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칠레] 길을 걷다가 초등학교 방문하다

by 영글음 2011. 3. 18.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함께 따라 웃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칠레 남쪽 마을 푼타아레나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어요. 갑작스런 소나기에 비를 피한답시고 건물로 몸을 들이밀었는데 그곳이 바로 초등학교였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에 유리문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현관을 지나던 백발 교장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학교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니 교장이 직접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그 덕에 한 시간 동안 교정과 교실을 돌며 칠레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도 보고 칠레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우리가 방문했던 칠레 발디비아 초등학교 건물 전경


노트북 분실 사건으로 아이들 사진을 홀랑 잃어버려 안타까워하고 있을 무렵
, 발디비아에서 또 다른 초등학교를 보았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자석에 끌리듯 무작정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칠레 교육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었고 아이들의 해맑은 사진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묘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교장 베드로와 음악교사인 에스테반은 뜻하지 않은 동양인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답니다. ^^



교장 베드로(오른쪽), 음악교사 에스테반(왼쪽) 

 

마침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그 틈을 타 뒤뜰에서 농구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베드로, 에스테반과 뒤뜰에 모습을 드러내자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향해 반갑다고 손을 흔들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며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었으니까요. 괜스레 소란을 피운 것 같아 미안했는데 선생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저는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듯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진한 얼굴빛을 한 아이들 앞에서 자제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다음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쳤지 뭡니까. 그런데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를 향해 “포토, 포토”를 외쳐댑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에스테반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교실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근엄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과 함께 그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었답니다.




운이 좋게도 수업이 시작된 후에 수업참관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아수라장이 되어 아이들이 책상 위에 올라가 브이를 그리는 바람에 얼른 사진 한 장만 찍고 나와야 했습니다. 무안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수업을 맡은 교사는 오히려 환한 미소로 화답하니 미안하고도 고마울 따름이었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요? 수업시간에 눈이 파란 사람들이 들어와 방해했다고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진 않을까요? 초등학생 쉬는 시간 10분을 줄이지 못해 안달인 지금 시대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칠레 초등학교 수업시간 1

칠레 초등학교 수업시간 2 

 

대한민국은 초등 6, 중등 3, 고등 3년이지요. 칠레는 초등과정 8년에 중등과정 4년입니다. 12년인 것은 같은데 구성이 약간 다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6세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보다 1,2년 일찍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학교에는 아주 조그만 아이들부터 큰 아이들까지 함께 있습니다. 한 반은 40여 명 정도 우리보다 조금 많아 보이지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50~60명이 기본이었는데 요샌 30여 명 정도라지요?

 


체육관에서 수업중인 학생들


“칠레의 국공립학교는 연간 약 6000페소 정도의 등록금만 내면 교과서나 점심식사도 무료로 나옵니다.

 

교장 베드로가 칠레의 무상교육 시스템을 설명했습니다. 6000페소면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입니다. 6년 전 이야기라 올랐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돈으로 책과 밥까지 책임진다니 놀랍고도 부럽습니다. 물론 국공립학교만이지요. 전체 교육기관 중 57% 정도가 국공립이라고 합니다. 이런 까닭에 6세에서 13세까지의 취학률은 98%가 넘습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학생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 마냥 칠레가 부러웠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사귄 친구 리디아가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육의 질적 차이를 이야기해 줬거든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립학교에 다니려면 비싼 기여금과 수업료, 등록금 등을 내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계 학교인 <Nido de Aguila>에 다니기 위해서는 1인당 약 8,000달러 정도의 기여금과 8,500달러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등록금과 통학 버스비는 별도이고요.

 

아무래도 돈이 있으면 교육의 내용이나 환경이 좋아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런 현실 속에서 국공립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사립학교 아이들과 같은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보이지 않는 무시를 당한다고 합니다. 그저 무시를 당하는 것으로 끝이겠습니까? 졸업 후 더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요? 슬프게도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녁에 열린 학부모 회의 모습


마지막으로 학부모조합 모임을 참관했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회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교장이 <Union>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학부모들의 자치적인 모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녁 6, 교실에 모인 학부모들은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에 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남미 중에서도 칠레 교육열이 높은 편이라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어디 대한민국만 하겠습니까마는! -_-;;

 

칠레 발디비아에서 저희는 귀한 경험을 쌓고 돌아왔습니다. 아름다운 곳을 관광한 것보다 값진 시간이었지요. 오래전 일이나 또 너무 멀어 전달이 되진 않겠지만, 학교 방문을 허락하고 설명해준 베드로 교장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잘 보셨다면 추천 버튼 눌러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