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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83

달이야? 화성이야? 칠레 사막 달의 계곡 칠레를 마감할 무렵 우리는 ‘달의 계곡’에 섰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한 가운데,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목을 바짝 마르게 합니다.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걷고 또 걷는 것뿐……. 태양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빛을 더욱 뽐낼 수 있을까 고심하는 찰나,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생명들은 그 순간 주어진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 안으며 사막에 발을 내딛습니다. 달의 계곡, 누군가 정성 들여 잡아 놓은 계곡의 주름을 보면 이곳이 지구인지, 달인지, 화성인지 혹은 제3의 우주공간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하늘에서 곧 도넛 모양의 우주선이 내려와 지구를 정복할 것 같습니다. 바위틈 속에 얄밉게 버려진 쓰레기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지구를 더럽히고 황폐화시켜 인간.. 2011. 6. 1.
[칠레]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 아타카마 사막 이제 칠레 북부 차례입니다. 남쪽 끝 빙하마을 푼타아레나스에서 시작해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칠레 여행의 마지막 관문이지요. 라세레나에서 탄 버스에서 새벽녘 여명을 맞았습니다. 검은 하늘 아래에 푸른 틈이 생기더니 그 아래로 붉은 사막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사막은 머릿속에 상상했던 고운 모래사막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거친 돌과 흙이 물기 없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타카마 사막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많던 별들이 동쪽 하늘부터 씻겨 내려갑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계속 달려 아침 9시경 안토파가스타에 도착했습니다. 몇 명은 내리고, 새로운 몇 명이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동쪽 도시 칼라마를 향해 세 시간 정도를 더 달렸습니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칼라마의 일요일은 사막만큼이나 .. 2011. 5. 13.
[칠레] 라세레나 집시들, 뭐하고 있을까? 다른 도시로 떠나기 전, 라세레나 시내 곳곳을 돌았습니다. 막 가을로 접어든 공원의 햇살은 따사로웠지요.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남의 시선 따위는 가을 하늘에 휙~!하고 던졌나 봅니다. 시내에는 외관이 깔끔하고 높이도 아담한 유럽풍 건물이 많습니다. 또 바닥에 블록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참 정갈한 모습이지요. 국민의 90% 정도가 가톨릭을 믿기 때문에 어느 도시를 가건 성당이 많은 편입니다. 라세레나라고 예외일 순 없겠지요. 성당은 화려한 장식 하나 없지만 그대신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참 거리를 돌고 있는데 집시들을 만났습니다. 치렁치렁 긴 치마에 나이도 제각각인 여자 애 세 명이 우리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머니! 머니!”를 외쳐댑니다. 하도 귀찮게 굴.. 2011. 5. 10.
[칠레] 십자가 위에서 바라본 코킴보의 붉은 일상 라세레나 바다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동안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일본인 사야카와, 칠레 인 리디아를 만났습니다. 둘은 옆 동네인 코킴보에 갈 것이라 했습니다. 라세레나 해안선을 따라 왼쪽으로 눈을 돌리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에 집이며 건물이 빼곡히 들어앉은 게 보입니다. 그리고 높이 솟아 있는 십자가도 희뿌옇게 보이지요. 그 동네가 바로 코킴보랍니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우리는 ‘얼씨구나’ 하고 그들을 따라 나섰답니다. 넷이서 신발을 벗고 바닷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걸어서 그곳까지 갈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한 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앞의 코킴보가 더욱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법 그 자체였지요. 하는 수 없이 우리는 해안가를 빠져 나와 코킴보로 가는 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 .. 2011. 5. 10.
[칠레] 라세레나 바다가 부르는 잔잔한 노래 활기찼던 산티아고를 벗어서 칠레 북부를 향했습니다. 엿가락처럼 길게 늘인 나라에서 중심을 지나고 나니 창밖으로 분위기가 전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산들은 점점 옷을 벗고 선인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땅은 물기를 잃어갑니다. 한참을 달려도 초원은 끝이 나지 않고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마저 따라오기에 지쳐 한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해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지요. 어둑해질 무렵 난생 처음으로 은하수도 눈에 담았답니다. 저녁에 도착한 라세레나는 칠레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입니다. 도시 이름이 입 안에서 또르르 굴러갑니다. 라세레나. 이것의 뜻은 ‘잔잔한 것’이라고 하던데 이곳에 있는 동안 그 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요. 기온이 온화하고 범죄율이 낮아 칠레에.. 2011. 5. 6.
[칠레] 산티아고 광장의 낮을 채우는 사람들 여행이란 게 그렇습니다. 대개 자연을 보거나 건물을 보거나 혹은 사람을 보거나……. 그걸 통해 깊이 있게 그 나라의 문화, 사회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참 대단합니다. 제 경우엔 사람을 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여행의 모토가 “인터뷰 여행(Interview Travel)”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읽어내겠다는 거창한 취지가 담겼었지요. 영어, 스페인어 실력이 모자라 맘에 드는 만큼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늘 그걸 염두에 두고 다니긴 했습니다. 이번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만난 사람들 차례입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지도 않았고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말 없이도 저에게 칠레가 어떤 나라인지 알려주고 있더군요. 먼저 주중.. 2011. 5. 6.
