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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칠레] 라세레나 집시들, 뭐하고 있을까?

by 영글음 2011. 5. 10.



다른 도시로 떠나기 전, 라세레나 시내 곳곳을 돌았습니다. 막 가을로 접어든 공원의 햇살은 따사로웠지요.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남의 시선 따위는 가을 하늘에 휙~!하고 던졌나 봅니다.

 



시내에는 외관이 깔끔하고 높이도 아담한 유럽풍 건물이 많습니다또 바닥에 블록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참 정갈한 모습이지요.

 





국민의 90% 정도가 가톨릭을 믿기 때문에 어느 도시를 가건 성당이 많은 편입니다. 라세레나라고 예외일 순 없겠지요성당은 화려한 장식 하나 없지만 그대신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참 거리를 돌고 있는데 집시들을 만났습니다
. 치렁치렁 긴 치마에 나이도 제각각인 여자 애 세 명이 우리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머니! 머니!”를 외쳐댑니다. 하도 귀찮게 굴길래 돈 대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바로 포즈를 잡아주데요. 그러나 사진을 찍은 후에도 돈을 달라는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배낭여행 중이라 우리는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었지요. 소득 없이 쫓아 오는 것에 질렸는지 집시들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그렇게 큰돈을 달란 것도 아니었을 텐데 싶어요. 셋이서 식사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는 몇 달러만 쥐어 줬더라면 그네들은 잠시나마 행복했을 테지요. 남편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자선, 구호활동을 베푸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준 칠레 문화의 한 단면과 미소를 생각하면 저는 조금 미안해지곤 합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네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다음 여행에서는 마음만이라도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시내 한 광장 길가에서 파는 수제품들이에요. 나사와 못 등을 구부리고 펴고 붙여서 사람을 만든 건데 발상이 신선하답니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거나 드럼, 기타 등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한 손에 술병을 들고 취해 있는 모습입니다.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허리를 뒤로 제치고 병 나발을 불고 있는 것과 변기를 잡고 토하고 있는 것 두 개를 사 들고 왔습니다. 지금은 우리집 거실 장식장에 있답니다.

 



숙소 아저씨가 추천하는 식당에 가서 추천 메뉴로 식사를 했습니다. 위 음식은 생선 커틀렛 같은 요리고, 아래 음식은 ‘엠파나다’라는 음식이에요. 스페인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밀가루 반죽 속에 다진 고기나 각종 다진 채소가 들어가 있는데 맛이 끝내줍니다. 모양이나 맛 모두 커다란 튀김 만두 같다고나 할까요?

 


이 음식은 일종의 치킨으로 만든 수프랍니다. 닭을 물에 넣고 끓였으니 삼계탕 비슷하기도 한데 국물에 레몬을 짜 넣은 덕택에 새콤달콤 새로운 맛을 선사합니다그래도 입맛에 꽤 맞는 음식 중 하나였답니다. 이것은 라세레나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기도 하지요. 잔잔하면서도 깔끔한 라세레나와 꼭 닮은 치킨 수프를 뱃속에 넣고 우리는 칠레의 중부와 안녕~ 하고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