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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아직도 가야할 길] 삶의 지침서로 삼을만한 책

by 영글음 2010. 7. 17.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이 쓴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자 5살 된 딸내미가 와서 참견을 한다. 마음속에는 엄마를 방해해서 자기와 놀게 만들려고 하는 꿍꿍이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 놓고 그러지는 못하고 책 표지를 쓱 보며 손으로 몇 번 쓰다듬더니 한마디 하고 가버린다.

“엄마 이거 길을 찾는 책이네? 재미있겠다.”

길을 찾는 책이라. 책 내용도 모르고 했던 단비의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 책은 스캇 펙의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 의학과 인간의 이해의 원리를 담고 있다. 자라온 환경이나 세계관 등이 인간의 정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배웠다. 저는 책을 읽으며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형광펜이나 펜 등으로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다 읽고서 책을 후루룩 넘겨보니 알록달록 참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인생에 지침이 되는 내용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막다른 골목을 마주했을 때, 혹은 절망의 벼랑 끝에 섰을지라도 바로 그 순간, 우리에겐 아직도 가야 햘 길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표지 앞면에 적힌 이 문구를 읽었을 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빠바바빰”하며 머리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엔 서른 정도가 되면 다소 안정된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와보니 아니었다. 그렇지, 서른은 너무 어려. 마흔? 쉰? 그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방황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머릿속엔 이런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늘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괴로워했는데 이 책은 그 과정이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오히려 안심이다.

진리에 가까운 말들은 여러 번 반복되는 것 같다. 역시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시련을 담대히 받아들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같은 말을 한다. 인생 자체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일이므로 도피하거나 질질 끌지 말고 정면 승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산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내는 일, 그 원동력은 사랑이다.

스캇 펫은 사랑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린다. 남녀가 만나 불꽃 튀는 사랑을 하는 것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자아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는 의존성, 사랑 없는 집착, 자기희생 등 사랑의 가면을 쓴 많은 것들을 경계 대상으로 본다. 흔히 사랑의 반대 개념으로 무관심을 이야기하는데 그는 게으름이라 했다. 자아가 확대되는 변화를 두려워하는데서 오는 게으름, 읽어보면 공감 백배다. 

별 다른 종교가 없는 관계로 종교와 은총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개념 이해가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에 가야할 길이 눈앞에 놓여 있는 한 <아직도 가야할 길>은 오랫동안 제대로 가는 법을 제시해줄 것 같은 책이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