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런저런 이야기/짧은 생각

한 여름에 듣는 군밤타령 아카펠라

by 영글음 2010. 8. 20.
심드렁한 날입니다. 블로그에 글 하나쯤 올리고 싶은데 서평 블로그다 보니 글 올리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할 판이거든요. 책이란 놈이 맘 먹는다고 뚝딱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가 날씨도 꾸물거려 몽땅 뒷전으로 미루고 싶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늘까지 넘겨야 할 광고 디자인 마무리를 하고 신문사 연락도 끝내고 난뒤, 컴퓨터를 뒤적거리다가 이 음악을 발견했습니다. 10년 전 동호회에서 공연할 때 불렀던 곡이랍니다. 군밤타령을 아카펠라로 부른 것이에요. 원래  <원더풀>인가 하는 그룹이 부른 것인데 전문 가수가 부른 노래는 민요맛을 잘 살려내고 참으로 구성지고 맛깔스러워요. 화음이나 강약 조절도 잘 되었지요. 

그런데 제가 올린 노래는 동호회 회원들이 부른 것이라 다소 어설프기도 하답니다. 메인 노래를 불렀던 선배가 중간 중간 장난을 치려고 하다가 음정, 박자 놓친 부분도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얼핏 듣다 보면 이것이 민요인지 투쟁가인지 모르게 힘차게 불러제꼈더라고요. ^^   



이 노래를 부른 게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공연연습 한답시고 이 학교, 저 학교 남는 노래패 동아리방을 찾아다니며 참 궁색하게도 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서 더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노래를 듣고 있자니 머리위에서 뜨겁게 열을 내며 빛을 뿜던 무대 위 조명이 어디선가 지금의 저를 비추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묻겠지요. 거기 앉아서 뭐하고 있니? 노래는 이제 안 부르니? 하고요. 다시 입을 모아 노래를 할 수 있는 벗들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럴 날이 올까 모르겠네요.  


한국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지요? 이열치열, 뜨거운 군밤타령 듣고 더운 여름 마무리 잘하시길 빌어요. 지금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없는 파란화면 PC통신 시절, 나우누리 민중가요 동호회 <노래하나 햇볕한줌> 2000년 겨울 페스티발 공연 실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