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텔레파시를 받다

by 영글음 2010. 10. 20.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대답은 각양각색일 터. 누구는 소소한 일상의 끼적거림일 테고 누구는 직장 업무 중 일부, 또 누구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일 수 있다. 고미숙씨는 책 <호모 쿵푸스>에서 글쓰기란 신체를 단련시키는 공부의 최종심급이라고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시나리오 작가 한 분은 글이란 자기 존재 자체 아니,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고도 했다. 내 경우엔 한동안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가 요즘은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다. 



미국 호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를 정신감응이라 했다. 정신감응? 사전을 찾아보니 텔레파시라고 나온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 알겠다. 내가 스티븐 킹이 몇 년 전 전송한 신호를 받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글의 텔레파시

그가 붉은 천을 덮은 테이블 위에 놓은 토끼장을 이야기할 때 제 머릿속엔 이미 또렷한 장면이 있었다. 그가 파란 잉크로 찍힌 8이란 숫자를 전송했을 때는 파랗다는 농도까지 확인되는 이미지가 또한 있었다. 100명이 전송받았다면 100가지 다른 장면이 나오겠지만 그것은 글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비단 스티븐 킹만의 재주는 아닐 게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타인에게 메시지를 쏘고 있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글을 잘 쓴다’라고 표현한다.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담은 <유혹하는 글쓰기>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하루에 한 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게 행복한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의 창작론은 주로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문학작품에 해당하는 내용이지만 책의 절반가량이 그의 인생 이야기와 인생론을 담고 있어 꽤 흥미롭다. 그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훌륭한 작가이다.

집 짓기 전 연장 준비하기

창작이론을 펼치기 전, 그는 글을 쓰기 전 자신의 연장통을 점검하라고 말한다. 연장통에 담겨 있어야 할 도구는 적절한 낱말과 어휘, 제대로 된 문법과 문체, 문단 등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글을 쓰다보면 오류를 범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간결한 문체를 써라. ▲능동태를 써라. ▲부사를 삭제하라. 스티븐이 문체를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웬만한 글쓰기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수동적인 표현이 일상화된 영어에서도 능동태가 더 좋은 문장이라고 할 줄은 몰랐다. 적절한 예시 덕에 이해도 쉬웠다. 

본격적으로 스티븐 킹의 창작론에 나오는 주요 내용은 이렇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사실이 아닌 진실을 말하라. ▲탁월한 묘사와 대화가 필요하다. ▲주변사람을 눈여겨보고 등장인물을 만들어라. ▲초고를 오랫동안 묵힌 뒤 퇴고하라. ▲가상 독자를 정하라.

어라? 다 아는 이야기 아니야? 그래서 시시하다고?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유명 작가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는 뜻이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스킬을 알려주기보다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통해 창작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인생과 창작에 한바탕 크게 웃고 난 후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나는 글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내 능력은 어떤 상태에 와 있나?’, ‘내 연장통엔 도구가 잘 담겨 있나?’ 이런 고민만 시작해도 목적달성은 했다. 다음은 스티븐 킹이 글을 쓴 이유이다.

「나는 쾌감 때문에 글을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 (p 308)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