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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딸 키우기

샤워하면서 딸내미가 던진 한마디 “엄마 배꼽이”

by 영글음 2010. 7. 15.


밤 9시가 되면 우리 똥강아지와 저는 욕실로 향합니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 관문, 목욕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날이 더워 탕 목욕보다는 샤워기로 휙휙 물 몇 번 돌리며 머리 감기고 비누칠하고 하는 덕에 10분이면 땡! 합니다.

우리 똥강아지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나이로 5살이지만 생일이 늦어서 미국나이는 아직 3살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달로 4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요. 말은 좀 늦게 시작했는데 책을 무척 좋아해서 그런지 의성어, 의태어를 비롯하여 표현력은 좋은 편이에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목욕 부스에 들어가 딸내미 샤워를 시키고 있었답니다. 우리 똥강아지 키가 대략 100cm 되니까 서로 마주보고 서면 제 배꼽 부위에 딸내미 시선이 고정되는 상황이랍니다. 저는 보통 옷을 입고 씻기는 편인데요, 그날따라 계속 제 윗옷을 들췄다 내렸다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까르르 웃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샤워할 때마다 장난치느라고 말을 잘 안 들어서 몇 번 소리를 친 끝에 겨우 물기를 닦으려고 수건을 펼쳤는데 우리 똥강아지, 엄마를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저를 부릅니다.

“엄마”
“응~ 왜?”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그거 알아?"
“뭘?”
“엄마 배꼽이…… 꾸겨졌어. 하하하, 하하하.”
“…………”

순간 제 머리속에는 마구 구겨진 종이며 짜부러진 캔 등의 이미지가 떠올랐답니다. T.T



“진짜 웃겨. 막 꾸겨졌어. 하하하.”

“똥강아지 배꼽도 구겨졌다 뭐.”
“정말?”

우리 똥강아지는 엄마 배꼽이 구겨져 있는 줄은 알아도 자기 배꼽도 그런 줄은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면서 고개를 숙여 자기 배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살피던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아이들은 눈에 비친 그대로 느끼고 자기가 아는 만큼 표현하는 게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똥강아지! 그리고 배꼽은 구겨졌다고 하지 않고 주름져 있다고 하는 거야.”
“주름? 주름? 하하하.”

이래저래, 똥강아지 웃는 소리가 한 옥타브나 올라가 우리 집 고요한 밤을 가득 메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