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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길을 걷다가 초등학교 방문하다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함께 따라 웃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칠레 남쪽 마을 푼타아레나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어요. 갑작스런 소나기에 비를 피한답시고 건물로 몸을 들이밀었는데 그곳이 바로 초등학교였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에 유리문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현관을 지나던 백발 교장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학교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니 교장이 직접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그 덕에 한 시간 동안 교정과 교실을 돌며 칠레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도 보고 칠레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우리가 방문했던 칠레 발디비아 초등학교 건물 전경 노트북 분실 사건으로 아이들 사진을 홀랑 잃어버려 안타까워하고 있을 무렵, 발디비아에서 또 다른 초등학교를.. 2011. 3. 18.
[칠레] 칠레 대학생들의 새내기 신고식 발디비아 강 건너편에 테하(Teja) 섬이 있습니다. 그곳에 오스트랄 대학교가 있지요. 걷기 좋은 캠퍼스라는 명성답게 입구부터 양 갈래로 길게 늘어선 나무가 우리를 반기며 인사합니다. 길을 걸으며 책을 보는 이도 있고, 연인인지 두 손을 꼭 잡고 가는 남녀학생도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그런데 조금 생소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한 여학생 무리가 얼굴과 옷에 온통 페인트와 밀가루쯤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를 뒤집어쓴 채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모습을 보니 푸에르토 몬트 거리에서 만났던 비슷한 차림새의 젊은이들이 생각났답니다. 그땐 당당하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그들이 무서웠어요. 거지나 집시가 아닐까 생각해서 멀찌감치 피해버렸습니다. 앞으로 몇 달이나 남은 여행을 .. 2011. 3. 18.
우리집 뜰에도 봄은 오는가! 동네가 산속 한가운데 있다 보니 이곳은 3월, 4월까지 꽤 쌀쌀하답니다. 날이 따뜻해도 절대 방심하면 안 되요요. 갑자기 눈이 올 수도 있거든요. 지난 주에도 한 차례 눈이 내려 쌓였지 뭐에요. 그런데 눈이 내려도 대기엔 벌써 봄의 싱그러움이 묻어있긴 하답니다. 뭐랄까, 생명의 힘 같은 것? 추워도 절대 겨울이라 부를 수 없는 강력한 힘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 일하다가 문득 창문너머로 뒤뜰을 살펴 봤는데, 눈 덮인 땅을 뚫고 파 새순이 돋는 게 보이지 뭐에요! 전주인이 심어놓은 파부터 해서 작년 내내 제가 심었던 파들은 추운 겨울을 나고도 봄만 되면 저리 얼굴을 내미는 게 여간 신통한 게 아니랍니다. 아 예쁜 녀석들! 올 한해도 우리에게 풍부한 파를 내 주려고 지금부터 안간힘을 쓰는구나 싶어 고맙고.. 2011. 3. 15.
[칠레] 연어는 이렇게 생겼구나! 발디비아 수산시장 풍경 일찌감치 눈을 떴습니다. 발디비아에서의 첫날입니다. 이곳은 카예카예 강, 크루세스 강이 합쳐져 발디비아 강을 이루며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항상 짙은 안개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1552년 세워졌다는데 19세기 독일 이주민들이 몰려오고 나서야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지요. 그래서인지 외관이 깔끔한 건물과 함께 한 편으로 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남아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발디비아는 푸에르토몬트의 아픔을 털어내기에 충분한 곳이었답니다. 한적한 도시 분위기도 좋았고 친절하고 정겨운 사람들 덕에 속상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답니다. 숙소 주인은 생김새가 깐깐해 보였지만 우리를 차에 태우고 곳곳을 돌며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안내해 주었어요... 2011. 3. 15.
[칠레] 하늘에서 본 안데스산맥의 얼음 강(氷河)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다시 푼타아레나스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공항이 있는 도시로 가야 했기 때문이지요. 비행기를 타고 두세 시간 낮게 하늘을 날고 나면 푸에르토몬트에 도착합니다. 애초 계획은 버스나 비행기 등에 오르면 바로 눈을 붙여 체력을 보강할 요량이었으나 창 밖으로 보이는 장관 덕택에 잠을 자기는커녕 목을 더 길게 빼느라 근육이 마비될 지경이었네요. 식빵 같이 주름진 산맥 위, 빙하가 만든 피오르 사이로 눈과 얼음이 쌓입니다. 계곡으로 얼음 강이 흘러갑니다. 얼음이 훑고 간 자리에는 물결, 아니 얼음 결이 남이 있네요. 만년설과 빙하와 구름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장관. 신선들은 이런 곳에 살지 않을까요? 빙하의 일부가 깨져서 물 위에 떠 있습니다... 2011. 3. 15.
엄마가 말을 많이 하면 아이는 입을 다문다 [3세와 7세 사이]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대, 애 낳고 키우는 일도 책과 인터넷 뒤져가며 열심히 땀 빼고 있는데, 여기 조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육아서가 하나 있습니다. “자기주도형 아이는 7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하면서 엄마들보고 말하는 횟수를 줄이라 합니다. 잠깐만 질문을 멈추고 기다리라 합니다. 느긋해지랍니다. 책 [3세와 7세 사이, 김정미, 예담, 2010. 11. 25]가 하는 말입니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 질문이 참 많다 별 것 아닌 것 같지요? 하지만 초 단위로 바뀌는 사회에서 우리 성격 급한 엄마들, 그게 쉽지만은 않지요. 아이에게 뭘 물었는데 즉각 답이 안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아이 대신 답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경우 많답니다. 저희 집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엄마: 우리 똥 강아지 오늘은 .. 2011. 3. 11.
