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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짧은 생각20

화이트밸런스가 다른 내 눈에 얽힌 짦은 생각 나는 양 쪽 눈의 화이트밸런스가 다르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으로 보는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다. 한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사물을 보면 푸른빛이 많이 돈다. 반대로 왼쪽 눈으로 보면 노란빛이 강해진다. 한 눈으로만 보면 잘 못 느끼는데 양 눈을 번갈아 떴다 감았다 하면서 같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러다가 눈을 모두 뜨면 두 눈의 중간 상태로 보인다. 화이트밸런스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빛의 상태에 따라 흰색을 가장 흰색답게 보이게끔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색감을 얻을 때 사용한다. 카메라도 아닌 내 눈에다가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달리 설명할 방법을 못 찾아서 그렇다. 궁금하다. 남들도 다 나처럼 양 눈이 보는 색의 정도가 다를까? 내 눈만 특이한 걸까?.. 2010. 9. 3.
한 여름에 듣는 군밤타령 아카펠라 심드렁한 날입니다. 블로그에 글 하나쯤 올리고 싶은데 서평 블로그다 보니 글 올리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할 판이거든요. 책이란 놈이 맘 먹는다고 뚝딱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가 날씨도 꾸물거려 몽땅 뒷전으로 미루고 싶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늘까지 넘겨야 할 광고 디자인 마무리를 하고 신문사 연락도 끝내고 난뒤, 컴퓨터를 뒤적거리다가 이 음악을 발견했습니다. 10년 전 동호회에서 공연할 때 불렀던 곡이랍니다. 군밤타령을 아카펠라로 부른 것이에요. 원래 인가 하는 그룹이 부른 것인데 전문 가수가 부른 노래는 민요맛을 잘 살려내고 참으로 구성지고 맛깔스러워요. 화음이나 강약 조절도 잘 되었지요. 그런데 제가 올린 노래는 동호회 회원들이 부른 것이라 다소 어설프기도 하답니다. 메인 노래를 불렀던 선배가 .. 2010. 8. 20.
평생 달고 다닐 꼬리표 “애가 애를 낳았네” 얼마 전 동아리 선배가 셋째를 낳았습니다. 94학번 선배인데, 딸만 둘을 뒀다가 결혼 10년 차에 아들을 ‘쑴풍’ 낳았다고 하네요. 오랜만에 갓난쟁이 키우려니 고생 좀 하나봅니다. 대학 때 활동하던 동아리는 209년 겨울 문을 닫았지만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서로 소식을 올리곤 합니다. 다들 옛사람과 추억이 그리운지 글 하나만 올리면 조회가 100을 넘는 건 기본이에요. 오랜만에 선배 언니의 득남 소식에 게시판이 시끌벅적해졌는데 그 중 하나가 저에게 달린 꼬리표랍니다. 얼굴도 무지 예쁘고 하늘하늘하던 선배가 벌써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게 저는 믿기지 않다고 댓글을 남겼더니 한 선배가 그 밑에 글을 답니다. 그 언니보다 제가 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더 신기하다고요. 애가 애를 낳았다는 말과 함께요. 제 나이 이.. 2010. 8. 17.
개그콘서트를 끝낸 개그맨들이 참 부러운 이유 미국에 온 다음에는 통 개그콘서트를 볼 수가 없지만 서울서 그것을 한창 즐겨볼 때 나는 개그맨들의 개그보다 늘 마지막 장면에 시선을 멈추곤 했다. 프로그램을 끝낸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꽃을 던지며 꾸벅 인사하던 모습 말이다. 방송을 만든 이들의 이름이 빠르게 자막으로 처리되어 아래에서 위로 훑고 가는 사이, 환하게 웃던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부러웠다. 나도 공연 한번 해봤으면. 무대에 올랐으면……. 사진출처: 유나공장 [인생의 행복찾기] http://unafac.tistory.com 물론 TV방영 프로그램이다 보니 유명세에 따라 어떤 이는 기분이 째질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이번만큼은 편집되지 않기를 고대하며 심기가 편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그맨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밑바.. 2010. 8. 6.
아이를 앞에 두고 하는 짧은 상념 똥강아지가 나를 부른다. 해맑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른다.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엄마, 엄마, 엄마”하며 연달아 불러 제친다. 대체, 이 아이는 누군데 왜 자꾸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일까? 내 뱃속에 아홉 달 이상 넣고 다녔으니 분명 내 아이가 맞긴 한데, 눈 아래 보조개에 입술이며 귀며 아빠랑 똑같은 걸 보니 내 남편의 아이도 맞긴 한데…… . 가끔 저 조그만 아이가 조그만 입으로 나를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길 때면 한 없이 행복하다가도 내가 정말 엄마인가 싶어 어색함을 느낀다. 그건 딸이 내 딸임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의아해서다. 내 말이 세상의 진리라 여기는 투명한 아이. 사람은 누구나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때론 끼치며 살아가는 게 세상의 이치겠지.. 2010. 7. 31.
망할 놈의 주부건망증, 나만의 대책은? 얼마 전 주부 건망증에 관한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친구와 휴대폰으로 통화 중에 휴대폰을 찾다가 전화를 끊고 마트까지 찾으러 갔다는 사연으로 시작했지요. 모르긴 몰라도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비단 주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단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남성보다 주부들은 해야 할 일의 가짓수가 많아 더 심하게 나타날 테지요. 오늘은 제 건망증을 말해볼까 하는데요, 저도 서른을 넘고 애 하나 낳다 보니 자꾸 깜빡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졌답니다. 외출을 할 때 가스 불을 켜두고 온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은 남들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고스란히 제 앞에 다가오더라고요. 무언가 찾으러 방에 들어갔다가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 2010. 7. 27.
“잘못된 문장은 나약한 정신을 드러내는 것” “잘못된 문장은 나약한 정신을 드러내는 것”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벌써 8년 전 이야기인가 보다. 팀에서 혼자 회사 사보를 만들면서 비문은 없는지,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맞았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머리를 원고에 콕 쑤셔 박고 읽고 또 읽으며 내 나약한 정신을 온 천하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때가 있었다. 사보협회에서 하는 교육에 갔을 때 어느 대기업 사보를 만들던 직원이 했다던 말인데,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1500부밖에 찍어내지 않는 소규모 사보였지만 그래도 사보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자부심을 느끼며 했던 일인지라 교정․교열을 보기 싫을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며 힘을 얻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온갖 비문에, 문.. 2010. 7. 14.
서른 넷 주부,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는 이유 서른네 살. 나는 서른네 살이다.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은 줄도 모르고 두어 달 전에는 남편과 내 나이를 두고 내기를 걸었다. 나는 내가 ‘만으로’ 서른셋이라 했고 남편은 서른넷이라 했다. 이런 젠장, 나이를 계산하는데 계산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겼다. 미국에 온지 1년, 한국과 미국은 나이를 세는 법이 달라 여태껏 내가 ‘삼땡’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거다. 2009년 연말이 결코 연말 같지 않았던 것도 핑계라 해두자. 어쨌건 나는 서른네 살의 주부다. 남들이 서른을 앞에 두고 뭣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 없이 불안해할 때 나는 내 서른이 행복했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순간, 옆에는 비록 가난했지만 평생을 함께 할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랑 전세 갚을 돈으로 6개월 동안 배낭 하.. 201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