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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여행기] 대륙의 끝 푼타아레나스 마흔 다섯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미국 뉴욕을 거쳐 페루 리마, 다시 칠레 산티아고 그리고 푼타아레나스까지 도착하는데 꼬박 이틀 밤낮을 보낸 셈입니다. 한반도 어느 한곳에 막대기를 꽂아 지구의 핵을 뚫고 질주하면 그 반대편엔 칠레나 아르헨티나쯤 되는 나라가 나온다고 하지요. 그런즉, 칠레 푼타아레나스는 제가 떠나올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온 곳이었습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끝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이곳에 도착했던 밤, 비행기 창문으로 별 같은 빛들이 점점이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가 뿜어내는 빛이었습니다. 시골 버스 대합실 같았던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공기를 가로질러 다가온 빙하의 냄새나 낯선 풍경은 두려움보다 설렘을 먼저 안겨 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유럽.. 2011. 3. 1.
6년 전 세계 여행 추억 되살리기를 시작하며 네 번째 같은 일을 반복하려 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처음 이 일을 할 때 10까지 했다면 두 번째는 5까지, 세 번째는 3까지 했다는 것. 쉽게 말해 한 번도 끝을 맺지 못하고 시작만 여러 번 했다는 뜻입니다. 완성하지 못한 일을 다시 하려는 이유는 책 읽고 서평을 쓰지 않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다녀온 뒤 밑을 안 닦아 찝찝한 느낌? 옷 잘 입어 놓고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않아 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느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게 안 없어져 결국 다시 시작해 보렵니다. 그것은 바로 2005년 6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갔던 세계여행기를 쓰는 일입니다. 그 동안 써 왔던 글을 읽어 보니 참 포장을 화려하게 잘도 해 놓았지 싶습니다. 세상을 돌고 길 위에서 사.. 2011. 3. 1.
[마감]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 티스토리로 블로그 활동 하실 분들 초대장 필요하시지요? 제가 나눠드리겠습니다. 어떤 블로그를 운영하실 계획인지 간단한 소개와 이메일을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확인하는 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길진 않아도 됩니다. 애매모하하게 말구 구체적으로 써주신 분들에게 바로 드립니다. 2011. 2. 28.
꿈을 잊은 그대에게 딱 좋은 책 [꿈PD 채인영입니다] “로또가 되어 ‘억’ 소리 나는 돈을 만져봤으면 좋겠다!” 이것을 과연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흔히 우리는 꿈을 이야기할 때 조금 거창하고 이상적인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또 당첨 같은 것을 꿈으로 삼기엔 왠지 속물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꿈PD 채인영은 그것도 훌륭한 꿈이라고 말합니다. 복권으로 돈을 벌고 난 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더 깊은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지요. [꿈PD채인영입니다, 채인영, 샨티]는 정신과 전문의 채인영이 쓴 꿈 이룸 프로젝트에 관한 책입니다. 먼저 ‘꿈PD’에 대해 설명해야겠네요. 아시다시피 PD는 Producer의 약자이지요. 보통 방송 프로그램 감독을 PD라 하는데, 저자는 사람들의 꿈이 무언지, 어떻게 그걸 .. 2011. 2. 25.
네 돌 지난 딸내미가 만든 해골(?) 종이인형 우리 집 똥강아지가 어제 저녁에 종이 접기 책과 색종이를 꺼내 왔답니다. 책에는 무지 다양한 접기 방법이 있는데요, 사실 이게 생각만큼 쉽진 않답니다. 가끔 이해가 안 되어 만들지 못하는 것도 많아요. 전문가가 볼 때는 쉬울 텐데 어째 엄마 머릿속엔 그려지지가 않아 방법만 뚫어져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럴 땐 색종이 여럿 버리지요. 아까비~ 어제도 신발 만들기 실패했네요. 똥강아지, 처음엔 실망하더니 다시 셔츠와 치마 만들기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아, 이건 어릴 적에 만들어 본 기억이 있어서 자신 있게 만들기 시작했지요. 어릴 땐 엄마가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더니 자기도 따라 한다면서 제법 접기와 가위질을 해댄답니다. 드디어 완성! 우리 딸 색연필로 치마를 예쁘게 색칠하고 위, 아.. 2011. 2. 24.
환불이 잘 되면 꼭 소비자만 좋을까? 벌써 1년 반 전 이야기네요. 미국에 온지 1주일 정도 되었을 때 자전거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월마트에서 가장 비싸다는 자전거로 218불 짜리였지요. 남편이 학교 갈 때 타고 다니겠다고 해서 큰 맘 먹고 샀던 것인데 기아를 바꿀 때 약간 문제가 있다고 했었어요. 실제 4, 5번 정도 탄 자전거였습니다. “여긴 겨울 되면 눈이 많이 와서 자전거 타기 힘들다던데 그냥 환불할까?” “근데 한 달이나 타서 반품이 될까 몰라. 교환이라도 해주면 다행이겠다.” “한 번 들고 가보기나 하자. 안되면 할 수 없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월마트로 향했습니다. 차례를 기다린 후 남편이 직원에게 자전거를 보여주며 기아가 좀 이상하다고 설명을 하니 우선 수리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합니다. 남편은 안장이.. 2011. 2. 22.