가족이란 이름이 좀 버거울 때 며칠 째 비가 온다. 뒤뜰에서 막 고개를 내민 상추 새싹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되련만, 나에게는 그저 흐리고 가라앉은 날의 연속이다. 햇볕을 보면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려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 일기예보, 목요일 잠깐 해 뜨고 나머지는 모두 비, 비, 비. 조금 더 허우적거려야 한다. 요즘, 가족이 과연 무얼까 생각한다. 내가 만든 가족 말고, 나를 만들었던 가족이 따뜻함, 배려, 사랑의 단어를 넘어 굴레, 구속이 되면서 드는 상념이다. 어릴 적 나는 모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 또한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진리인줄 알았다. 언제나 부모는 자식을 감싸고 자식은 공경으로 부모를 위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성폭행했다는 기사가 들.. 2011. 4. 12.
[칠레] 수도 산티아고 시내 곳곳을 돌아보자 이곳은 아르마스 광장입니다.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어 무척 붐비지만 산티아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보이는 것은 대성당입니다. 1558년에 지어졌다는데 칠레 가톨릭에서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곳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냥 지나쳤네요. 그 밖에도 중앙우체국, 시청, 국립역사박물관,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이 광장에 있습니다. 광장 초입에 원주민 얼굴이 크게 조각되어 있는 대형 조형물이 있습니다. 광장의 상징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요. 여행을 하기 바로 직전까지 저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사보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드럭스토어나 비타민 브랜드 등에 관심이 많았지요. 는 미국 최대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인데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브랜드입니다. 전 회사의 경.. 2011. 4. 12.
[칠레] 아옌데가 지키고 선 모네다 대통령궁 산티아고 시내 헌법광장과 자유광장 사이에 모네다 대통령궁이 있습니다. 모네다(Moneda)는 스페인어로 돈이라는 뜻인데 원래는 칠레의 조페국이었기 때문입니다. 1846년부터 대통령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대통령집무실로만 쓰이고 있지요. 대통령집무실치고는 무척 소박한 건물입니다. 높게 솟아 있는 칠레국기가 궁보다 더 화려하게 보일 정도이지요. 궁 앞에는 관광객만큼이나 많은 경찰이 항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피곤한 개 한 마리도 그곳에 자리를 깔고 누웠습니다. 칠레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데 담이 없이 쉬웠던 것처럼 모네다 궁도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마침 학생들 한 무리가 교사와 함께 와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소가 되기도 하나봅니다. 덕분에 기념촬영도 했습.. 2011. 4. 1.
스컹크 방귀 냄새, 참기름 냄새와 비슷하다고? 제가 사는 곳은 산속 한 가운데 자리잡은 도시랍니다. 그런즉 어딜 가나 몇 발자국만 나가면 나무며, 꽃이며, 들이며 산이 반겨주지요. 집에서 3분 거리에 말 세 마리가 있는 목장도 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사니 무지 좋긴 한데, 가끔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답니다.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 많거든요. 너구리나 두더지, 다람쥐, 새들은 일상다반사고요, 가을철 짝짓기 계절이 되면 사슴도 종종 차에 치여 위험천만하답니다. 제가 사는 곳 교통사고 1순위가 바로 사슴을 치는 것이라고 해요. 생각해 보세요. 인적 드문 밤길을 달리는데 덩치가 산만한 사슴이 차로 뛰어든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 일인데요. 제가 직접 친 적은 없지만 길거리에 죽어 나동그라져 있는 사슴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물, 바.. 2011. 3. 22.
[칠레] 칠레에서 미혼모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 유스호스텔에서 조금 더 싼 곳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호스텔이 시내 중심가에서 너무 멀기도 했지만 남녀 방이 따로 되어 있어 남편과 밤새 떠들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새로 옮긴 숙소는 대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퉁이에 있었습니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계단을 올라가면 3층에 주인이 살았고 4층에는 여러 방들이 개미집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에요 하룻밤 비용은 2인용 침대가 있는 방 하나에 10,000페소, 이곳에서 우리는 닷새를 더 묵었습니다. 산티아고 시내에 있는 숙소, 가정 집에 있는 방 몇 개를 여행객에게 빌려줍니다. 주인집에는 딸 셋과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딸들의 나이는 대략 10대 후반과 중반 정도였는데 아들은 한 세 살 정도로 아주 어렸지요. 가족들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어요... 2011. 3. 22.
[칠레] 화산도시 푸콘 슬쩍 지나 대망의 산티아고 상경기 노트북과 함께 여행책자를 잃어버린 탓에 다음 목적지는 숙소 아주머니와 다른 여행객들이 추천해주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발디비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푸콘’이지요. 그곳에 가면 화산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용암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는 투어라고 하는데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한 번 들려볼 요량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푸콘에 도착, 도시가 깔끔한 느낌입니다. 역시 유명한 휴양지답게 크고 좋은 고급호텔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만년설이 쌓인 화산이 보이고 쾌적한 분위기입니다. 거리에서는 스페인어만큼이나 영어가 많이 들립니다. 이제껏 보았던 다른 도시보다 백인도 더 많았습니다. 물가도 더 비쌌지요. 하루에 2,3만 페소(4-6만 원 정도)씩 한다는 화산투어는 건너뛰기.. 201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