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살던 동네에는 커피숍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은 <티티카카>. 6, 7년 전 즈음에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10년 이상 동네를 지킨 셈이지요. 그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지칠 때면 늘 티티카카를 지나 석촌호수를 찾아 머리를 식히곤 했습니다. 고3 어느 날엔 친구들과 캔맥주를 하나 사 들고 티티카카에 들어가 사이다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탈선은 해보고 싶은데 간이 콩알만했던 우리는 맥주와 사이다 모두를 냅킨으로 감싼 뒤 두 개를 번갈아 마셨답니다. 알코올 때문이라기 보다는 술을 마셨다는 기쁨(?)에 취해 승리의 브이를 그렸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땐 석촌호수가 주요 연애장소였던 탓에 티티카카 커피숍 앞을 자주 지나다녔답니다. 우리는 커피숍이 있는 길을 ‘티티카카 길’이라 명명했습니다. 대단하진 않지만 소소한 추억이 서려 있는 티티카카 커피숍이 남미 볼리비아에서 호수가 되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호수는 에메랄드 빛 물에 햇살이 한 줌 섞여 푸른 눈부심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어도 환상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이럴 때에는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무척 초라해집니다.
볼리비아와 페루 두 나라가 감싸고 있는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00미터 높이에 있는 호수로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물 한 가운데 떠 있자면 이곳이 호수인지, 바다인지 분간할 길이 없습니다. 그저 짠 내음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다는 아니겠거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호수이건만 볼리비아와 페루의 티티카카는 좀 다른 모양새입니다. 볼리비아 쪽은 물이 깊고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였던 반면, 페루 쪽은 수심이 2-3m 밖에 되지 않아 물색이 탁하며 갈대, 풀 등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페루 이야기는 훗날 다시 하겠습니다.
마당에 앉아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입니다.
전 잉카시대의 성지를 보기 위해 가는 중입니다.
위 사진은 남아 있는 유적지입니다. 성지라고는 해도 몇 조각 돌무지로 남아 있는 게 전부입니다.
이것은 전 잉카시대에 제물로 바쳐졌던 여인들이 죽기전에 생활했던 곳이랍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티티카카 자연 한쪽에서 아이들은 “포토 포토”를 외치며 사진 찍어줄 테니 돈을 달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저 팁을 주고 사진을 찍는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큰 벽이 느껴집니다. 과거 한 때 화려했던 잉카 유적은 정복자들에 의해 처참히 파괴되고 잉카 신화는 도매금으로 팔려 후손들은 싸구려 기념품 혹은 사진 팁으로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는 여행객을 태우고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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