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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딸 키우기

해외 이사용 박스로 만든 "엄마표 주방놀이"

by 영글음 2011. 2. 22.

딸내미를 키우다 보니 소꿉놀이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도 어릴 적에 무척 좋아하던 놀이였지요. 똥강아지가 엄마 먹으라며 수박으로 만든 국(?)이나 오렌지나물 같은 것을 해 오면 입을 벌리고 먹는 시늉을 해줘야 한답니다. 애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공감하시죠? ^^

 

아이가 커다가 보니 이 집, 저 집에서 주방놀이 즉, 어린이 키친세트를 많이 봤어요. 싱크대도 있고 어떤 건 냉장고에 오븐까지 앙증맞은 크기로 이것저것 달려 있는 것이 사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이지 싶어요. 몇 번 큰 맘 먹고 사줄까도 했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요. 종류도 많은데 싼 것은 100달러 정도에 살 수도 있지만 어떤 건 150달러 200달러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훨씬 비싸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직접 종이박스나 공간박스 등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만든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답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데요. 마침 한국에서 미국으로 해외이사를 할 때 썼던 두꺼운 종이박스가 눈에 띠여서 과감히 도전했어요.

 

우선 다른 엄마표 주방놀이를 검색해서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 기획을 한 뒤 이사용 박스 2, 맥주 박스 1개를 연결했답니다. 모두 세웠어요그리고 다른 박스는 연결 틈을 뜯어 펼친 다음 벽을 세웠어요. 미국엔 테이프가 무척 비싼데 이것들 고정한다고 엄청 써댔네요.

 

주방놀이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저는 처음부터 딸내미와 같이 만들었답니다. 테이프 좀 뜯어 달라 부탁하고 함께 붙이고 여긴 무엇이 될 공간이라는 것도 설명해주면서요. 깜짝 선물로 주는 것도 좋지만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꽤 흥미 있었답니다. 우리 딸, 저 종이상자를 부여잡고 자기도 키친이 생긴다고 깡충깡충 뛰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박스 두께는 한 이 정도에요
. 꽤 두꺼운 편이죠?

 


 

설거지 통이 들어갈 구멍도 뚫고 남은 박스 잘라다가 내부에 칸을 만들었어요. , 한국에서는 스테인리스 볼이 무척 싸던데 미국은 엄청 비싸더라고요. 질이야 좋긴 한데 거의 만원 꼴 하길래 고민하다가 <Dollar Tree>라고 하는 1불 숍 가서 흰색 플라스틱으로 된 그릇을 겨우 구했더랍니다. 한국의 다이O가 그리웠어요.

 


 

오른쪽 상자에 네모 칸으로 자른 것은 오븐을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바로 위 칸에는 전자레인지를 사서 넣어주려고요. 마트에 가면 장난감 오븐도 팔긴 하는데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오븐은 직접 만들었답니다.

 


 

미국엔 시트지도 비쌀뿐더러 예쁜 것이 없어서 그냥 깔끔한 색으로 골랐답니다. 열심히 자를 대고 길이를 잰 뒤 자르고 오리고 붙이고 했는데 다 하고 나니 정면 벽을 붙일 시트지가 모자란 거에요. 시트지 하나에 약 6달러 정도 하는데 하나를 더 사자니 아깝고 해서 집에 남아도는 천을 붙였어요

 

꽃무늬 천이 아이 주방에는 조금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봐줄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있었지요. 벽에 주방기구를 걸어두려고 주르륵 붙여준 훅이 어찌나 쉽게 떨어지던지요. 종이나 플라스틱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천 위에 붙이니 가벼운 무게도 이기지 못하고 금세 다 떨어져 버리고 말았답니다. 하는 수 없이 모두 떼다가 양 옆에 달았어요. 선반도 달려고 했으나 자꾸 떨어지길래 저렇게 작업대 위에 놓았답니다. -_-;; 수도꼭지는 다 쓴 바디우시 빈 병을 이용했어요. 문짝 손잡이와 오븐 손잡이는 홈디포(Home Dipot)에 가서 샀어요.

 


 

또 하나의 문제 등장! 다른 분들은 대체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이사용 박스가 무척 두껍고 튼튼하다 보니 문이 잘 안 닫기는 거에요. 자석도 붙여보고 했는데 문이 밖으로 나가려는 힘이 너무 강해서 효과가 없더라고요. 결국 똥강아지 아빠가 저렇게 찍찍이를 붙인 끝에 겨우 완성했답니다. 근데 조금만 건드려도 열리긴 해요. ^^   

 

완성된 주방이 깔끔하긴 한데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것 같아서 두 가지 포인트를 주었답니다. 윗 부분에 천을 주름잡아 달았고 정면 벽에 과일그림 스티커를 붙였어요. 천은 월마트 가서 1야드 끊어온 다음에 열심히 바느질하고 리본 붙이고 해서 만들었고요, 과일 그림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뒤 크기 조절하여 스티커 용지에 출력해서 오렸어요. 똥강아지가 붙여서 삐뚤빼뚤해요.


 

그렇게 해서 약 1주일 만에 완성된 똥강아지 주방이랍니다.

    

 


 

이건 오븐이에요. 오븐 문은 단비아빠가 자석을 끼워주어 열렸다 닫혔다 무지 잘 합니다. 오른쪽은 오븐을 열었을 때 사진인데 안쪽에 박스는 원래 선반 만들려고 했던 것이나 달 수가 없어서 졸지에 오븐용 그릇이 되었어요. 시리얼 박스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이건 타겟(TAGET)에서 15불 주고 산 전자레인지에요. 건전지가 들어가는데 음식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고 소리가 나면서 돌아가요제가 해 봐도 신기해요.

 


 

조리대 오른쪽 공간은 냉장고로 쓰고 있어요. 각종 채소며 과일이며 또 작년 부활절 때 받았던 장난감 계란 등 먹을 거리가 가득하지요


조리대 손잡이는 이렇게 생겼고요
.

 

 

싱크대와 작업대를 가까이서 찍었어요꽃무늬가 마음에 안 들지만 아껴서 한다는 취지에 만족하고 있어요.

 

 

만들고 혼자 좋아했던 장식 부분이에요. 마침 냄비받침도 같은 무늬라 꼭 세트 같지요?

    


왼쪽
, 오른쪽 벽으로 밀려난 조리기구들이에요. 종이에 붙이느라 어쩔 수 없었네요.

 

 

자기 주방이 생긴 이후 단비는 음식을 먹고 나면 꼭 설거지통에 넣었다가 그릇 닦는 흉내를 내고는 꼭 원래 있던 자리에 넣어둔답니다. 그리고 얼마나 깨끗이 치웠는지 자랑을 하지요. 물론 아이인지라 이것만 갖고 놀진 않아요. 그래도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엄마가 만들어 준 주방이라고 대답한답니다. 저 조그만 아이도 자기를 위해 엄마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걸 아는 걸까요? ^^ 전 그저 고맙기만 하답니다. ■

 


엄마표 주방놀이 총 비용 정산
: 49

 

문 손잡이 5: 6

시트지: 6

체크무늬 천: 3

리본: 2

설거지용 그릇: 1

전자레인지: 15

추가로 산 냄비, 조리용구 소꿉놀이: 15

조리기구 걸어놓는 훅: 1 

기타 종이박스, 찍찍이, , 음식 스티커 등은 집에 있는 물건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