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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칠레] 화산도시 푸콘 슬쩍 지나 대망의 산티아고 상경기

by 영글음 2011. 3. 22.

노트북과 함께 여행책자를 잃어버린 탓에 다음 목적지는 숙소 아주머니와 다른 여행객들이 추천해주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발디비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푸콘’이지요. 그곳에 가면 화산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용암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는 투어라고 하는데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한 번 들려볼 요량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푸콘에 도착, 도시가 깔끔한 느낌입니다역시 유명한 휴양지답게 크고 좋은 고급호텔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만년설이 쌓인 화산이 보이고 쾌적한 분위기입니다. 거리에서는 스페인어만큼이나 영어가 많이 들립니다. 이제껏 보았던 다른 도시보다 백인도 더 많았습니다




물가도 더 비쌌지요하루에 2,3만 페소(4-6만 원 정도)씩 한다는 화산투어는 건너뛰기로 했습니다사람과 사회를 만나 세계와 대한민국의 오늘을 읽고 오겠다는 여행 목적에 맞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하여 그저 동네 구경이나 하며 하루 묵었다가 다음 도시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다음 도시 테무코는 정말 짧게 머물렀던 곳이랍니다. 낮에 도착하여 밤 버스를 타고 더 북쪽으로 갔거든요테무코는 칠레 초기 정착민들이 선주민인 마푸체족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지은 요새였다고 합니다. 6년 전 당시 칠레에서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는 도시라고 했어요. 지금은 아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테무코 길거리 벽에 그려진 예술작품? 장난? 낙서? 정체가 뭘까?

테무코에서 만난 경찰특이하게도 말을 타고 순찰(?)을 돕니다.

이곳에서는 터미널 근처만 왔다 갔다 하다가 버스를 타고 떠났기 때문에 남는 인상은 없습니다. 그래도 길거리에서 봤던 작품 아닌 작품과 말을 탄 경찰은 무척 인상적이었지요.

 

이제 칠레의 중심, 수도 산티아고로 향할 차례입니다.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수없이 버스를 탔습니다. 남미 버스는 진짜 훌륭합니다. 한 번 타면 열 몇 시간씩 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의자도 아늑하고 밤에 편하게 잘 수 있게 뒤로 많이 젖혀지기 때문에 돈을 아껴야 하는 배낭 족에게 훌륭한 숙소가 되어줍니다.

 

우리와 다른 모습이 있다면 버스 뒤편에 화장실이 딸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휴게소는 없습니다. 버스회사가 무척 많은데 회사에 따라서 비스킷과 커피 같은 간단한 아침식사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커피가 쏟아질라 신경을 쓰다 보면 저절로 아침잠이 달아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새벽 6, 버스가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여행 중 처음 도착한 대도시였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 상점 문이 닫혀 있어서 우선 터미널 한구석에 앉았습니다. 여행책자 론니플래닛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여기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더군요. 그나마 산티아고 지도 한 장을 얻어 어렵사리 물어본 끝에 ‘여기’ 가 그 넓은 산티아고에서 어디쯤인지를 알아낸 게 전부였지요.

 

그때! 절망의 끝에서 우리는 가느다란 빛 한 줄기를 발견합니다. 우리 것과 비슷한 크기의 배낭을 메고 있는 눈이 파란 아이들이 맞은 편 화단에 앉아 론니플래닛을 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 구원의 손길, 그들은 독일에서 왔다고 합니다. 절박한 상황을 설명한 끝에 그들을 따라 유스호스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더니 우리가 산티아고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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