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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내 안의 강점발견법

by 영글음 2010. 8. 6.

인생은 짧다. 우리의 놀라운 의술을 보라고? 그래봤자 100년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면 기분 한번 째지지 않을까? 그런데 웃기는 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얼 잘하는지, 강점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아주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후배가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 내게 말해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누가 이거 해라 그럼 좋겠어.”


소신을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아는 후배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네 교육방식이 주어진 길을 차분히 걷는 법은 가르쳤으되, 자기가 알아서 갈 길을 정하고 계획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었으니 당연한 결과일 법도 하다. 어쨌거나 자기가 대체 ‘뭘 잘하는 인간’인지 알게 된다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인생을 좀 더 알차게 살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왜? 다른 일을 이룩하는데 10의 노력이 필요했다면 잘하는 일에는 5만으로 될 수도 있으니까.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쓴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는 그런 점에서 유익하다. 갖가지 자기계발서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너 대체 뭘 잘하니?”하고 묻는 책이 신선했다. 다소 원론적인 이 질문 앞에 기질적 특성이 다른 연구원 6명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누구는 강점을 찾기 위해 지나온 날을 되짚고(▲산맥타기), 누구는 부모를 통해 자신을 본다(▲DNA 코드발견). 어떤 이는 욕망을 분석하며(▲욕망 요리법), 다른 이는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일을 들추어 본다(▲몰입 경험 분석). 또한 일의 성과 뒤에 숨은 보물을 발견하거나(▲피드백 분석), 개관적 혹은 주관적으로 자신을 만난다(▲내면 탐험).


다양한 방식으로 찾은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서문에서 이미 찾아가는 방법만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니 넘기도록 하자. 그래도 책에는 평범한 저자들이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인생에 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미흡함을 달랠 수 있다. 

 

나도 강점 찾기 프로젝트에 나섰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 강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강점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니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강점을 파악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다. 서장까지 읽었을 때는 욕망 요리법이나 몰입 경험 분석이 좋을 것 같았으나 읽다보니 산맥타기와 내면탐험이 더 적당했다. 


결과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강점뿐 아니라 속속들이 드러나는 내 이면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찌 보면 약점이라고도 말할 그런 부분인데, 그렇다면 이 책을  내 안의 특성발견법이라고 해야 하나? 또 가만 생각해 보니 그 특성이 때로는 강점이 되었다가 약점도 되었다가 하는 얄궂은 것이었다. 언제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괴로움을 동반하는 법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