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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일그러진 모계사회, 볼리비아 여성의 삶

by 영글음 2011. 7. 8.

우유니 투어를 마치고 볼리비아로 왔을 때 옆지기는 칠레는 생각보다 잘 살고 볼리비아는 생각보다 못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나라는 남미 북부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국가명을 정했건만, 칠레, 페루, 파라과이와의 전쟁에서 모두 지는 바람에 남미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가 되었다. 과거 좋았던 시절엔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영토가 이어졌다는데 지금은 바다 인접한 곳을 모두 빼앗기는 바람에 해군 군사훈련도 티티카카 호수에서 한다고 한다. 물가가 싼 덕에 우리에게는 꿈의 나라가 되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볼리비아가 가난하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행책자에도 충고가 여러 번 나왔다. 직접 겪은 느낌은 여행객에게는 어떤 나라든 위험요소가 늘 도사리고 있으며 볼리비아 역시 조심해야겠지만 위험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는 생각이다. 가난해도 순박한 사람들,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선주민이 가장 많은( 55%) 볼리비아에게 누가 그런 굴레를 씌웠을까?

 

수크레에 와서 교민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모계사회라 한다. 원래 모계라 함은 혈통이나 상속이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하는데, 넓게 보자면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힘이 점점 세지면서 모계사회가 되었느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처음 모계사회란 말을 들었을 땐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가 보다 막연히 생각했으나 곧 진실을 알게 되었다
. 정확한 통계수치는 알 수 없지만 볼리비아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우유니, 수크레 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이를 업고 안고 노점 등을 차려 물건을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제 여성이 가정의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 가계 경제도 여자가 관리한단다.  

 


아이를 업고 장사를 시작하려고 노점을 준비하는 여인 <볼리비아, 우유니>


길에서 만난 엄마와 아이 <볼리비아, 우유니>

여성들이 돈을 벌 때 남자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바지런한 여성들에 비해 볼리비아 남성은 다소 무능력한 편인데다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적어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는 많으니, 자연스레 기회(?)가 많아져 속된 말로 여기 저기 씨를 뿌리며 아이를 만든다니 부인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일 게다.

그 결과 볼리비아의 가족형태는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다
. 모계사회긴 하되 아버지도 없이, 아니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기를 낳은 여성들이 육아를 담당하며 힘겹게 생계를 꾸리는 것이다. 가톨릭 국가라 낙태를 금지하기 때문에 아이가 생기면 토끼 새끼마냥 줄줄이 낳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무능력한 남자라도 남편과 함께 사는 여자들을 부러워하며 애절하게 살아간다는 게 이곳 교민의 설명이었다.

 


무료 급식을 먹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볼리비아, 수크레>

우리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쳤던 Jorge는 나름의 중산층이었는데 스스로 마초라 부르며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가 수업 시간에 던졌던 성적 농담도 재미있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결코 편치는 않았다모계사회라고 했을 때 무조건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을 것이라 착각했던 게 부끄럽다. 결국 여성과 남성의 위치는 남녀가 함께 살며 만드는 가운데 결정되는 것이었다. 가족을 내팽개치고 엉뚱한 곳에서 자식이나 만드는 통에 여성이 고생을 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부디 그녀들이 힘을 잃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