼다. 크게 웃고 싶었지만 다 시시해서 그러지도 못했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게 많아 그것들끼리 충돌하는 것을 막느라 진땀을 빼곤 했는데 어쩜 모든 의욕이 한꺼번에 사라졌을까? 며칠 전 하늘에서 굵은 눈송이가 송이송이 내리던 날, 눈이 내리는 방향과 정반대로 마음속 긍정의 힘들이 증발되어 올라갔다. 그것이 눈에 보였다면 아마 사이다나 환타에서 ‘샤샤샤’ 소리 내며 올라가는 탄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탄산 하나에 의욕이, 탄산 둘에 용기가, 탄산 셋에 기쁨이…… 하나 둘 소리 없이 올라가니 남은 건 불안과 슬픔, 허무와 걱정뿐이다. 간신히 책 한 권을 들고 버텼다. 가끔 블로그에 .. 2011. 2. 2.
새해 새 마음 새 다짐 그리고 “영글음” 눈을 떠보니 밤새 소리도 없이 내린 눈이 10cm는 쌓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집 똥강아지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짜 똥강아지 마냥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아직 덜 컸는지 저도 운전 걱정을 잠시 미루고 마음이 들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아이와 남편을 바래다 주고 오는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일품입니다. 잎사귀 떨어진 겨울 나뭇가지마다 일렬로 눈꽃 옷을 덧입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부러 쉬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블로그 활동을 뜸하게 하다 보니 이것도 습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무슨 글을 올려야 할지 막막한 것이 쉬는 김에 좀더 쉬어도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문득,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싶습니다. 일도 사랑도 현재진행형일 때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 2011. 1. 13.
겨울바람을 느끼고 올까 해요 정확히 한 달 만입니다. 10월에 가을 어쩌고 하는 글 하나 올리고 나서 정신 없이 일하느라 제 블로그에 글 하나 못 올리고 이웃 블로그 방문은 꿈도 못 꾸었네요. 끝이 있을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일만 하려니 좀이 쑤시고 1년 반 전 직장다닐 때는 어떻게 다녔을까 싶었습니다. 원래 감수성이 예민하여 굴러가는 낙엽이 아직도 웃기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그래서 가을이 되면 가을 심하게 타는 성격인데 이번 가을은 바빠서 그런 것 다 안하고도 휙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잘 된 걸까요? 후훗... 산과 들로 둘러쌓인 우리 동네 가을이 무척 예뻤던 걸 기억해요. 비록 올해는 그 아름다움마저 느낄 겨를이 없었지만 올 가을도 틀림없이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2010. 11. 24.
“전 빠른 77인데요” 한국사회에서 나이가 갖는 의미 오랫동안사람을만나면나이부터묻는버릇이있었다. 학번이깡패, 동기사랑나라사랑같은학습효과(?) 덕택인지어떤모임이든저사람은선배, 쟤는후배이런식의분류가끝나야마음이편했다. 나와나이가같으면대뜸말놓고지내자하며친구를맺는다. 상황에따라 76년생까지도영역을넓힌다. 그때사용되는논리는? 나는빠른 77이라지! 한국사회에서나이는중요하다. 학창시절엔학번도한몫하는데사회에서만나는모임은대개나이에따라관계가일목요연하게정리되고호칭이정해진다. 같은학교를나오지않았어도선배가되고후배도되며남자들끼리는형님, 아우여자들끼리는언니, 동생이가능해지는것도나이에따라서이다. 그리고관계맺기가끝나면어떻게대할지방식이결정된다. 하하호호웃는속에서도 '선배는하늘, 후배는땅'이라는공식은사회곳곳에뿌리를펼치고있다. 미국에온지 1년하고 2개월되었다. 몇달전영어공부를한다는핑계로미국드라.. 2010. 10. 20.
