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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이야기 [공중그네] 여기 꼴통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있다. 그는 누가 의사이고 환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신비한 재주가 있다. 또 누구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잡고 찌르기부터 하는 ‘비타민주사 중독자’ 이다.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호기심이 많아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고 환자와 같이 사고치는 것을 즐긴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심각한 문제도 그에게만 가면 가벼운 솜사탕으로 변신, 몇 입 베어 먹다 보면 다 없어지고 결국 남는 것은 막대기 하나뿐이다. 그것마저 쓰레기통에 ‘골인~’ 시키면 문제해결 완료! 그를 만나고 싶다고? 그렇다면 오쿠데 히데오가 쓴 를 들추면 된다. 소설은 이라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게 된 야쿠자 중간보스, 실수를 반복하는 공중그네 곡예사,.. 2010. 9. 8.
[우리는 사랑일까] 도표가 있는 독특한 심리연애소설 끝내주는 분위기, 황홀한 음식에 도취되는 여자.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여자.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소설 의 주인공 앨리스는 후자 쪽이다. 자신이 느끼는 마음보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앨리스는 런던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24세 아가씨이다. 그녀는 어느 파티에서 운명처럼 에릭을 만난다. 그는 자기 일에서 성공하고 미남인데다가 완벽해 보이는 남자다. 소설은 앨리스가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하며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진실한 사랑 찾기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난다면 일반 연애소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소설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묘사하는 주인공들의 세세한 .. 2010. 9. 2.
태초의 사나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아시나요? 그리스인 조르바. 그는 60대 노인이자 살아 있는 가슴과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어 전한다. 배고프면 정신이 피폐해지기 때문에 포도주며 돼지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엉덩이를 흔들며 다가오는 여자가 있으면 품에 안아버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신과 악마는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나이다.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있을 때 그는 이렇게 내뱉는다. “그런 건 악마나 물어가라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는 글과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샌님 주인공이 조르바를 만나 함께 크레타 섬에서 탄광 사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다룬 소설이다. 이성은 깨어 있지만 .. 2010. 8. 19.
[마지막 강의] 인생에 장벽이 존재하는 까닭 마흔 일곱의 한 남자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이는 셋, 당시 막내는 겨우 18개월로 말도 잘 못할 때였다.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의 시간 앞에 세상을 원망하며 죽지 않겠다고 매달리며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공학 교수였던 그는 생명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강단에 서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될 세 아이를 위한 강의였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삶의 이야기’였다. 강의 제목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였다고 한다. 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출간된 책이다. 책을 읽자마자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찾.. 2010. 8. 10.
내 청춘의 단면을 일깨워준 [청춘의 문장들] 한창 구르지예프, 장자, 칼릴 지브란 이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다가 잠시 쉴 겸 해서 집어든 책 [청춘의 문장들]. 그런데 첫 장을 읽자마자 이틀 만에 끝을 보았다. 마감기한을 코 앞에 둔 보도자료를 책상 한 편에 미뤄둔 채, 지어야 할 밥과 볶아야 할 감자를 팽개친 채, 그렇게 나는 김연수를 만났다.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p 9)” 책 서문에 위 글귀만 없었어도 할 일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소설가 김연수는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의 청춘을 담으며 마치 자석을 든 듯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제목을 보고 작가가 좋아했던 명문들이 쏟아지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유년시절의 회상과 인생에 대한 짧은 상념을 엮은 책이다. 내용 중간마다 생각을 깊게 만드는 .. 2010. 8. 10.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내 안의 강점발견법 인생은 짧다. 우리의 놀라운 의술을 보라고? 그래봤자 100년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면 기분 한번 째지지 않을까? 그런데 웃기는 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얼 잘하는지, 강점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아주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후배가 대학졸업을 눈앞에 두고 내게 말해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누가 이거 해라 그럼 좋겠어.” 소신을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아는 후배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네 교육방식이 주어진 길을 차분히 걷는 법은 가르쳤으되, 자기가 알아서 갈 길을 정하고 계획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었으니 당연한 .. 2010. 8. 6.
