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이야기 [공중그네]

by 영글음 2010. 9. 8.


여기 꼴통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있다. 그는 누가 의사이고 환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신비한 재주가 있다.  누구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잡고 찌르기부터 하는 ‘비타민주사 중독자’ 이다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호기심이 많아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고 환자와 같이 사고치는 것을 즐긴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심각한 문제도 그에게만 가면 가벼운 솜사탕으로 변신, 몇 입 베어 먹다 보면 다 없어지고 결국 남는 것은 막대기 하나뿐이다. 그것마저 쓰레기통에 ‘골인~’ 시키면 문제해결 완료! 그를 만나고 싶다고? 그렇다면 오쿠데 히데오가 쓴 <공중그네>를 들추면 된다
.

소설은 이라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게 된 야쿠자 중간보스, 실수를 반복하는 공중그네 곡예사, 장인 가발을 벗기고 싶은 의사, 송구 제구력이 흐트러진 야구선수, 창작 스트레스를 받는 소설가 등 환자도 가지각색이다. 장편소설이라지만 5편의 이야기로 하나씩 완성된 작품이라 단편소설집 같은 느낌도 든다
.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현대인의 고독, 피폐한 정신, 자격지심, 지독한 경쟁심 같은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건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구상과 문장력 덕분이다. 그래서 정확히 책을 넘긴 지 다섯 장 째부터는 시원하게 웃어재낄 수 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공중그네>. 한번 읽어보시라. 당신이 안고 있는 문제도 솜털이 될 준비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