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볼리비아 우유니 3] 소금 한 가운데 서다

by 영글음 2011. 6. 15.




째 날 아침, <선인장호텔> 근처에 있던 마을 풍경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증권회사 사원 식당의 영양사를 업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메뉴를 짜고 단가를 맞추며 경영관리를 해야 하는 게 주요업무였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 샘플케이스의 인테리어를 맞춰 놓기도 했지요. 어느 겨울엔가 눈이 오는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진열장 바닥에 굵은 소금을 잔뜩 깔고 그 위에 초가집이며 눈사람 등의 인형을 놓아둔 적이 있었습니다.  

 

이듬해 봄, 다시 계절에 맞는 분위기로 바꾸려고 샘플케이스를 열고 인형을 치웠는데 바닥에 깔린 소금이 딱딱하게 굳어서 한 덩이가 되어 있지 뭐에요! 손으로 쓸어 담으려 해도 잘 되지 않았지요. 소금은 겨울 내내 조명을 받으며 자기들끼리 단결 화합하여 굳어버리자고 맹세를 했나 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빛을 받아 굳은 소금을 저는 우유니 투어 마지막 날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소금 사막 혹은 소금 호수라고 불립니다. 건기 때는 물기가 없어서 소금 사막이 되고, 우기 때는 사막 위로 10~20cm 가량 비가 차서 호수가 됩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소금 호수와 사막이 한데 어우러진 상황이었답니다. 그 덕에 물기가 남아 있는 곳이면 수면 아래로 세상을 똑같이 비춰내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었지요.




호수 바닥 전체가 모두 소금입니다
. 그런데 이 소금은 찐 계란을 찍어먹는 그런 소금이 아닙니다. 아주 오랫동안 햇볕을 받으며 딱딱한 바닥을 만들어버린 소금이었습니다. 옛날 샘플케이스의 소금처럼 말이지요. 바닥 아래로 약 1m가 소금 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소금과 지층이 켜켜이 시루떡처럼 쌓여 있답니다.  

 







동쪽을 보아도 서쪽을 보아도
, 사방을 둘러보아도 소금, 소금, 소금입니다. 지평선이 아니라 소금평선이라 해야 할 판국입니다. 어디를 보나 하얗게 깔린 소금 한 가운데 서니 마치 눈밭에 선 기분이 듭니다. 기온은 25, 쾌적한 날씨였지만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유쾌한 이스라엘 친구들이 장난스런 사진을 찍는 덕에 모두들 한참을 웃었습니다.



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소금 사막에 있는 소금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인가를 받은 회사만 채취할 수 있다고 해요. 마침 어떤 이가 소금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땅을 파듯 삽으로 소금 바닥을 파 올려 트럭에 실어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작년, 우리나라가 우유니 리튬 개발에 기수협력과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금 호수에서 염분을 뽑아내면 탄산 리튬 등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나라 볼리비아와 사업권을 따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호할만한 일이긴 하지만, 자연 경관과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우려의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발전의 미명 아래 망가지는 자연을 많이 보아온 탓이겠지요. 

 

이제 투어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소금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떠 있는(?) , <페스카도>랍니다. 섬은 온통 선인장으로 덮여 있습니다.





사람 키보다도 더 큰 선인장이 우뚝 솟아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섬을 지키는 군사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을 공격하는 자들에게 자신들의 따가운 가시를 뽑아 던져버리겠다며 안보정신으로 무장한 선인장들! 이것은 소금 사막 투어의 또 다른 묘미였답니다.  

 





 

꿈 속 같았던 우유니 투어는 낮 3시쯤 우유니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끝이 났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동안 정 들었던 친구들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볼리비아 두 번째 도시 수크레로 갑니다. 숙박료를 아끼기 위해 일부러 밤 버스를 끊었는데, 우유니에서 11시간 걸리는 곳이랍니다.

 

수크레로 향하는 버스 안, 칠레 버스와는 비교가 안되게 뒤떨어집니다. 화장실도 없거니와 의자는 무척 비좁아 다리가 긴 남자들은 편히 앉아 갈 수가 없습니다. 통로도 좁은데 그나마 서 가는 사람들도 있어 버스 안인지, 도떼기시장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출발하자마자 모든 불이 다 꺼졌다는 사실인데, 창 옆으로 펼쳐진 자연은 가로등 따위를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고 도란 도란 들리는 스페인어. 식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별과 달빛에 비친 옆 사람의 뿌연 실루엣 정도입니다. 대신, 볼리비아의 하늘에는 별 통이 쏟아져 내려고 있었습니다. 은하수는 물론, 갤럭시 성운과 안드로메다의 성운도 두 눈으로 또렷이 보입니다. 인공의 불이 없으니 대자연이 알아서 빛을 선사합니다. 

 

통로에 서 있던 누군가의 실수로 짐칸에 있던 콜라 페트병 하나가 우리 자리로 떨어지면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정말이지, 다리 위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답니다. 그 난리 굿 속에서 화장지를 찾기란 서울에서 왕서방 찾기였지요. -_- 불빛이 있었다면 콜라도 검은 빛깔이었겠지요? 하지만 칠흑 속에서 그것은 색을 상실한 채 달디 단 냄새를 풍기며 우리를 공격한 괴물액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벌건 대낮에도 강도가 활개를 친다는 이 나라를 제대로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콜라 괴물을 시작으로요! ■ 

째 날 저녁, 숙소에서 보았던 해 지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