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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미국의 가정 문화 엿볼 수 있는 야드세일

by 영글음 2010. 8. 12.

요즘 저는 운전을 하다가도 ‘야드세일’이라고 세워놓은 표지만 보면 차를 멈추고 위치를 확인합니다. 대개 자세한 주소보다는 날짜와 거리 이름을 써놓는데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당장 달려가곤 하지요. 작년 미국에 왔을 때 이곳저곳에서 야드세일을 한다는 표지를 많이 보긴 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던 게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니 이젠 세일하는 곳이 없나 찾아다닐 지경이랍니다.





메사추세츠주 한 시골마을, 처음 가본 야드세일이었다지요. 2010년 5월이네요.


 
야드세일(Yard Sale) 혹은 거라지세일(Garage Sale)이라고도 하는 이 세일방식은 개인이 더 이상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을 집 앞마당, 뒷마당, 혹은 차고에 펼쳐놓고 파는 것이에요. 한마디로 개인 벼룩시장이지요! 미국은 아파트보다는 1, 2층 정도의 주택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이런 문화가 가능하지 싶습니다. 특히 이 동네는 대학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라 그런지 학생들 이동이 잦은 6월, 7월에 자주 하는 것 같아요.

꼭 마당이 아니어도 거리에 판(?)을 벌여 놓기도 합니다.

 

구지 말하자면 이건 거라지세일이지요. ^^ 



제가 원래 중고 시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야드세일이 더 좋은 건 그 집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 집에서는 이런 접시를 썼구나, 저 집에서는 테이블에 이런 천을 덮었구나 같이 개개 가정의 살림살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답니다. 그 집의 아이가 지금은 얼마나 컸을까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 전반의 문화도 보이는데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무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크리스마스가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도 알 수 있어요. 크고 작은 장식소품도 많이들 쓰는 것 같아요. 특히 양초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필수품이지요.



가끔은 ‘아니 뭐 이런 것까지 다 내다 팔려고 할까?’싶은 물건도 많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어린 딸, 아들이 종이에 오려붙여 만든 작품(?)도 팔고, 시판 음식이 담겨 있었던 유리병 같이 일반 가정에서는 쓰레기통에나 넣을 법한 물건도 나와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이 부르는 게 가격이에요. 처음 야드세일을 갔을 때 저는 사고 싶은 물건을 들고 주인에게 물었답니다. “How much is it?"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다른 사람은 이렇게 묻더군요. "How much do you want?"

 

보통 세일 상품에 스티커로 가격 표시를 해두는데요, 무지 싼 편이에요. 아이 그림책 50센트, 어른 책 1불, 조그만 토끼 인형은 25센트, 유리병은 50센트……. 좀 부피가 되는 것은 몇 불씩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무리 중고라지만 모두 원가를 생각하면 턱도 없는 가격에 물건을 내놓습니다.

제가 볼 때 야드세일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 같진 않아요. 팔 물건을 정리하고 일일이 가격을 정해 스티커를 붙이고 또 진열을 하고, 뙤약볕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정리하는 등의 노동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안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하지만 야드세일을 통해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남들에게 싸게 주며 나눠쓴다는 절약과 실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며칠 전 아침에 딸내미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들른 야드세일에서 소품들이랑 그릇을 데려왔습니다. 독일제 유리 접시인데 3불 달라더군요. 나머지 인형들도 몇 십 센트씩 하는 것들 우리 딸 주려고, 또 몇 개는 올 크리스마스 때 쓰려고 샀어요. 어쩌다 보니 오늘은 엄청 많이 샀네요. 모두 10불 주었답니다. 가난한 아줌마가 호강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야드세일 덕분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