아파트 없이 못사는 나라 [아파트 공화국] “자기야, 우리 신혼집 아파트는 몇 평이야? 언제 지은 거래?”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면 신부가 될 여자는 작은 평수라도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꿈을 꾼다. 남자가 능력(?)이 되어 직접소유를 해도 좋지만 뭐, 전세라도 괜찮다. 아파트이기만 하면 말이다. 연일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청약 미달 사태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는 이미 주거공간이기 전에 재산을 불리는 1순위 자산이 된 지 오래다. 인구는 많고 땅이 좁으니 하늘로 쌓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모두 아파트 탄생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가격이 몇 배씩 오르는 아파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한숨 한 번 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 2010. 8. 5.
[내 인생의 책 - 캔디 캔디] 들장미 소녀의 성장과 사랑 ※ 이 글은 1년 전 글쓰기 강좌를 들을 때 썼던 글이에요. 내 인생의 책에 관해 쓰는 숙제였는데 아무리 뒤를 돌아 보아도 [캔디 캔디]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답니다. 현대사 책이 몇 권 있긴 한데 글로 쓰려니 정리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하지만 지금 내 인생의 책을 골라 보라고 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 [희망의 밥상]을 꼽을 것 같습니다. 1년 뒤에는 또 달라지겠지만요. 1989년,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땐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였고, 홍콩영화 ‘영웅본색’의 장국영 때문에 꼴딱꼴딱 뒤로 넘어가는 여학생들이 줄을 잇던 무렵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의 앳된 티를 벗지 못했던 나와 성남이, 정미는 6번, 5번, 12번. 같은 반이었던 우리 .. 2010. 8. 3.
[조선공주실록] 화려함 뒤에 감춰진 질곡의 삶 조선 공주에 관한 책이라고? 역사학자 신명호 교수가 쓴 『조선공주실록』을 접하고서야 무릎을 쳤다. 그래, 조선시대에 공주도 있었겠구나! 역사 기록이 왕 중심이다 보니 사극 드라마에서도 왕권을 둘러싼 세력다툼과 권모술수 또는 왕비와 후궁 간 암투는 인기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 공주 야이기는 ‘포졸 1’ 정도의 엑스트라 신세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만큼 기록이 없고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공주와 옹주는 116명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제한된 사료를 바탕으로 어렵사리 공주 7명의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복원해냈다. 비록 ‘했을 것이다’라는 추측성 어미가 종종 등장해 진실여부에 관한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자료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왕의 딸로 .. 2010. 7. 29.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비만을 부르는 비극 ※ 작년 10월에 썼던 글이다. 10개월 후 읽어 보니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고치고 싶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불끈'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그대로 옮겼다. 이것 또한 내 발자취가 되리라. 시사전문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계기는 비만한 미국인 전형이었던 햄버거 몸매(배와 허벅지 등 몸의 중심 부분이 과도하게 살찐 몸매)가 프랑스인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라고 한다. 미국에 와보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몸매다. [독소]는 비만을 비롯하여 암, 심장병, 당뇨, O157:H7 식중독 등 현대 유행 질병의 원인을 우리 밥상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것이 구조적으로 어떤 .. 2010. 7. 28.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의 역사 에세이 남들보다 한 발을 먼저 내딛는 자,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른다. 푸른 경치를 맛보며 편하게 걷는 산 속 오솔길도 옛날 누군가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만들었을 것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의 저자 하워드 진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 정치학자이면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미국 흑인운동의 선구자, 반전평화운동의 선구자. 그는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자세로 자신의 생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행동을 이끌고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를 오늘에서야 만난 게 부끄럽지만, 오늘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었다. 2010년 1월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에세이이지만 읽고 나면 미국 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그의 .. 2010. 7. 27.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에 담긴 소박한 일상 ‘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학 같다.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길게 늘이라면 또 모를까 하고 싶은 말을 단 몇 줄로 표현해야 하는 건 여간 고수가 아니고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읽는 데는 1분도채 안 걸릴 수 있지만 머릿속 이미지는 강렬하고 여운은 오래 가는 법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쳤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를 단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시를 모은 게 아니라 안도현이 마음에 새겼던 여러 시와 함께 짤막한 그의 감상평을 담았다. 평소 시를 즐긴다면 어떤 게 좋은 시인 줄 금세 알아차릴 텐데,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는 적절한 시집인 것 같다. 시인들의 시선이 사뭇 놀랍다. 내가 늘 봐오던 풍경조차 그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찌.. 2010.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