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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간 여성의 운명 개척기

by 영글음 2010. 7. 13.

손에서 놓기 싫은 책을 만났다. 숨을 쉬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그 속에 펼쳐지는 대 서사극을 바쁘게 따라가다 보니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 어느새 끝나 있었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쓴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몇 장의 티슈로 눈물을 찍어내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가슴이 시리도록 찬란하게 펼쳐지는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마음 놓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던 마리암, 평범하고 진보적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마리암과 같은 남편을 둘 수밖에 없었던 라일라. 마리암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면 라일라는 운명을 개척하는 편이었지만 그녀들 앞에 닥친 시련은 결국 같은 모습이었다. 심한 여성차별과 가난, 폭력, 전쟁 등……. 아프간의 두 여자가 살아내야 하는 혹독한 현실 앞에 나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쓰러지고 또 함께 일어섰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문학의 정수를 맛본 듯하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아니었다면 서방의 눈으로만 보아온 아프가니스탄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마음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문학 속에는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이 녹아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머나먼 옛날이 아닌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피워내는 희망의 불꽃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라일라와 마리암으로 대표되는 아프간 여성의 힘든 삶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그것을 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다만, 제국주의의 침략에 의한 전쟁이 그곳에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올 7월 초 아프간으로 파병간 대한민국의 젊은 생명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