비오는 날 버스 안에서 날아다닌 난상들 뉴욕 가는 버스 안이다. 어느 곳에 가든 대부분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가야하는 미국에서 장거리 버스를 타는 것은 그 자체가 일탈이자 여행이다. 오랜만의 일이다. 방랑벽이 있는 나는 그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들뜬다. 비록 내일이면 다시 같은 길을 돌아와 일상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단지 오늘이다. 가을을 알리는 빗방울이 창을 타고 주루룩 미끄러진다. 구름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하늘과 구름의 경계가 없다. 목장이며 집들은 거짓말처럼 나왔다 사라지며 등뒤로 등뒤로 물러난다. 간간히 나무 사이로 보이는 노란 옥수수 밭, 수확의 계절을 확인했다. 쾌청한 날씨여도 좋았겠지만 혼자 떠나는 길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꽤 즐길 만하다. 길가에 이름 모를 잡초는 줄기 끝에 진하고 노란 .. 2010. 9. 15.
블로그 운영 고민 글을 올린 뒤의 이야기 어제 블로그에 글을 올린 후 곧바로 외출을 했습니다. 자동차 인스펙션 점검 때문에 카센터에 차를 맡겨놓아던지라 찾으러 가야 했거든요. 미국은 차 없이는 이동이 무척 힘들답니다. 특히 작은 시골마을에는 대중교통이 그렇게 좋지 않아 더욱 그렇지요. 다운타운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왠일인지 오기로 한 시간에 오지 않더라구요. 아이를 데리러 가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순간, 카센터까지 걷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조잡한 프로그램으로 손질했더니 색감 죽입니다! 간간히 운동복 차림으로 달리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거의 아무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시골 산길을 노래를 부르며 영어를 들으며 한시간 가량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무지 후회했습니다. 블로그에 괜히 글을 올렸다 싶었거든요.. 2010. 9. 10.
블로그 운영에 대한 고민 바로 이 전에 쓴 글에서 '오공'이란 내 절친이 나보구 글이 진부하단다. 요즘 들어 내 글이 참 시대착오적인 건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들은 이야기라 (아니 읽은 이야기라) 생각이 많다. 인정하긴 싫지만 일기가 아닌 이상, 글이란 읽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써야할 것도 같은데... 다음 뷰로 내보낸 글이 베스트가 되지 않으면 하루 30명 남짓 되는 방문객 수는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 천성이 그런 걸 어째!... 라고 자학하다가 남들 블로그 가봤더니 주부들인데도 어찌나 이야기를 알콩달콩 잘 풀어내는지 한숨만 쉬다가 왔다. -_-;;;; 내 몸 속에 100kg 쯤 되는 돌덩이가 있는 게 틀림 없다. 도데체 남들은 다들 왜그렇게 잘만 하는 걸까? 샘도 나고 화도 나고... . . . ... 2010. 9. 9.
가을, 그 센치멘탈함에 대한 독백 남편이 학교에 가면서 내려 놓은 커피를 찻잔에 담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기계 탓에 미지근하다. 미국 와서 길들여진 원두커피 맛은 참 좋다. 허나 커피는 어느 정도의 뜨거움을 간직해야 제대로 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법. 식어버린 검은 음료를 다시 커피메이커에 붓는다. 버튼을 누르고 불이 들어왔으니 몇 분 후면 따뜻한 커피를 입속에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실 창으로 볕 좋은 햇살을 잠깐 즐기다가 어젯밤 읽다 만 책을 집어 든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쓴 . 너는 사랑하고 있으니 무죄, 너는 사랑 안 하니 유죄, 그리고 힘차게 내리치는 꽝꽝꽝.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순간처럼 이 책이 다시 손에 와 붙어 버렸다. 작년 봄 광화문 교보문고 한 귀퉁이에서 뚝딱 읽었을 때가 처음이었지 아마. .. 2010. 9. 8.
1년 내내 겨울바다에 가는 여자 매일 아침 남편과 딸내미가 떠나고 난 집에서 나는 내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전업주부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기업 홍보팀에서 광고, 사보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써대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직장인이었는데, 남편 공부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나니 회사를 위해 썼던 시간이 모두 내 것이 되었다. 홍보 일을 무척 좋아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요즘 생활도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예나 지금이나 대청소를 할 때면 영화 ‘봄날은 간다’ OST를 듣는다. 8년 전 겨울,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기 전이었고 가야할 길을 몰라 해맬 때 거제도를 달리는 차 안에서 숱하게 듣던 음악이다. 첫 멜로디가 나오는 순간이면 나는 언제나 한 곳으로 달려간다. 부드러운 곡선의 해안이 있고, 잔잔했지만 파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김승옥의.. 2010.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