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런저런 이야기/딸 키우기

“아빠 입술은 엄마 거야”라는 말에 딸내미 반응

by 영글음 2010. 8. 11.

우리 집에는 규칙이 하나 있답니다. 결혼하고 나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먼저 잠자리에 눕던 나중에 누운 사람이 먼저 누운 사람에게 뽀뽀를 해야 합니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설령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그것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 행동양식입니다. 한 쪽이 먼저 잠들어 있는 경우만 빼고 매일 그렇게 한 뒤에야 잠을 잡니다.


우리 똥강아지가 태어난 뒤에도 늘 ‘굿나잇 뽀뽀’를 합니다. 똥강아지가 어릴 땐 엄마, 아빠가 뽀뽀를 하건 말건 상관을 않더니 요샌 자기도 하겠다며 입술을 쭉 들이밉니다. 어쩔 땐 셋이서 한 곳에 입술을 모아 ‘쪽’ 부딪히기도 한답니다. 그건 뭐, 뽀뽀라고 하기도 뭣하고 입술 박치기에 가깝습니다.

며칠 전 밤이었어요. 저랑 똥강아지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남편이 뽀뽀를 하려고 다가왔습니다. 저랑 먼저 뽀뽀를 했는데 똥강아지가 역시 “나도 나도”하면서 엄마, 아빠 사이를 파고듭니다. 결국 또 한 번 입술 세 개가 모이고 말았습니다. 요새 남편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다시 공부방으로 갔고 저랑 딸내미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똥강아지! 아빠 입술은 엄마 거야. 똥강아지 거 아니야.”

그저 놀리고 싶어서 한 말이었는데 딸내미 입술이 움찔 움찔 하더니 양쪽 아래로 쳐져서 곧 울음을 쏟아낼 듯한 표정을 짓지 뭐에요? 저는 심술궂은 엄마, 이때다 싶어서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진짜야. 원랜 엄마만 뽀뽀할 수 있는 거야. 엄마가 양보해서 똥강아지도 할 수 있지.”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우리 딸내미 한마디 하데요.

“엄마……! 쉐어(share)해야지!”

쉐어, 쉐어, 쉐어! 하하하. 다들 아시겠지만 이 말은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공유한다, 함께 나눈다는 뜻이에요. 미국에서는 엄마도 아이도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쉐어한다는 말을 자주 쓴답니다. 또래끼리 놀 때 장난감을 나눠서 가지고 놀라는 뜻에서 어른들이 아이에게 자주 쓰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빠 입술을 공유할 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참 별 것 아닐 수도 있는데 ‘쉐어’라는 한 마디에 우리 부부는 한바탕 실컷 웃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답니다. 아이를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겠지요? 그날 밤 저는 딸내미에게 한마디를 더 해주었습니다.

"있지, 나중에 커서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똥강아지만의 입술도 생길 거야." 

이 말의 의미를 알아듣진 않았겠지요. 설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