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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여름 내 따먹던 들깨, 주방 인테리어로 변신

by 영글음 2010. 10. 21.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저희집 뒤뜰에는 아주 조그만 텃밭이 있답니다. 지난번 주인이 키우던 것을 그대로 물려 받은 건데요,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것 저것 키우는 재미에 봄부터 지금까지 제법 정이 들었답어요. 지금은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와 파가 남아 있네요. 파는 눈오기 전까지 길러 먹을 수 있고, 고추는 씨를 받아 내년에 심으려고요. ^^

밭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들깨는 9월 어느날부터 찬바람 따라 색이 누렇게 변하더니 꽃이 지고 나서 깨를 만들었답니다. 그 덕에 참새 손님들이 날마다 찾아와 깨를 쏙쏙 빼먹느라 바빴다지요. 작년에 들깨는 따로 씨를 받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밭에 떨어진 애들만 키웠는데 그러다 보니 한 곳에 몰려 나는 바람에 솎아 내느라고 애 좀 썼지요. 똥강아지 아빠가 올해는 씨를 받겠다고 하여 며칠 전 들깨 가지를 꺾어 거실에서 말리기도 했지요. 눈이 오기 전에 이 녀석들은 뿌리째 뽑아서 밭을 깨끗하게 해줘야 해요. 그 작업을 지난주에 남편이 했답니다.

우선 저희 밭구경부터 하실까요?




9월 3일 풍경이에요. 아직 깻잎이 많이 붙어 있지요. 깨, 고추, 파, 상추가 보이고 어딘가에 부추도 있습니다.



그렇게 푸짐하던 애들이 한 달만에 이렇게 되었어요. 10월 15일이랍니다. 잎사귀는 다 떨어지고 헬쓱해졌지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들깨들! 며칠 바람이 심하게 불어 끈으로 묶어 놨답니다.



똥가아지 아빠가 주말동안 깨를 뽑았어요. 똥강아지는 좋~다고 아빠를 졸졸 따라 다니며 심부름을 했어요. 그동안 저는 집에서 부엌일을 하고 있었는데 집안으로 들깨 줄기들이 속속들이 들어왔습니다. 깨가 있는 부분만 따서 말릴 것이지 저 키 큰 것을 통째로? 하며 의아해 하고 있는데 작업을 마친 남편이 긴 병에다가 그것들을 모아 담데요. 그리고는 식탁 옆에다 턱 갖다 놓는데 제법 어울리지 뭐에요?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주방 벽을 좀 바꾸었는데 그것에 맞춰 인테리어 효과 나라고 옆에 두니 은근히 가을 분위기도 나고 마음에 들었답니다.



식탁 옆 쪽으로 벽에 붙어 서있는 애들이 들깨 떨어진 들깨 줄기에요. ^^ 그럴싸하지 않나요?



조금 가까이서 찍은 모습입니다. 식탁에 2주 전 사과농장 가서 사온 호박도 보이지요. 그옆 해바라기 꽃은 한국 다이소(천원샵 같은 곳)에서 옛날 옛적에 산 거에요. 다른 곳에 있던 건데 들깨가 가을을 가지고 온 날부터 얘도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들깨 껍데기(?)를 클로즈업했습니다. 대강 보면 예쁜 꽃들이 달린 것 같기도 한데 하나하나 속에 고동색 동글동글 들깨가 가득했었어요. 모르긴 해도 들깨 줄기 옮기면서 몇 십 알은 바닥에 떨어졌을 거에요. ^^



남편이 들깨 줄기를 담아 둘 때는 집에 있는 아무 거나 썼는데 금방 넘어져서 안되겠더라고요. 요건 다음날 제가 동네 벼룩시장에 가서 골라온 화병이랍니다. 5불 정도 하는 건데 그날이 마침 50% 할인행사 중이라 2.5불에 샀어요. 한 3,000원 정도 할텐데 묵직한 도자기라 안성맞춤입니다.



화병 색하고 들깨 줄기도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특이한 거 좋아하고 창의적인 남편 덕분에 저희집 주방이 예뻐졌어요. 특히 큰 돈 들이지 않고 꾸며서 더 뿌듯하답니다. 사진에 보이는 액자 속 그림은 5년 전 중남미 배낭여행 할 때 과테말라 어느 문구점에서 산 것이고 얼마 전에 액자를 9불 주고 샀었지요. 벽 오른쪽에 붙은 산타 할아버지와 인형들도 야드세일에 가서 1불 주고 산 것이고요. 이 정도면 훌륭하지요? 오늘은 자화자찬의 시간입니다. *^^*  

집안 인테리어에 늘 관심은 있지만 저는 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꾸밀 능력도 안된답니다. 고수들이 보시면 에게게 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뭐든 상대적인 것이지요! 남들과 비교 말고 우리집의 전과 후를 보신다면 그래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에요. 저 들깨가 올 가을 내내 잘 있어줄랑가 그건 모르겠지만요. 부서지거들랑 자연으로 내보내면 그만입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그게 도리겠지요.



사진 찍는다고 쬐금 정리를 해서 그런지 무척 깔끔해 보이네요. ㅎ 하지만 애 키우는 집에서 늘 집이 이럴 순 없지요. 몇 시간 후 우리 똥강아지가 돌아오면 마구 어지르며 펄쩍펄쩍 뛰어 다닐 겁니다. 들깨가 담긴 화병이나 안 쓰러뜨리면 다행이에요. 봄부터 여름내 깻잎을 내어 주더니 막바지에 가을 분위기를 선물해준 들깨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마워! 내년에 또 보자! ■


※ 이웃 블로거님들께: 10월 들어 무척 바빠졌습니다. 또 급하게 맡은 프로젝트가 있어서 한동안 제대로 된 포스팅은 올리기 힘들 것 같아요. 이 와중에 딸내미 어린이집에서 하는 가을 정기 티타임에도 가야 하고 다음주 금요일엔 똥강아지네 반 애들이 할로윈 옷 입고 캠퍼스 퍼레이드도 한다고 해요. 밥도 하고 청소, 빨래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바쁘지만 행복이다 생각하고 지내 보렵니다. 그래도 언능 맘 편히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왔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