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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실리 밴드

by 영글음 2010. 8. 12.

요즘 미국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실리 밴드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합니다. 뭐, 이건 제 표현이고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나 봐요. 실리 밴드가 무엇이냐! 하면 실리콘 재질로 만든 고무줄이랍니다. 일반 고무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는 점이지요. 쓰임새는? 그저 팔에 몇 개씩, 아니 몇 십 개씩 팔찌처럼 거는 것이에요.

  

사진 출처: http://sunshineandsnoopy.blogspot.com (왼쪽) / http://kids-rock.net (오른쪽)

동네 초등학교 꼬마들이 하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는데 어른 입장에서는 너무 우습답니다. 풀어 놓고 보면 모양은 예쁘지만 팔찌로 착용하면 모양도 쭈글쭈글 별 멋도 없어 보이는 이것이 미국에서 대 유행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지요. 실리 밴드를 검색해 보니 이걸 제작하는 회사는 일주일에 천 건 이상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바쁘다고 해요. 매달 수백만 개의 밴드가 팔려나가고요.

아직 어린이집까지는 유행되지 않았는데 우리 똥강아지도 말은 안했지만 내심 갖고 싶었나 봅니다. 엊그저께 마트에 갔는데 하필 계산대 옆에 쌓아두고 팔고 있지 뭐에요? 아니다 다를까, 제가 물건을 계산하는 사이 똥강아지가 하나를 ‘떡’하고 들고 왔답니다. 눈 깜작할 사이 저도 모르게 계산을 마쳤지요. 결코 싸지는 않습니다. 24개가 들어 있는데 4.95불, 한국 돈으로 따지자면 5천원이 넘는 금액이니까요. 예전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돌풍이 일어나고 나서 가격이 2배 정도 올랐다고 해요.



차 안에서 이미 봉투를 뜯는 순간부터 무척 신이 난 똥강아지, 집에 오자마자 옆집 언니들이 하는 대로 24개를 몽땅 팔에 걸었습니다. 그동안 봐왔던 것은 대부분 동물 모양이 많았는데 이번에 산 밴드는 공주와 성, 신발, 요술봉, 왕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똥강아지가 구두 모양을 한 실리 밴드를 들고 와서 엄마에게 신겨주겠다면서 발목에 채워주고 갔습니다. 물론 자기 발에도 걸었지요. 밴드를 신발처럼 신는다고 잡아당겨 발에 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둘이서 크게 웃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하루 종일 실리밴드를 하고 있어야 했답니다.

이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밴드가 미국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혹자는 ‘경제 불황’ 때문에 비교적 싼 가격의 밴드가 인기를 얻었다고도 하고, 다른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으로 보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자기가 모은 실리 밴드를 자랑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한다고 해요. 이 정도면 열풍이라 부를 만하겠지요?

이유야 어쨌든, 우리 어릴 적 딱지나 따조 같은 것을 목숨 걸고 모았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리 이해 못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니까요. 여러 분은 그런 거 없었나요? 우표? 편지지? 합체로봇? 그것도 아니면 맥도널드에서 어린이 세트를 사면 주는 장난감이라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