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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5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아는 투쟁의 대상이다 사람이 죽는 이유는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세상에는 더욱 끔찍하고 처참한 죽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무시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불쌍하기도 할 뿐더러 존재 가치를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일부 아프리카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불행히도 전 세계 각지 인구의 절반, 약 8억 5천만 명이 굶주림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지금도 하루에 10만 명,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못 먹어서 죽어 간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체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술 더 떠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2010. 7. 22.
[사람풍경] 정신분석 책에 사람 향기를 담다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수식어 그대로 이 책은 인간의 여러 감정에 대한 정신분석 서적이자,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지를 돌아본 여행기이고, 김형경의 삶이 녹아든 에세이다. 엄밀히 하자면 ‘여행과 인생을 매개로 한 정신분석 서적’ 쯤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책 한 권에 이 세 가지를 그토록 쉽고도 절묘하게 버무려낸 작가 김형경은 분명 솜씨 좋은 요리사다. 그녀가 인간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이십대부터 심리학, 정신분석 책을 즐겨 읽었던 덕택일 것이다. 미국 오기 전, 교보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제목에 ‘사람’ 어쩌고 하는 게 들어있어서 괜스레 뒤적거리다가 덜컥 사버렸다. 실은 푸른빛으로 펄이 덮인 표지도 맘에 들었을 뿐더러 김훈과 정혜신이 쓴 추천의 글도 한 몫 했다. 책은 ▲무의식, 우울, .. 2010. 7. 20.
[아직도 가야할 길] 삶의 지침서로 삼을만한 책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이 쓴 을 읽고 있자 5살 된 딸내미가 와서 참견을 한다. 마음속에는 엄마를 방해해서 자기와 놀게 만들려고 하는 꿍꿍이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 놓고 그러지는 못하고 책 표지를 쓱 보며 손으로 몇 번 쓰다듬더니 한마디 하고 가버린다. “엄마 이거 길을 찾는 책이네? 재미있겠다.” 길을 찾는 책이라. 책 내용도 모르고 했던 단비의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 책은 스캇 펙의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 의학과 인간의 이해의 원리를 담고 있다. 자라온 환경이나 세계관 등이 인간의 정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배웠다. 저는 책을 읽으며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형광펜이나 펜 등으로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다 읽고서 책을 후루룩 넘겨보니 알록달록 참 화려하기 짝이.. 2010. 7. 17.
[백년 동안의 고독] 한세기 동안 이어지는 삶의 투쟁 문화적 차이를 느끼기 싫어서, 정확히 집어내자면 읽어도 교감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 소설을 외면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지름길일 터. 피하니까 모르고 모르니까 더 손에 잡기 싫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세상으로 나가는 길은 자꾸만 좁아질 것 같았다. 완벽히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느낄 수 있는 만큼만 느끼겠다고 기준을 낮추었더니 한결 편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 난생 처음 접한 남미 소설이다. 이 책은 100년 동안 6세대를 거치면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1세대 주인공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콘도’ 마을에 정착하여 부인 ‘우르술라’와 함께 가문을 일궈나간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대물림되는 이름, 성격, 그리고 그들이 .. 2010. 7. 16.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라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실제 존재하는 객관적인 현상이나 물질도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어떤 이는 그런 시각을 인생관, 세계관이라 하지만 그렇게 거창할 필요도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언제나 진리다. 겨우 먹물을 가지고 화려하지도 않은 선 몇 개 그려놓은 옛 그림이 어제와 퍽 다르게 보이는 까닭은 마음이 달라진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주석의 은 마음을 전하는 책이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이란 결국 그것의 터전을 낳고 함께 즐기는 전체 국민의 안목만큼, 정확히 그 눈높이만큼만 올라설 수 있다 (p 4).” 동양사학,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미술관 큐레이터 등을 거쳐 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었던 오주석이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옛 그.. 2010. 7. 13.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간 여성의 운명 개척기 손에서 놓기 싫은 책을 만났다. 숨을 쉬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그 속에 펼쳐지는 대 서사극을 바쁘게 따라가다 보니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 어느새 끝나 있었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쓴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몇 장의 티슈로 눈물을 찍어내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가슴이 시리도록 찬란하게 펼쳐지는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마음 놓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던 마리암, 평범하고 진보적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마리암과 같은 남편을 둘 수밖에 없었던 라일라. 마리암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면 라일라는 운명을 개척하는 편이었지만 그녀들 앞에 닥친 시련은 결국 같은 모습이었다. 심한 여성차별과 가난, .. 2010. 7. 13.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서 있나 제도적 민주화를 이뤄낸 지 2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흘렀다. 87년 6.29 선언 이후 민간 정부가 들어서고 권력이 바뀌고 또 다시 바뀌는 동안 우리네 민주주의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어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역사상 어느 나라건 그것이 순탄하게 발전한 적은 없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평소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저서 에서 절차적 민주화를 거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되짚으며 오늘의 정치를 읽는다.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 그것의 기원과 갈등,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 등 총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2002년 초판을 내고 2005년 개정판을 낸 책으로.. 2010. 7. 1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시인 그리고 시를 사랑한 소년 시 한편으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본 적이 있는가? 갖은 은유법, 직유법으로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풀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이다. 소설 속 주인공 마리오 역시 달콤한 시적 언어로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그도 시인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칠레 민중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시를 향한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주민 대부분이 어부로 사는 작은 바닷가마을, 17세 마리오가 이슬라 네그라에 사는 네루다에게만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5년 전, 배낭여행을 할 적에 바다가 손짓하는 이슬라 네그라의 네루다 생가를 가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졌다.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에.. 2010. 7. 6.
[호밀밭의 파수꾼] 빌어먹을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 읽기가 불편했다. 광활한 호밀밭을 상상하며 책을 펼쳤건만 그곳에는 아름다운 자연도, 자연에서 열심히 노동하는 농부나 파수꾼도 없었다. 대신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사춘기 소년과 너저분하고 좁은 뒷골목이 떠오르는 뉴욕의 거리가 있었다. 문장마다 묻어 있는 다소 어수룩하고 성숙하지 않은 말투, 이를테면 비속어 같은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책 뒤표지에는 ‘재즈의 음률을 담은 수많은 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해 놓았지만 한국어로 읽으니 그런 감각적인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속력이 났다. 주인공의 심리, 거리나 풍경 등 작가의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뛰어나 한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느새 주인공을 이해하고 그가.. 201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