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불안] 현대인은 왜 불안을 느끼는 걸까

by 영글음 2010. 10. 5.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불안 p 80~81)

 자크 루소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말한 내용을 알랭 드 보통이 저서 <불안>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이는 부에 대한 이야기지만 행복도 마찬가지일 터. 도달하고자 하는 기준이 높을수록 우리는 불행하며 때론 불안하다. 가진 자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갖으려는 마음, 최고의 위치에 있는 스타가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유지하고픈 욕망, 그 이면에는 그렇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불안이 숨 쉬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 했다.

인간에게 욕망은 당연한 심리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남들보다 더 부유해지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고 그래서 더 사랑받고자 하는 심리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욕망 뒤에 ‘착’하고 달라붙어 평생 인간을 쫒아 다니는 ‘불안’에 대해 원인과 해법을 알게 된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불안의 심리를 파헤치기 위해 기원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유수한 철학자와 사상가, 예술가들을 우리 앞에 불러들인다. 여러 철학이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으로 잘 버무려져 펼쳐지는 덕에 우리는 책상 앞에서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불안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 원인 등을 깨우칠 수 있다.

그는 불안을 만드는 것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남들에게 사랑․인정받기 위해,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고, 더 나은 삶을 향한 기대, 능력주의 체제에서의 부의 위상 변화, 세계 경제 속에서 고용의 불확실성 등에 기인하여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모든 원인을 관통하고 있는 사실은 불안이 자기 내면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대개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염두에 두고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자기 자신이 바로 서는 것, 자기 철학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이야 뭐라던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은 철학적인 접근 외에도 ▲비극과 희극의 예술로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법 ▲정치적 관점에서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히는 일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성공과 죽음을 통해 지위에 대한 마음의 평정을 찾는 법 ▲능력주의, 부르주아지에 맞서는 보헤미아 같은 삶의 방식 등으로 나눠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변화․발전하는 유동적인 것이다. 불안 역시 많은 부분이 사회적 관계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제의 불안이 오늘의 그것과는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불안>이란 책이 방대한 철학적 사유를 논하는 깊이 있는 책인지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번호 매겨가며 설명하고 있는 자기계발서보다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지위나 명예 특히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불안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나에게는 어떤 다른 내용보다 삶에 있어 인문, 철학을 심도 있게 접해야 할 또 하나의 계기를 안겨준 책이었다. 표지 뒷면 책상에 앉아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모습,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