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를 키우다 보니 소꿉놀이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도 어릴 적에 무척 좋아하던 놀이였지요. 똥강아지가 엄마 먹으라며 수박으로 만든 국(?)이나 오렌지나물 같은 것을 해 오면 입을 벌리고 먹는 시늉을 해줘야 한답니다. 애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
아이가 커다가 보니 이 집, 저 집에서 주방놀이 즉, 어린이 키친세트를 많이 봤어요. 싱크대도 있고 어떤 건 냉장고에 오븐까지 앙증맞은 크기로 이것저것 달려 있는 것이 사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이지 싶어요. 몇 번 큰 맘 먹고 사줄까도 했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요. 종류도 많은데 싼 것은 100달러 정도에 살 수도 있지만 어떤 건 150달러 200달러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훨씬 비싸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직접 종이박스나 공간박스 등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만든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답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데요. 마침 한국에서 미국으로 해외이사를 할 때 썼던 두꺼운 종이박스가 눈에 띠여서 과감히 도전했어요.
우선 다른 엄마표 주방놀이를 검색해서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 기획을 한 뒤 이사용 박스 2개, 맥주 박스 1개를 연결했답니다. 모두 세웠어요. 그리고 다른 박스는 연결 틈을 뜯어 펼친 다음 벽을 세웠어요. 미국엔 테이프가 무척 비싼데 이것들 고정한다고 엄청 써댔네요.
주방놀이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저는 처음부터 딸내미와 같이 만들었답니다. 테이프 좀 뜯어 달라 부탁하고 함께 붙이고 여긴 무엇이 될 공간이라는 것도 설명해주면서요. 깜짝 선물로 주는 것도 좋지만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꽤 흥미 있었답니다. 우리 딸, 저 종이상자를 부여잡고 자기도 키친이 생긴다고 깡충깡충 뛰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박스 두께는 한 이 정도에요. 꽤 두꺼운 편이죠?
설거지 통이 들어갈 구멍도 뚫고 남은 박스 잘라다가 내부에 칸을 만들었어요. 참, 한국에서는 스테인리스 볼이 무척 싸던데 미국은 엄청 비싸더라고요. 질이야 좋긴 한데 거의 만원 꼴 하길래 고민하다가 <Dollar Tree>라고 하는 1불 숍 가서 흰색 플라스틱으로 된 그릇을 겨우 구했더랍니다. 한국의 다이O가 그리웠어요.
오른쪽 상자에 네모 칸으로 자른 것은 오븐을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바로 위 칸에는 전자레인지를 사서 넣어주려고요. 마트에 가면 장난감 오븐도 팔긴 하는데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오븐은 직접 만들었답니다.
미국엔 시트지도 비쌀뿐더러 예쁜 것이 없어서 그냥 깔끔한 색으로 골랐답니다. 열심히 자를 대고 길이를 잰 뒤 자르고 오리고 붙이고 했는데 다 하고 나니 정면 벽을 붙일 시트지가 모자란 거에요. 시트지 하나에 약 6달러 정도 하는데 하나를 더 사자니 아깝고 해서 집에 남아도는 천을 붙였어요.
꽃무늬 천이 아이 주방에는 조금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봐줄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있었지요. 벽에 주방기구를 걸어두려고 주르륵 붙여준 훅이 어찌나 쉽게 떨어지던지요. 종이나 플라스틱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천 위에 붙이니 가벼운 무게도 이기지 못하고 금세 다 떨어져 버리고 말았답니다. 하는 수 없이 모두 떼다가 양 옆에 달았어요. 선반도 달려고 했으나 자꾸 떨어지길래 저렇게 작업대 위에 놓았답니다. -_-;; 수도꼭지는 다 쓴 바디우시 빈 병을 이용했어요. 문짝 손잡이와 오븐 손잡이는 홈디포(Home Dipot)에 가서 샀어요.
