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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8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급성 장염에 걸리다, 원인은......?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사건, 사고로 긴장하게 되지요. 특히 중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길거리에 가방만 내려 놓아도 들고 간다더라, 택시강도가 많다더라 하는 식의 무서운 말들을 많이 들었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중남미건 유럽이건 미국이건 여행객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볼리비아에서 경험한 ‘산타 바바라 병원 투어’ 사건은 조금 다른 일이었답니다. 우유니에서 수크레에 도착한 첫날, 가난한 여행객이었던 우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맨 먼저 한 일은 스페인 어학원을 찾은 일이지요. 이곳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단기간 코스가 있거든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 속의 기운이 내 육.. 2011. 6. 29.
[볼리비아 우유니 3] 소금 한 가운데 서다 셋째 날 아침, 근처에 있던 마을 풍경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증권회사 사원 식당의 영양사를 업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메뉴를 짜고 단가를 맞추며 경영관리를 해야 하는 게 주요업무였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단 샘플케이스의 인테리어를 맞춰 놓기도 했지요. 어느 겨울엔가 눈이 오는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진열장 바닥에 굵은 소금을 잔뜩 깔고 그 위에 초가집이며 눈사람 등의 인형을 놓아둔 적이 있었습니다. 이듬해 봄, 다시 계절에 맞는 분위기로 바꾸려고 샘플케이스를 열고 인형을 치웠는데 바닥에 깔린 소금이 딱딱하게 굳어서 한 덩이가 되어 있지 뭐에요! 손으로 쓸어 담으려 해도 잘 되지 않았지요. 소금은 겨울 내내 조명을 받으며 자기들끼리 단결 화합하여 굳어버리자고 맹세를 했나 봅니다. 오랜 시간 동안.. 2011. 6. 15.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하마터면 잊을 뻔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저 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옛 조상들이 살아 온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년 .. 2011. 6. 11.
[볼리비아 우유니 2] 최고의 명도, 최고의 채도 첫째 날엔 그렇게 시끌시끌했던 차 안이 둘째 날이 되자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4,500m 고도의 숙소에서 모두들 고산병으로 밤잠을 설친 탓이지요. 도착할 때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밤이 되어 자리에 눕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하면서 열이 올랐습니다. 아침에 스위스 친구 벨로디아가 준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온 터였습니다. 하지만, 몇 발짝 움직이기 힘들었던 발걸음이 투어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졌답니다. ^^ 둘째 날은 볼리비아의 사막을 제대로 만끽하는 날이었습니다. 칠레 사막이 다소 척박한 느낌이라면 볼리비아 사막은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자연과 어우러진 야마, 비꾸냐, 플라밍고들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동물들은 자.. 2011. 6. 10.
[볼리비아 우유니 1] 황홀한 신세계로! 약 20여일 간의 칠레 여행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그리고 우유니 사막 투어를 시작으로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나라, 볼리비아가 다가왔답니다. 걸어서 국경을 건넜습니다. 퍽 새로운 경험이었지요.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거치지 않고도 이쪽 나라에서 저 쪽 나라로 걸어갈 수 있다니!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북한을 통하지 않고는 두 다리로 다른 나라를 갈 수 없는데 말입니다. 칠레와 볼리비아 간 국가 경계선엔 분필로 그린 금 따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층 짜리 아담한 두 나라의 출입국 사무소가 조금 떨어져서 서 있을 뿐입니다. 칠레 북부 산페드로에서 시작해 볼리비아 우유니에 도착하는 우유니 투어는 한 지프차에 6명이 함께 타고 2박 3일 동안 볼리비아 북부 지방의 소금사막을 포함한 대 자연을 제대로.. 2011. 6. 8.
네루다가 사랑한 바다 [이슬라 네그라] 파블로 네루다. 중남미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그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우와 좌를 가리지 않고 칠레 국민 시인으로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으니까요.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시인 중 한 명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시인은 헌신적인 공산주의자였는데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고 난 후 1973년 아옌데가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정복당해 생을 마감한 지 12일 만에 외로운 최후를 맞이했답니다. 칠레에는 네루다의 집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산티아고, 발파라이소 같은 큰 도시에도 있는데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집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곳이 바로 [이슬라 네그라]랍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골목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바닥은 온통 흙길입니다. 발파라이소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얼마 되지 않.. 2011. 6. 7.
색이 말을 거는 도시, 칠레 발파라이소 신은 부자보다 가난한 자를 사랑하여 천국을 이리로 가져다 놓은 걸까요.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이 담긴 발파라이소는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발을 딛고 서면, 도시 이름 속에 담긴 의미보다 시인 네루다의 표현대로 ‘가난이 폭포수처럼 흐르는 발파라이소’가 더욱 와 닿습니다. 천국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눈에 둘러보니 골짜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마흔 네 개,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배기에 위태롭게 매달린 집들과 좁다란 골목마다 하늘을 이리 저리 가로지르는 전깃줄……. 어느 모로 보나 가난한 산동네의 풍경이건만 그게 그리 비루해 보이지만은 않는 건 그 앞에 푸르게 열린 바다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다채로운 색(色) 덕분이지요. 국제 무역이 늘고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기 전, 그.. 2011. 6. 3.
달이야? 화성이야? 칠레 사막 달의 계곡 칠레를 마감할 무렵 우리는 ‘달의 계곡’에 섰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한 가운데,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목을 바짝 마르게 합니다.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걷고 또 걷는 것뿐……. 태양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빛을 더욱 뽐낼 수 있을까 고심하는 찰나,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생명들은 그 순간 주어진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 안으며 사막에 발을 내딛습니다. 달의 계곡, 누군가 정성 들여 잡아 놓은 계곡의 주름을 보면 이곳이 지구인지, 달인지, 화성인지 혹은 제3의 우주공간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하늘에서 곧 도넛 모양의 우주선이 내려와 지구를 정복할 것 같습니다. 바위틈 속에 얄밉게 버려진 쓰레기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지구를 더럽히고 황폐화시켜 인간.. 2011.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