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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57

시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사랑했을까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내 보잘것없는 시가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한다. (본문 중)" 「스무 편의 사랑노래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통해 지금도 전 세계 젊은이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시인.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칠십 평생 현실을 비판하고 사랑하고 투쟁했던 시인. 그래서 행복했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그가 쓴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에는 여자를 사랑하고 민중과 평화, 평등 그 중에서도 시(時)를 가장 사랑했던 그의 일생과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상을 뜨기 2년 전부터 집필하다가 그가 죽은 뒤 유족이 발간한 책이다. 자서전은 칠레 자연과 자란 유년기부터 시작해 전반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중반 이후에는 그와 인.. 2010. 8. 17.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지표가 될 [위대한 만남] 인생에 스승을 만난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딱 한 번만 주어지는 삶, 그 길을 걷다 보면 온갖 난관과 시련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 상사, 부모 혹은 여타 다른 이의 조언을 듣고 도움을 얻는다. 결국 두 발을 놀려 다시 걸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 뿐. 이 행보에 진정한 깨우침을 줄 스승을 만나면 열 바퀴나 돌아야 할 일을 한 바퀴만 돌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스승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 점인데,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인물이어도 좋지만 이미 세상을 살다 간 현자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 친절하게도 인도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가 쓴 [위대한 만남]은 세상을 사는데 소중한 가르침을 준 20명의 스승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보디.. 2010. 8. 16.
[마지막 강의] 인생에 장벽이 존재하는 까닭 마흔 일곱의 한 남자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이는 셋, 당시 막내는 겨우 18개월로 말도 잘 못할 때였다.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의 시간 앞에 세상을 원망하며 죽지 않겠다고 매달리며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공학 교수였던 그는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강단에 서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 세 아이를 위한 강의였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삶의 이야기’였다. 강의 제목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였다고 한다. 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출간된 책이다. 책을 읽자마자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찾.. 2010. 8. 10.
내 청춘의 단면을 일깨워준 [청춘의 문장들] 한창 구르지예프, 장자, 칼릴 지브란 이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다가 잠시 쉴 겸 해서 집어든 책 [청춘의 문장들]. 그런데 첫 장을 읽자마자 이틀 만에 끝을 보았다. 마감기한을 코 앞에 둔 보도자료를 책상 한 편에 미뤄둔 채, 지어야 할 밥과 볶아야 할 감자를 팽개친 채, 그렇게 나는 김연수를 만났다.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p 9)” 책 서문에 위 글귀만 없었어도 할 일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소설가 김연수는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의 청춘을 담으며 마치 자석을 든 듯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제목을 보고 작가가 좋아했던 명문들이 쏟아지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유년시절의 회상과 인생에 대한 짧은 상념을 엮은 책이다. 내용 중간마다 생각을 깊게 만드는 .. 2010. 8. 10.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내 안의 강점발견법 인생은 짧다. 우리의 놀라운 의술을 보라고? 그래봤자 100년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면 기분 한번 째지지 않을까? 그런데 웃기는 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얼 잘하는지, 강점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아주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후배가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 내게 말해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누가 이거 해라 그럼 좋겠어.” 소신을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아는 후배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네 교육방식이 주어진 길을 차분히 걷는 법은 가르쳤으되, 자기가 알아서 갈 길을 정하고 계획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었으니 당연한 .. 2010. 8. 6.
아파트 없이 못사는 나라 [아파트 공화국] “자기야, 우리 신혼집 아파트는 몇 평이야? 언제 지은 거래?”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면 신부가 될 여자는 작은 평수라도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꿈을 꾼다. 남자가 능력(?)이 되어 직접소유를 해도 좋지만 뭐, 전세라도 괜찮다. 아파트이기만 하면 말이다. 연일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청약 미달 사태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는 이미 주거공간이기 전에 재산을 불리는 1순위 자산이 된 지 오래다. 인구는 많고 땅이 좁으니 하늘로 쌓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모두 아파트 탄생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가격이 몇 배씩 오르는 아파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한숨 한 번 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 2010. 8. 5.
