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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불안정한, 그래서 가능성 많은 서른을 다독이다

by 영글음 2011. 1. 26.

당신의 서른은 어떠했나? 아직 겪어보기 전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한참 지난 건 아닌가? 조선 시대 같으면 자식의 자식까지 보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나이련만 21세기의 서른은 스스로 자신 있게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금은 어정쩡한 나이로 바뀐 듯하다.

 

우리는 유독 서른이라는 시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행가만 해도 ‘서른 즈음에’, ‘서른을 바라보며’ 같이 스물이나 마흔, 쉰보다 서른을 노래한 것이 많다. 때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서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도 하다. 서른이 되면 뿌연 안개가 걷혀 앞길을 훤히 비추듯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길만 따라 걸으면 될 줄 착각하기도 한다. 직접 건너 보니 서른은 그저 스물아홉 다음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당황스러운.

 

 

도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2008]는 이런 우리를 향해 이야기한다. 뜻대로 되는 일 없어 힘들지? 사랑은 좋은데 결혼은 두렵지? 직장 확 때려 치고 싶지? 괜찮아. 괜찮아. 너만이 아니야. 누구나 겪는 일이야. 넌 언제나 옳아. 그러니 세상으로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어느새 수많은 서른들의 친구, 멘토가 되어 아픔을 어루만지고 토닥여 준다. 어라,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누군가 내 상황을 알아주고 공감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책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그동안 봐왔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서른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겪어야 할 일과 인간관계, 사랑과 결혼, 문제점 등에 접근하며 쉽게 풀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자주 인용했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드라마 [달자의 봄]에서 달자가 어떻게 유부남과의 연애에 책임을 지는지, [워커홀릭]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일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찾았는지를 빗대어주기 때문에 읽다 보면 이해가 빨리 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질곡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서른을 위한 해법이 다소 일반적이며 두루뭉술한 편이다. 좋은 말들의 나열이랄까? 이런 의견에 답하기라도 하듯 저자는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김혜남, 걷는나무]라는 책을 냈으니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서른을 지난 지 5년째로 접어든 지금, 나 역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뭘 해야 행복할까 고민한다. 8여 년 동안 하던 직장생활을 접고 가정주부가 되었건만 아직 내가 이룰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처럼 방황하는가? 그러면 안심하라. 당신은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불안해 하지도 말자. 바꾸어 말하면 그래서 무수한 가능성이 숨어 있기도 하니까. 이 혼돈의 시대에 힘내라 서른! ■

 

※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정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직장을 그만두지 않은 것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이다. (46p)"

"당신이 충분히 심사숙고한 후에 내린 결정이라면,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후회는 사람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자신 없게 만들 뿐이다. 그러므로 일단 결정했으면 원하는 것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다. (199p)"

 

서른살이심리학에게묻다대한민국30대를위한심리치유카페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교양심리
지은이 김혜남 (갤리온,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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