또 하나의 문제 등장! 다른 분들은 대체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이사용 박스가 무척 두껍고 튼튼하다 보니 문이 잘 안 닫기는 거에요. 자석도 붙여보고 했는데 문이 밖으로 나가려는 힘이 너무 강해서 효과가 없더라고요. 결국 똥강아지 아빠가 저렇게 찍찍이를 붙인 끝에 겨우 완성했답니다. 근데 조금만 건드려도 열리긴 해요. ^^
완성된 주방이 깔끔하긴 한데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것 같아서 두 가지 포인트를 주었답니다. 윗 부분에 천을 주름잡아 달았고 정면 벽에 과일그림 스티커를 붙였어요. 천은 월마트 가서 1야드 끊어온 다음에 열심히 바느질하고 리본 붙이고 해서 만들었고요, 과일 그림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뒤 크기 조절하여 스티커 용지에 출력해서 오렸어요. 똥강아지가 붙여서 삐뚤빼뚤해요.
그렇게 해서 약 1주일 만에 완성된 똥강아지 주방이랍니다.
이건 오븐이에요. 오븐 문은 단비아빠가 자석을 끼워주어 열렸다 닫혔다 무지 잘 합니다. 오른쪽은 오븐을 열었을 때 사진인데 안쪽에 박스는 원래 선반 만들려고 했던 것이나 달 수가 없어서 졸지에 오븐용 그릇이 되었어요. 시리얼 박스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이건 타겟(TAGET)에서 15불 주고 산 전자레인지에요. 건전지가 들어가는데 음식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고 소리가 나면서 돌아가요. 제가 해 봐도 신기해요.
조리대 오른쪽 공간은 냉장고로 쓰고 있어요. 각종 채소며 과일이며 또 작년 부활절 때 받았던 장난감 계란 등 먹을 거리가 가득하지요.
조리대 손잡이는 이렇게 생겼고요.
싱크대와 작업대를 가까이서 찍었어요. 꽃무늬가 마음에 안 들지만 아껴서 한다는 취지에 만족하고 있어요.
만들고 혼자 좋아했던 장식 부분이에요. 마침 냄비받침도 같은 무늬라 꼭 세트 같지요?
왼쪽, 오른쪽 벽으로 밀려난 조리기구들이에요. 종이에 붙이느라 어쩔 수 없었네요.
자기 주방이 생긴 이후 단비는 음식을 먹고 나면 꼭 설거지통에 넣었다가 그릇 닦는 흉내를 내고는 꼭 원래 있던 자리에 넣어둔답니다. 그리고 얼마나 깨끗이 치웠는지 자랑을 하지요. 물론 아이인지라 이것만 갖고 놀진 않아요. 그래도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엄마가 만들어 준 주방이라고 대답한답니다. 저 조그만 아이도 자기를 위해 엄마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걸 아는 걸까요? ^^ 전 그저 고맙기만 하답니다. ■
엄마표 주방놀이 총 비용 정산 : 49불
문 손잡이 5개: 6불
시트지: 6불
체크무늬 천: 3불
리본: 2불
설거지용 그릇: 1불
전자레인지: 15불
추가로 산 냄비, 조리용구 소꿉놀이: 15불
조리기구 걸어놓는 훅: 1불
기타 종이박스, 찍찍이, 천, 음식 스티커 등은 집에 있는 물건 활용
'● 이런저런 이야기 > 딸 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앗! 우리 집 거실에 공룡이 나타났어요! (16) | 2011.03.01 |
---|---|
네 돌 지난 딸내미가 만든 해골(?) 종이인형 (4) | 2011.02.24 |
어린 딸의 집에 관한 개념 (12) | 2011.01.20 |
"사람은 말을 꼭 해야 되요" 5살 딸내미 생각 (11) | 2010.09.01 |
“아빠 입술은 엄마 거야”라는 말에 딸내미 반응 (13) | 2010.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