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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마지막 강의] 인생에 장벽이 존재하는 까닭

by 영글음 2010. 8. 10.

마흔 일곱의 한 남자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이는 셋, 당시 막내는 겨우 18개월로 말도 잘 못할 때였다.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의 시간 앞에 세상을 원망하며 죽지 않겠다고 매달리며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공학 교수였던 그는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강단에 서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 세 아이를 위한 강의였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삶의 이야기’였다. 강의 제목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였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출간된 책이다. 

책을 읽자마자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찾아 봤다. 유튜브에서만 900만 명 이상 보았다고 한다. 그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서 10분 동안 요약 강의를 했던 영상도 보았다. 저 사람이 정말 암 말기 환자 맞나?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 유쾌하고 정열적이고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 같지 않았다. 강연 도중 많은 이들이 깔깔 대며 웃는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울다가 웃기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랜디에게는 어릴 적 월트디즈니의 이매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는 “내가 받아 본 답변 중에 가장 친절했던 것으로 기억될 수 있는 ‘저리 꺼져’ 식의 답장을 보내왔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교수를 하던 중 안식년을 받아 몇 개월 간 디즈니의 이매지니어가 되어 알라딘의 마법 융단이라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벽이 왜 존재하는지 배웠다고 했다. 

“장벽을 통해 우리는 그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깨닫게 됩니다.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빛의 속도로 온 몸에 전율 같은 게 흐를 때가 있다. 이 구절 역시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걸림돌을 만나면 포기하는 법을 먼저 익힌다. 그게 훨씬 쉬운 방법이니까. 그래서 그걸 뚫는 사람은 다른 이들이 우러러 보고 칭송한다. 우리의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던지는 시선처럼 말이다. 하지만 꿈이 진실로 절실하다면, 결코 그만둘 수 없는 꿈이라면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승부 하는 길을 찾아야할 것이다. 나는 랜디를 통해 장벽을 맞이하는 자세를 배웠다. 넘느냐 마느냐는 그 뒤의 일이다. 그는 또한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 

“스스로에게 물어라.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랜디에게는 더 많은 것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기에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주기에도 몇 개월의 시간이 짧았다. 그러나 꼭 죽음을 눈앞에 두지 않은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쓰잘머리 없는 일을 하느라 정력을 낭비한다. 이를테면 ‘멍 때리고’ 앉아 주야장천 TV를 보는 일도 이것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 일 하나하나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인가 아닌가? 정말 가치 있는 일인가? 내 꿈을 실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일인가? 꿈은 과연 무얼까? 그것이 명확해지면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백해질 것 같다. 물론, 그 답을 찾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죽음을 앞두었던 남자에게 나는 사는 방법을 배웠다. 그 점이 미안하기도 하면서 참 고맙다. 책을 실제 읽어 보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담을 수 있었다. 눈물로 시작해 많이 웃고 다시 울다가 결국 눈물로 막을 내렸던 <마지막 강의>, 인생을 좀 더 정열적으로 살고 싶으신 분들께 권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