해외 이사용 박스로 만든 "엄마표 주방놀이" 딸내미를 키우다 보니 소꿉놀이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도 어릴 적에 무척 좋아하던 놀이였지요. 똥강아지가 엄마 먹으라며 수박으로 만든 국(?)이나 오렌지나물 같은 것을 해 오면 입을 벌리고 먹는 시늉을 해줘야 한답니다. 애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 아이가 커다가 보니 이 집, 저 집에서 주방놀이 즉, 어린이 키친세트를 많이 봤어요. 싱크대도 있고 어떤 건 냉장고에 오븐까지 앙증맞은 크기로 이것저것 달려 있는 것이 사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이지 싶어요. 몇 번 큰 맘 먹고 사줄까도 했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요. 종류도 많은데 싼 것은 100달러 정도에 살 수도 있지만 어떤 건 150달러 200달러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훨씬 비싸진다는 이야.. 2011. 2. 22.
숲과 삶이 통하는 이야기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본디 책이란 여러 장 종이의 묶음이건만,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문학동네, 2010년] 안에서는 느릿느릿 숲의 소리가 흘러 나온다. 자작나무, 편백나무, 저어나무, 작약꽃, 도라지꽃, 연꽃……. 그것들의 이름을 또르르, 또르르 입 안에서 굴리다 보면 민통선 자등령 고개 사이로 숲이 흔들리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자박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나무는 늙은 나무들도 젊은 잎을 틔우니까 한 그루 안에서 늙음과 젊음이 순환하는 겁니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르지요(212p).”라며, 일흔이 넘은 숲 해설사가 수목원을 찾은 노부부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한 인간의 시간 안에도 나무와 같이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데 범벅 되어 백설기 같은 조각이 나뒹구는.. 2011. 2. 20.
막장이어도 내가 ‘미즈넷’에 가는 이유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어떻게 육체를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한다. 남들은 그걸 또 도덕론이라 불렀단다. 그다지 철학에 심취한 아줌마가 아닌지라 데 오빠가 통제할 방법을 찾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면 나 좀 알려 주지. 머리로는 밥하고 청소하고 책 읽고 서평 써야 한다고 빠삭하게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 속일까,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만 펼치면 머릿속 지우개가 작동하여 현실을 잊고 들어가는 곳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운영하는 . 모바일용 화면으로 보면 초기 화면에 뉴스가 몇 줄 뜨는데, 그 옆 FUN이라는 카테고리를 누르면 맨 첫 줄 미즈넷 게시판 제목이 한 줄 뜬다. 그것만 읽어도 다음 내용이 얼마나 궁금해지는지! 제.. 2011. 2. 15.
빙판길에서 차 사고 나다 지난 2월 5일 토요일, 생애 처음으로 차 사고가 났다. 얼음비가 내렸고 길이 살짝 얼었다. 운전하다 얼음 길에 미끄러져 내가 운전하는 차가 90도쯤 돌고 겨우 멈추었을 때 뒤차 역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내 차를 그대로 박았다.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옆 문이 찌그러졌고 우왕좌왕 당황했다. 같은 시간에 차 사고가 여러 군데서 난 탓에 경찰은 불러도 오지 않았다. 보험사는 내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했다. 보험처리를 한다 해도 최소 500불 이상 나갈 처지가 되었다. 500불. 땅을 파도 나올 리 없는 금액 앞에 좌절했다. 심장이 쿵쿵, 한숨만 푹 쉬고 있는데 같이 사는 남자가 시카고 이야기를 해준다. 며칠 전 눈이 심하게 와서 눈 속에 갇히는 바람에 차에서 시동을 건 채 사람이 죽었단다. 그때 그 .. 2011. 2. 14.
설탕이 약으로 쓰일 때가 있었다고? [설탕의 세계사] 설탕에게도 조오은~ 시절이 있었단다. 결핵치료제, 해열제 같은 약재로서 대접을 받았는가 하면 가격이 무척 비싸 상류계급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던 화려한 때 말이다. 오늘날 비만과 성인병, 충치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설탕, 옛날이 좀 그리워질 만도 하다. 미움을 받아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 입 속에 들어가는 행운을 누리지만 말이다.  [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장미화 옮김, 좋은책만들기]는 설탕의 탄생과 위상, 대중화 등 설탕에 관한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게 꼭 설탕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확히 콕 집어 말하자면 설탕을 매개로 한 세계 인류의 역사이다. 입에도 잘 붙지 않는 왕족 이름과 연도를 들먹이며 배우는 역사보다는 식품을 통해 접한 역사가 신기하.. 2011. 2. 8.
올해 우리집 입춘첩, 부지런히 책 읽자 오늘이 입춘이라지요. 미국 시간으로 따지면 아직 몇 시간 전입니다. 오늘 저녁 가족끼리 둘러 앉아 오붓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남편이 입춘첩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입춘첩? 입춘은 알겠는데 입춘첩은 처음 들었다고 하니 우리 남편 혀를 끌끌 찹니다. 입춘첩은 입춘날에 대문이나 들보, 기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라고 하네요. 무식하면 배우면 됩니다. ^^ 남편이 인터넷에서 입춘첩을 찾다가 좋은 게 있어서 공책에 써 놓았다고 보여줍니다. 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만 있는 줄 알았더니 종류도 많고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오호~ 보자마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은 차암 남자답게(?) 써서 걱정인데 한문은 제법 잘 썼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한문 저렇게 못 씁니다. 감탄을 연발하자 남편 왈, 자기가 .. 2011.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