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볼리비아 우유니 2] 최고의 명도, 최고의 채도

by 영글음 2011. 6. 10.

첫째 날엔 그렇게 시끌시끌했던 차 안이 둘째 날이 되자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4,500m 고도의 숙소에서 모두들 고산병으로 밤잠을 설친 탓이지요. 도착할 때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밤이 되어 자리에 눕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하면서 열이 올랐습니다. 아침에 스위스 친구 벨로디아가 준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온 터였습니다하지만, 몇 발짝 움직이기 힘들었던 발걸음이 투어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졌답니다. ^^



둘째 날은 볼리비아의 사막을 제대로 만끽하는 날이었습니다. 칠레 사막이 다소 척박한 느낌이라면 볼리비아 사막은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자연과 어우러진 야마, 비꾸냐, 플라밍고들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지프가 다가서기 무섭게 멀찌감치 달아나 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합니다. 차 혹은 사람의 무서움을 알았을까요? 아니면 그저 움직이는 다른 동물체가 두려웠던 것일까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마음의 안식을 찾고 값진 경험을 쌓고 가겠지만 자연과 동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배기가스나 내뿜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이상하게 생긴 괴물일 테니 말입니다.








사막은 알맞게 굴곡이 지고 푸르면서도 노란 빛깔을 띤 선인장이 많았으며 마치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 같은 기이한 바위들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 멀리서 보면 나뭇잎을 손이 가는 데로 구겨놓은 형상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매우 큰 바위입니다. 다른 여행객이 하는 것처럼 바위에 서서 기념 촬영도 했습니다.


지프차는 첫째 날보다 더욱 덜컹거립니다. 차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내 안의 오장육부도 함께 올라 쫙 늘어졌다가 다시 내려앉습니다. 가끔 자리를 잘못 잡은 장기들은 다음 번 덜컹을 기다립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모래와 먼지를 숨으로 들이 마셨을까, 내 폐가 닭똥집처럼 되지는 않았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눈 앞으로 화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대지는 목말라 기껏 선인장이나 자라게 하는데 화산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습니다.


 



마치 산을 송두리째 뽑아다가 거꾸로 들어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찍어 바르고는 다시 세워 박아 놓은 형상입니다
. 하늘이 파랗습니다. 누군가 먹다 남은 솜사탕을 하늘 곳곳에 풀어 놓았더군요. ^^

내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가장 높은 명도에 가장 높은 채도로 조절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위로 오리면 곧바로 엽서가 될 것이고, 액자 몇 개만 있으면 곧바로 미술관이 될 것 같았습니다. , 이렇게 말해도 성에 차지 않습니다. 세안 크림으로 두어 번 얼굴을 씻어내어 모공 깊은 곳 잔 찌꺼기까지 싹 빠진 20세 새내기 여대생의 피부 같은 그런 청명한 풍경! 가슴까지 맑아지는 푸른 빛깔! 우유니 투어 둘째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