[칠레] 여행 중 첫 번째 도난, 노트북 안녕 제일! 가장! 최고! 최악! 등 같은 극단적인 표현에는 언제나 주관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누구에게는 가장 멋진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최악의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5개월 간 여행을 하는 동안 어떤 도시는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가 하면 어떤 도시는 다시는 발걸음도 들여놓고 싶지 않은 곳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꼭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푸에르토몬트 만큼은 후자였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복선이란 게 있지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며 일종의 징표 같은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 보면 ‘아! 저게 복선이구나!’하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답니다. 흑흑! 푸에르토몬트 자체가 복선이었는데 말이지요... 2011. 3. 11.
한산 소곡주 빈 상자가 어린이 기타로 변신했어요 아빠가 만든 장난감 소개 두 번째, 오늘은 기타랍니다. 아이들이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집에 없는 장난감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지요? 우리 똥 강아지는 유독 소리가 나는 기타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건전지 넣고 버튼이 있어서 그것만 누르면 음악 소리도 나고 하는 것 있잖아요. 우리 집에 없어서 그런지 기타가 있는 집에 가면 기타리스트처럼 어깨에 매고 치는 흉내도 내고 춤도 추고 해요. 그것이 너무 좋았던지 사달라고 조르는 똥 강아지에게 며칠 전, 아빠가 제안을 하데요?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말이에요. 저는 또 속으로 뭘 어떻게 만들어 집을 좁게 하려나 싶었지만 이미 둘 사이에는 말릴래야 말릴 수 없는 모의공작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준비물로 다 쓴 곽 티슈 상자와 한국에서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왔는데.. 2011. 3. 4.
[칠레]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만난 아이들의 미소 스페인어로 푸에르토-Puerto는 항구를 의미합니다. 칠레 도시 중에는 '푸에르토OOO'라는 식의 이름이 많은데 모두 항구도시를 뜻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도시 이름이 부산항, 목포항 이렇게 붙여진 셈입니다. 나라가 길쭉한데 서쪽이 모두 태평양에 접하고 있는 까닭에 칠레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가 무척 많습니다. 산보다 물을 더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 점이 참 인상적이었답니다. 일요일 오후, 찬찬히 시내를 둘러보았습니다. 한 성당에서 웅성웅성 사람이 모여 있는 듯해서 살짝 들어가 봤어요. 마침 부활절 준비로 한창 분주한 분위기였습니다. 성당은 유럽식의 고풍스럽고 웅장한 맛은 없습니다. 그래도 참석한 사람 중 1/3은 서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실내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과거 스페인이 남미를 점령.. 2011. 3. 4.
[칠레 푼타아레나스] 펭권도 털갈이를 한다고? 여행 세 번째 도시에서 노트북을 도둑맞았답니다. 그 탓에 푼타아레나스에서의 추억은 여행 당시 썼던 글 몇 줄과 머릿속에 담았던 장면이 전부이네요. 인간이 한두 살 적 어릴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때를 기억할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말을 할 줄 모르고 글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오로지 보는 것만으로 저장이 가능할 텐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비록 사진은 다 날아가고 없지만 언어로 형상화되어 있는 푼타아레나스의 느낌이나 분위기 등은 제법 살아 있으니 다행입니다. 가늘지만 아직도 나풀거리고 있는 추억의 실을 붙잡고 다시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 푼타아레나스 풍경 (사진출처: http://www.wolpy.com) 3월, 여름을 막 지나온 이곳은 관광객이 한참 몰려들.. 2011. 3. 3.
죽도록 쓰기 싫어도 내가 서평을 남기는 이유 제 블로그는 서평 블로그랍니다. 그러니 당연히 서평을 많이 남겨야겠지요. 그런데 이게 책을 읽을 때는 신나게 읽었어도 서평을 쓰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책을 읽을 때 몰입하며 공감백배였어도 다 읽고 난 후, 그래서 뭐가 남았나? 생각해 보면 가끔은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처음부터 다시 넘겨봐야 하지요. 이놈의 기억력이 참 웬수(!!)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서평은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끝을 보는 것도 있답니다. 특히 정치, 경제 분야는 차암 오래 걸리네요.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인데 저는 왜 서평을 쓸까요? 블로그를 유지하려고? 뭐, 그것도 답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블로그 제목을 이라고 해 놓았는데 서평을 안 쓰면 .. 2011. 3. 2.
앗! 우리 집 거실에 공룡이 나타났어요!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집 똥강아지는 만들기를 참 좋아해요. 남편도 만들기를 좋아라 하는 덕에 제가 저녁상이라도 차릴라 치면 둘이 머리를 맞대고 희한한 (!) 것을 만들어 내기 일쑤이지요. 아이가 있다 보니 저도 이것, 저것 만들기는 하는데 제 경우엔 하나를 만들어도 잘!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어요. 아주 멋지진 않더라도 그럴싸 해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근데 남편은 뭐든지, 금나와라 뚝딱이에요. 대충대충, 얼렁뚱땅, 버리려고 쌓아둔 상자며, 물통이며 가져와서는 상표가 그대로 다 드러나게 만들어 놓고 완성했대요. 그런데 똥강아지 그런 걸 무지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문제이지요. 주부의 눈으로 본 쓰레기가 아이와 아빠에겐 더 할 수 없는 장난감이니 이건 버리지도 못하고 차곡차곡.. 2011.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