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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급성 장염에 걸리다, 원인은......?

by 영글음 2011. 6. 29.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사건, 사고로 긴장하게 되지요. 특히 중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길거리에 가방만 내려 놓아도 들고 간다더라, 택시강도가 많다더라 하는 식의 무서운 말들을 많이 들었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중남미건 유럽이건 미국이건 여행객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볼리비아에서 경험한 산타 바바라 병원 투어사건은 조금 다른 일이었답니다.

 


우유니에서 수크레에 도착한 첫날, 가난한 여행객이었던 우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맨 먼저 한 일은 스페인 어학원을 찾은 일이지요. 이곳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단기간 코스가 있거든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 속의 기운이 내 육체를 떠나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더니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얼굴은 하얗게 변했습니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힘든 탓에 옆지기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숙소까지 기어(?!) 갔답니다.

 

그 후 미열과 구토, 설사 특히 5분 간격으로 계속되는 찢어질 듯한 복통이 제 정신을 완전히 앗아가곤 했지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려나 했지만 잠 속으로 빠져들기도 힘들더군요. 문득, 출산의 고통도 이 정도쯤 되려나 하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아이를 낳아 보니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 

 

결국 그날 저녁 수크레에 있는 산타 바바라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이 병원은 약 400여 년 전에 지은 곳인데 수크레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병원이었습니다. 병명은 급성 장염’. 아메바균이 원인이라는데 채소 등을 씻었던 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그 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해요. 수크레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한두 번씩 아메바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원하여 주사를 맞자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바로 없어졌습니다.

 


이건 얼굴을 가린 것도 아니고 안 가린 것도 아녀~ 가린 것도 아니고 안 가린 것도 아녀~

사실
, 여행객이 이 병원 1인실에 바로 입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스페인 어학원에 갔을 때 우연히 수크레에 사시는 한국 분, 영자 아주머니를 만나 전화번호를 받아둔 게 있었거든요. 여행 당시, 수크레에는 4가족 정도의 한국인이 살고 있어서 그렇게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30년 전 파견 간호사가 되어 독일로 건너갔었는데 공부를 더해 약학대학을 나왔고, 독일인 남편을 만나 그 도시에서 살고 있었답니다.

 

배가 아파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물어 보려고 영자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한 시간 뒤 아주머니는 독인일 의사 두 명을 대동하고 남편과 함께 숙소로 찾아와 주었답니다. 그 덕에 병원에 가서도 기다림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나 1인용 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머니의 남편은 독일정부에서 볼리비아에 파견하여 중요직책을 맡고 있었고, 숙소에 함께 왔던 독일인 의사는 산타 바바바병원의 과장이었다고 해요. 

 

아무 연고도 없는 여행객에게 그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베풀어준 영자 아주머니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2 3일의 병원 투어를 마치고 아주머니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아직도 진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부모님 고향과 영자 아주머니 고향이 같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요.

 

흔히 여행 중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여행의 묘미라고 하지요. 6개월의 여행 기간 동안 별의 별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지만 산타 바바라 병원 투어는 묘미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이었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팠지만 영자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극적 탈출할 수 있게 되었던 것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