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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한 것들을 다시 거두어 들이다 일주일 째 별 것을 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밥과 청소를 했고, 나머지 시간은 영화를 보거나 오락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즐겼다. 크게 웃고 싶었지만 다 시시해서 그러지도 못했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게 많아 그것들끼리 충돌하는 것을 막느라 진땀을 빼곤 했는데 어쩜 모든 의욕이 한꺼번에 사라졌을까? 며칠 전 하늘에서 굵은 눈송이가 송이송이 내리던 날, 눈이 내리는 방향과 정반대로 마음속 긍정의 힘들이 증발되어 올라갔다. 그것이 눈에 보였다면 아마 사이다나 환타에서 ‘샤샤샤’ 소리 내며 올라가는 탄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탄산 하나에 의욕이, 탄산 둘에 용기가, 탄산 셋에 기쁨이…… 하나 둘 소리 없이 올라가니 남은 건 불안과 슬픔, 허무와 걱정뿐이다. 간신히 책 한 권을 들고 버텼다. 가끔 블로그에 .. 2011. 2. 2.
불안정한, 그래서 가능성 많은 서른을 다독이다 당신의 서른은 어떠했나? 아직 겪어보기 전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한참 지난 건 아닌가? 조선 시대 같으면 자식의 자식까지 보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나이련만 21세기의 서른은 스스로 자신 있게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금은 어정쩡한 나이로 바뀐 듯하다. 우리는 유독 서른이라는 시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행가만 해도 ‘서른 즈음에’, ‘서른을 바라보며’ 같이 스물이나 마흔, 쉰보다 서른을 노래한 것이 많다. 때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서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도 하다. 서른이 되면 뿌연 안개가 걷혀 앞길을 훤히 비추듯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길만 따라 걸으면 될 줄 착각하기도 한다. 직접 건너 보니 서른은 그저 스물아홉 다음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당황스러운. .. 2011. 1. 26.
[88만원 세대]를 읽고 대한민국 20대에게 고하는 글 미안하다. 사과한다. 이제 거두어 담겠다. 불특정20대에게 흘렸던 비난의 막말을. 너희들이 결코 ‘요즘 것들이라 근성이 없고 생각이 모자라’ 아름다워야 할 대학시절을 취업전쟁터로 만들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이제 나는 확실히 알겠다. 86년부터 시작해 20년을 달렸던 내 노래동아리가 2008년 겨울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는 후배들 선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쓰린 가슴 쓸어 내리며 슬픔을 삼켜야 했던 것이 너희 잘못은 아니었다. 너희도 실은 피해자였던 것이다. 어렴풋이 생각하고는 있었다. 경제위기가 비단 대한민국만의 현실이 아니고 경쟁이 미덕인 세상에서 어떻게 너희들 탓만 할 수 있으랴. 허나 사회적으로 어떤 구조적 문제가 너희를(혹은 우리를) 오늘의 궁지로 몰아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88만원.. 2011. 1. 25.
어린 딸의 집에 관한 개념 아빠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갑니다. 어린 딸내미는 아빠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며 더 놀아달라고 소란을 피웁니다. 박사 2년 차 아빠는 샤워를 얼른 하고 나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1월 개강 후 다시 공부에 매달리느라 바쁜 아빠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저는 딸내미를 붙잡고 살살 달래기 시작합니다. “똥강아지야. 아빤 얼른 씻고 공부하셔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 아니 훌륭한 사람은 아니고 음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멋진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빠가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하고 나면 멋진 사람이 되는데, 그러면 직장도 잘 구할 테고 돈도 벌고 몇 년 후엔 우리 진짜 집도 생길 수 있지! “ “엥? 여기가 진짜 우리 집 맞는데~?” .. 2011. 1. 20.
창의적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광고. 그것의 영향을 받든 말든, 그게 좋든 싫든 현대인 중에 광고를 외면하고 살아갈 이 얼마나 될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이왕 즐길 광고가 소비를 부추기는 데만 그치지 말고 재미나 따뜻한 감동을 준다면 꽤 즐길법하지 아니하겠는가! 불가능하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아예 말을 마시길. 올해 서른과 마흔 딱 그 중심에 서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것이 아닌 것이 아니었구나”를 외치며 나이 탓을 하려는 찰나,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알마 / 박웅현, 강창래 지음]. 책 표지에 세로로 쓰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이 좀 길고 복잡한데, 광고를 만드는 박웅현이 주인공이다. 글은 출판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 강창.. 2011. 1. 18.
걸음을 멈추고 나무마다 매달린 문학을 만나볼까? [문학의 숲을 거닐다] 책 제목 [문학의 숲을 거닐다]. 책장을 들추면 정말 장영희 영문학 교수가 안내하는 문학의 숲 속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을 수 있다. 헌데 이건 전체 숲을 보는 책은 아니다. 숲 속을 이루고 있는 나무, 꽃부터 시작하여 새, 벌레, 이슬, 발 아래 흙 속에 숨겨진 깨진 돌멩이까지 하나, 하나 어루만지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각 장 마다 주옥 같은 문학작품과 작가들 이야기에 장 교수의 추억이 덧대어져 나무 옆 바위 위에 앉아서 듣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 중에서도 외국 문학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장 교수가 몇 년 전 한 일간지에 게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60편이 넘는 짧은 호흡의 글로 약 70개 이상의 작품이 등장하는 통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릴 .. 2011. 1. 15.
