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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딸 키우기

어린 딸의 집에 관한 개념

by 영글음 2011. 1. 20.

아빠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갑니다. 어린 딸내미는 아빠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며 놀아달라고 소란을 피웁니다. 박사 2 아빠는 샤워를 얼른 하고 나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1 개강 다시 공부에 매달리느라 바쁜 아빠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저는 딸내미를 붙잡고 살살 달래기 시작합니다.

 

똥강아지야. 아빤 얼른 씻고 공부하셔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 아니 훌륭한 사람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멋진 사람(?) 있단다.”

멋진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빠가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하고 나면 멋진 사람이 되는데, 그러면 직장도 구할 테고 돈도 벌고 후엔 우리 진짜 집도 생길 있지! “



? 여기가 진짜 우리 맞는데~?”

집은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곳이야. 매달 돈을 내지 않으면 수가 없어요.”

아니에요. 여기도 우리 맞고 한국 잠실에도 우리 있잖아요.”

딸내마, 그건 엄마, 아빠 집도 아니고 똥강아지 집도 아니란다. 잠실 집은 할머니 집이지.”

할머니?”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지. 우리가 가서 놀다 수도 있고 수도 있지만 우리 집은 아니다 말씀이지!.”

“……”

오케이? 이제 엄마랑 놀까? 뭐하고 놀까나?”

 

한동안 말이 없던 우리 똥강아지,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마디 불쑥 내뱉습니다.

 

, 할머니가 먼저 찾았어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너무 웃기고 귀여워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눈물 자욱이 아직 마르지 않아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는 강아지 얼굴은 진지합니다. 한국 나이로 6, 미국 나이로 4 딸내미 생각에는 집이란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알았던 모양이에요.  제가 설명한들 이해하진 못하겠지요. 200원짜리 막대 사탕을 10만개 이상 먹을 있는 돈으로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요샌 돈으로 전세도 구하기도 쉽지 않다지요.    

 

딸내마. 집을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면 얼마나 좋겄냐! 그랬다면 엄마가 비록 100m 달리기가 20초대이긴 하나, 바짝 뜨고 주먹 불끈 쥐며 <달려라 하니> 되어 세상을 뒤져서라도 멋진 집을 찾아 대문에다가 이건 이라고 발라 놓았을 것이다!’

 

멋진 사람, 훌륭한 사람 운운하면서 집을 있다고 말한 제가 웃기기도 합니다. 말로는 인생의 가치가 결코 부의 축적은 아니다, 라고 만인에게 Cool하게 말해 왔는데 하필 집을 있다는 말이 나왔는지. 어쩌면 마음 깊은 골짜기에는 남들처럼 좋은 사서 살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나 봐요.  ^^ 그래도 귀여운 똥강아지와 현빈(!@#$%^&*) 같은 남편이 있어 저는 행복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