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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지표가 될 [위대한 만남]

by 영글음 2010. 8. 16.

인생에 스승을 만난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만 주어지는 삶, 그 길을 걷다 보면 온갖 난관과 시련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 상사, 부모 혹은 여타 다른 이의 조언을 듣고 도움을 얻는다. 결국 두 발을 놀려 다시 걸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 뿐. 이 행보에 진정한 깨우침을 줄 스승을 만나면 열 바퀴나 돌아야 할 일을 한 바퀴만 돌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스승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 점인데,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인물이어도 좋지만 이미 세상을 살다 간 현자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 친절하게도 인도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가 쓴 [위대한 만남]은 세상을 사는데 소중한 가르침을 준 20명의 스승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보디달마, 고타마붓다, 치요노, 장자, 디오니시우스, 칼릴지브란, 구르지예프, 헤라클레이토스, 예수, 카비르, 크리슈나, 크리슈나무르티, 노자, 미라, 니체, 피타고라스, 라비아 알아다비야, 잘랄루딘 루미, 하킴 사나이, 소크라테스.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고 처음 듣는 사람도 있지만 위대한 스승들을 책 한 권속에서 만나는 건 행운이다.

그 장점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360페이지의 책을 며칠 만에 읽으며 20명과 한꺼번에 대면하는 건,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관광지를 몇 군데씩 돌며 주어진 시간 안에 사진 찍고 버스타고를 반복하는 일과 비슷하다. 철학가, 사상가 등 인류 의식에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의 사상과 에피소드를 살짝, 살짝 맛보기만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무척 아쉬운 점이었다.

그대, 현재에 충실할 지어다

이 세상에 과연 진리가 존재할까? [위대한 만남]을 읽다 보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한 이들이 하는 말들이 신기하게도 서로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한창 미래의 모습을 계획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만난 이 책에서 나는 새로운 삶의 지표를 얻었다. 현재를 충실히 살 것.

목표를 쫒아 다니면 그대는 삶을 몽땅 잃을 수 있다. 삶에는 목표가 없다. 이 점을 유념하라. 삶은 목표 없는 유희다. 삶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159p, 헤라클레이토스”

“과거를 생각하면 현재의 순간만 놓칠 뿐이다. (…) 그대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서 죽어 가고 있다. 259p, 노자”

“미래의 일을 미리 결정해 놓고 사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삶의 모든 것은 순간에서 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223p, 크리슈나”

경쟁이 미덕인 시대, 목표는 높을수록 좋고 되고자 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면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시대에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퍽 색다르게 들린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미래의 내 모습도 현재의 내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될 일일 텐데 지금의 순간을 무시하고 산 것 같아 ‘현재’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과거나 미래의 중요성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의 언젠가를 위해 목표를 정한답시고 현재를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명상을 통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도록 자신마저 비우라는 붓다의 메시지, 일등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듯 없는 듯 무명인으로 살라는 노자의 메시지, 바른 것에서 시작하면 삶은 점점 더 쉬워진다는 장자의 메시지……. 채우는 데만 급급하게 살다 보니 이런 메시지가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급박한 속도전에 나선 현대인, 자신의 마음조차 다스리지 못해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꼭 한 번은 곱씹어 되새길 필요가 있는 메시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내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