새해 새 마음 새 다짐 그리고 “영글음” 눈을 떠보니 밤새 소리도 없이 내린 눈이 10cm는 쌓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집 똥강아지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짜 똥강아지 마냥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아직 덜 컸는지 저도 운전 걱정을 잠시 미루고 마음이 들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아이와 남편을 바래다 주고 오는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일품입니다. 잎사귀 떨어진 겨울 나뭇가지마다 일렬로 눈꽃 옷을 덧입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부러 쉬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블로그 활동을 뜸하게 하다 보니 이것도 습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무슨 글을 올려야 할지 막막한 것이 쉬는 김에 좀더 쉬어도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문득,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싶습니다. 일도 사랑도 현재진행형일 때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 2011. 1. 13.
겨울바람을 느끼고 올까 해요 정확히 한 달 만입니다. 10월에 가을 어쩌고 하는 글 하나 올리고 나서 정신 없이 일하느라 제 블로그에 글 하나 못 올리고 이웃 블로그 방문은 꿈도 못 꾸었네요. 끝이 있을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일만 하려니 좀이 쑤시고 1년 반 전 직장다닐 때는 어떻게 다녔을까 싶었습니다. 원래 감수성이 예민하여 굴러가는 낙엽이 아직도 웃기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그래서 가을이 되면 가을 심하게 타는 성격인데 이번 가을은 바빠서 그런 것 다 안하고도 휙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잘 된 걸까요? 후훗... 산과 들로 둘러쌓인 우리 동네 가을이 무척 예뻤던 걸 기억해요. 비록 올해는 그 아름다움마저 느낄 겨를이 없었지만 올 가을도 틀림없이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2010. 11. 24.
[진행중] 갖고 있는 초대장 몽땅 배포합니다 ^^ 그동안 바빠서 블로그에 잘 못들어왔는데 오늘 와보니 초대장이 쌓였네요. 쌓인 거 모두 배포하겠습니다. 유명한 블로그가 아니라서 그런지 9월에 배포했는데도 다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 이번엔 티스토리로 블로그 시작하시려는 모든 분들에게 문을 열어 봅니다. 비밀 댓글로 어떤 블로그 하실지 남겨주시고 이메일도 주세요. 애 키우는 아줌마라 실시간 확인은 어렵고요, 확인하는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2010. 11. 24.
여름 내 따먹던 들깨, 주방 인테리어로 변신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저희집 뒤뜰에는 아주 조그만 텃밭이 있답니다. 지난번 주인이 키우던 것을 그대로 물려 받은 건데요,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것 저것 키우는 재미에 봄부터 지금까지 제법 정이 들었답어요. 지금은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와 파가 남아 있네요. 파는 눈오기 전까지 길러 먹을 수 있고, 고추는 씨를 받아 내년에 심으려고요. ^^ 밭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들깨는 9월 어느날부터 찬바람 따라 색이 누렇게 변하더니 꽃이 지고 나서 깨를 만들었답니다. 그 덕에 참새 손님들이 날마다 찾아와 깨를 쏙쏙 빼먹느라 바빴다지요. 작년에 들깨는 따로 씨를 받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밭에 떨어진 애들만 키웠는데 그러다 보니 한 곳에 몰려 나는 바람에 솎아 내느라고 애 좀 썼지요. 똥강아지 아빠가 올해.. 2010. 10. 21.
“전 빠른 77인데요” 한국사회에서 나이가 갖는 의미 오랫동안사람을만나면나이부터묻는버릇이있었다. 학번이깡패, 동기사랑나라사랑같은학습효과(?) 덕택인지어떤모임이든저사람은선배, 쟤는후배이런식의분류가끝나야마음이편했다. 나와나이가같으면대뜸말놓고지내자하며친구를맺는다. 상황에따라 76년생까지도영역을넓힌다. 그때사용되는논리는? 나는빠른 77이라지! 한국사회에서나이는중요하다. 학창시절엔학번도한몫하는데사회에서만나는모임은대개나이에따라관계가일목요연하게정리되고호칭이정해진다. 같은학교를나오지않았어도선배가되고후배도되며남자들끼리는형님, 아우여자들끼리는언니, 동생이가능해지는것도나이에따라서이다. 그리고관계맺기가끝나면어떻게대할지방식이결정된다. 하하호호웃는속에서도 '선배는하늘, 후배는땅'이라는공식은사회곳곳에뿌리를펼치고있다. 미국에온지 1년하고 2개월되었다. 몇달전영어공부를한다는핑계로미국드라.. 2010. 10. 20.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텔레파시를 받다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대답은 각양각색일 터. 누구는 소소한 일상의 끼적거림일 테고 누구는 직장 업무 중 일부, 또 누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일 수 있다. 고미숙씨는 책 에서 글쓰기란 신체를 단련시키는 공부의 최종심급이라고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시나리오 작가 한 분은 글이란 자기 존재 자체 아니,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고도 했다. 내 경우엔 한동안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가 요즘은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다. 미국 호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저서 에서 글쓰기를 정신감응이라 했다. 정신감응? 사전을 찾아보니 텔레파시라고 나온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 알겠다. 내가 스티븐 킹이 몇 년 전 전송한 신호를 받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글의 텔레파.. 201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