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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칠레]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 아타카마 사막

by 영글음 2011. 5. 13.

이제 칠레 북부 차례입니다. 남쪽 끝 빙하마을 푼타아레나스에서 시작해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칠레 여행의 마지막 관문이지요. 라세레나에서 탄 버스에서 새벽녘 여명을 맞았습니다. 검은 하늘 아래에 푸른 틈이 생기더니 그 아래로 붉은 사막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사막은 머릿속에 상상했던 고운 모래사막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거친 돌과 흙이 물기 없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타카마 사막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많던 별들이 동쪽 하늘부터 씻겨 내려갑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계속 달려 아침 9시경 안토파가스타에 도착했습니다. 몇 명은 내리고, 새로운 몇 명이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동쪽 도시 칼라마를 향해 세 시간 정도를 더 달렸습니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칼라마의 일요일은 사막만큼이나 황량합니다.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았고 공원을 빼면 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버스를 타고 산페드로데아타카마로 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 사막 풍경을 더 지나야 합니다. 이곳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여행자들의 거점이 되는 곳이지요. 그래서인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활기차 보였습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달의 계곡 등을 즐기다가 볼리비아 우유니 투어에 참가해 안데스 산맥을 넘습니다. 반대로 볼리비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이곳부터 칠레 남쪽을 향해가지요. 그 덕에 작은 마을이지만 투어를 주선하는 여행사들이 아주 많답니다.






아타카마 사막.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땅입니다. 2천만년 동안 건조한 상태를 유지했다는데 매년 평균 강수량이 0.01cm도 되지 않는다고 해요. 사막의 어떤 지역은 400년 이상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답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혹한 환경을 이기며 수천 년을 견디며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을 이용해 안개를 잡은 뒤 거기서 나오는 물을 물탱크에 저장하면서 말입니다. 고된 세월을 이긴 그들의 힘이 대단하게만 보입니다










모든 건물은 흙으로 지은 단층입니다. 내뿜은 날숨은 모두 토담이 빨아들이는 듯 무척 건조합니다. 길쭉한 그림자에도 먼지가 날리고, 숙소 마당 한편에 누군가 널어놓고 걷지 않은 빨래는 마치 화석처럼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대지와 공기, 건물과 주민들의 얼굴색마저 모두 황토빛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시장에서는 형형색색의 수공예품이 여행자들을 유혹합니다.












온통 흙벽인데 산페드로 성당은 하얗게 칠해진 덕에 무척 눈에 띕니다. 군데, 군데 칠이 벗겨져 흙색이 보이지만 다른 이의 여행기에서 확인해 보니 몇 년 후 다시 흰색을 칠한 것 같습니다. 깔끔해 보이기는 했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사라졌더군요.






마을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가면 오래된 미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2만년 정도 된 것도 있는데 머리카락이며 옷이며 꽤 생생하게 남이 있어요. 이것 모두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라 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미라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몇 만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이 육체의 생명이 붙어 있었을 때에는 뭐하면서 먹고 살았을까? 농사를 지었을까, 물고기를 잡았을까? 아이는 몇이나 낳았을까……. 설마 자기가 2000년대를 맞이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요.  




저녁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해가 떨어진 탓에 춥습니다. 사막에서 맞는 밤은 이채롭습니다. 도시에서 흔하게 보이는 네온사인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토담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노란 백열전등이 조용히 빛을 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여행지인지라 여기저기 술집을 겸비한 식당 앞에는 일명 삐끼들이 진을 치고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들이밀고는 맛있는 식사와 술이 있다고 떠들어댑니다. 얼핏 안을 들여다보니 마당 한 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테이블에 촛불을 얹어 놓은 모습이 보입니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문 밖까지 피어 오릅니다.

 

PC방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습니다. 칠레에서 교민 외에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입니다. 직업이 약사라는 그 분은 2년째 배낭여행 중이라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 가슴이 너그러워집니다. 그래서 누굴 만나든 열린 마음이 되곤 하지요. 아마도 곧 헤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주머니 사정으로 그냥 지나쳤던 그 운치 있는 식당에서 그 분의 아프리카, 이집트 여행기를 들었습니다. 사막의 밤이 사그라집니다그리고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한 가운데서 마시는 맥주는, 정말 끝내줬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