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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빙판길에서 차 사고 나다

by 영글음 2011. 2. 14.

지난 2월 5일 토요일, 생애 처음으로 차 사고가 났다. 얼음비가 내렸고 길이 살짝 얼었다. 운전하다 얼음 길에 미끄러져 내가 운전하는 차가 90도쯤 돌고 겨우 멈추었을 때 뒤차 역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내 차를 그대로 박았다.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옆 문이 찌그러졌고 우왕좌왕 당황했다. 같은 시간에 차 사고가 여러 군데서 난 탓에 경찰은 불러도 오지 않았다. 보험사는 내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했다. 보험처리를 한다 해도 최소 500불 이상 나갈 처지가 되었다.

 

500. 땅을 파도 나올 리 없는 금액 앞에 좌절했다. 심장이 쿵쿵, 한숨만 푹 쉬고 있는데 같이 사는 남자가 시카고 이야기를 해준다. 며칠 전 눈이 심하게 와서 눈 속에 갇히는 바람에 차에서 시동을 건 채 사람이 죽었단다. 그때 그 눈 사태로 12명이 죽었다고 했다.
 
잊고 있었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다치고 죽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제서야 나와 내 딸이 멀쩡하다는 것이 감사했다. 시카고 사고에 비하면 내 사고는 개미 발톱의 때만도 못한 지극히 작은 일이었다. 합리화의 방어기제가 또 한번 작동한다. 기껏해야 천불 안팎으로 나갈테니 수업료 낸 셈 치자고 말해준 같이 사는 남자는 그날 따라 현빈보다 더 멋지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