[내 인생의 책 - 캔디 캔디] 들장미 소녀의 성장과 사랑 ※ 이 글은 1년 전 글쓰기 강좌를 들을 때 썼던 글이에요. 내 인생의 책에 관해 쓰는 숙제였는데 아무리 뒤를 돌아 보아도 [캔디 캔디]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답니다. 현대사 책이 몇 권 있긴 한데 글로 쓰려니 정리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하지만 지금 내 인생의 책을 골라 보라고 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 [희망의 밥상]을 꼽을 것 같습니다. 1년 뒤에는 또 달라지겠지만요. 1989년,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땐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였고, 홍콩영화 ‘영웅본색’의 장국영 때문에 꼴딱꼴딱 뒤로 넘어가는 여학생들이 줄을 잇던 무렵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의 앳된 티를 벗지 못했던 나와 성남이, 정미는 6번, 5번, 12번. 같은 반이었던 우리 .. 2010. 8. 3.
[조선공주실록] 화려함 뒤에 감춰진 질곡의 삶 조선 공주에 관한 책이라고? 역사학자 신명호 교수가 쓴 『조선공주실록』을 접하고서야 무릎을 쳤다. 그래, 조선시대에 공주도 있었겠구나! 역사 기록이 왕 중심이다 보니 사극 드라마에서도 왕권을 둘러싼 세력다툼과 권모술수 또는 왕비와 후궁 간 암투는 인기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 공주 야이기는 ‘포졸 1’ 정도의 엑스트라 신세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만큼 기록이 없고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공주와 옹주는 116명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제한된 사료를 바탕으로 어렵사리 공주 7명의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복원해냈다. 비록 ‘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성 어미가 종종 등장해 진실여부에 관한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자료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왕의 딸로 .. 2010. 7. 29.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비만을 부르는 비극 ※ 작년 10월에 썼던 글이다. 10개월 후 읽어 보니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고치고 싶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불끈'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그대로 옮겼다. 이것 또한 내 발자취가 되리라. 시사전문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계기는 비만한 미국인 전형이었던 햄버거 몸매(배와 허벅지 등 몸의 중심 부분이 과도하게 살찐 몸매)가 프랑스인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라고 한다. 미국에 와보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몸매다. [독소]는 비만을 비롯하여 암, 심장병, 당뇨, O157:H7 식중독 등 현대 유행 질병의 원인을 우리 밥상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것이 구조적으로 어떤 .. 2010. 7. 28.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의 역사 에세이 남들보다 한 발을 먼저 내딛는 자,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른다. 푸른 경치를 맛보며 편하게 걷는 산 속 오솔길도 옛날 누군가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만들었을 것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의 저자 하워드 진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 정치학자이면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미국 흑인운동의 선구자, 반전평화운동의 선구자. 그는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자세로 자신의 생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행동을 이끌고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를 오늘에서야 만난 게 부끄럽지만, 오늘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었다. 2010년 1월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에세이이지만 읽고 나면 미국 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그의 .. 2010. 7. 27.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에 담긴 소박한 일상 ‘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학 같다.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길게 늘이라면 또 모를까 하고 싶은 말을 단 몇 줄로 표현해야 하는 건 여간 고수가 아니고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읽는 데는 1분도채 안 걸릴 수 있지만 머릿속 이미지는 강렬하고 여운은 오래 가는 법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쳤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를 단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시를 모은 게 아니라 안도현이 마음에 새겼던 여러 시와 함께 짤막한 그의 감상평을 담았다. 평소 시를 즐긴다면 어떤 게 좋은 시인 줄 금세 알아차릴 텐데,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는 적절한 시집인 것 같다. 시인들의 시선이 사뭇 놀랍다. 내가 늘 봐오던 풍경조차 그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찌.. 2010. 7. 24.
우리집 밥상, 가족의 미래를 바꿀 책 [희망의 밥상] 몇 해 전부터인가 우리가 식품으로 먹는 동식물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항생제, 호르몬으로 키운 젖소 이야기나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서 평생을 사는 동물 이야기, 유전자 변형 식물의 폐해 등 실태는 충격적이다. 과자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또 어떤가? 화학적 암호 같이 이름도 요상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한숨 한 번에 가슴을 치는 데만 그치곤 했다. 독으로 키운 먹을거리 뒤에는 거대한 세계 기업과 강대국의 정부가 버티고 앉았는데 하찮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관심은 있어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았자 결론은 하나. “이거 다 지키다간 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그런데 제인 구달은 내가 이렇게.. 2010.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