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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주는 연결되어 있어

by 영글음 2011. 6. 11.

하마터면 잊을 했다. 한번도 멈춤 없이 흐르는 역사의 바다 편엔, 샛강도 있고 개울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좁고 더러워도 그것들 역시 퍽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이 우리 혹은 조상들이 살아 삶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들, 오히려 이용당했던 이들,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를 했던 이들, 그저 흘러가는 이들, 결국은 외로운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대학 총학생회 간부로 우연한 기회에 방북대표로 뽑혀 독일 행에 오른다. 그리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제, 강제수용소, 80 5.18 광주민중항쟁, 87 6 항쟁, 베를린장벽 붕괴, 91 분신정국…… 이런 낱말들만 놓고 보면 책이 사회변혁을 꿈꾸는 학생운동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소설은 좀더 개인적이고 주변적인 것으로 파고든다.

 

바다를 개간하려다 간첩사건에 연루된 주인공의 할아버지, 모범생이었는데 경찰의 폭행으로 망가진 정민(여자친구) 삼촌, 노동자였다가 프락치가 강시우 얼기설기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 뜨개질 되어 간다. 저자는 장의 오래된 누드사진으로 시작되는 뜨개질을 통해 인간은, 나아가 우주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고한다. 세상은 외로운 존재들이 모여 이뤄내는 거대한 집합체라고.

 

여러 사람들의 소소한(그러나 개인에게는 절대 소소하지 않을)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것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밀치는데,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가 없는 까닭에 빠져 읽진 못했다. 그의 다른 저서 [청춘의 문장] 읽었을 나는 작가와 내가 통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그런 감상은 줄어든 하다. 그래도 문장 하나 하나에 서려 있는 작가 김연수의 필체를 듬뿍 느낄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의 평을 달아주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