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문장은 나약한 정신을 드러내는 것”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벌써 8년 전 이야기인가 보다. 팀에서 혼자 회사 사보를 만들면서 비문은 없는지,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맞았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머리를 원고에 콕 쑤셔 박고 읽고 또 읽으며 내 나약한 정신을 온 천하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때가 있었다.
사보협회에서 하는 교육에 갔을 때 어느 대기업 사보를 만들던 직원이 했다던 말인데,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1500부밖에 찍어내지 않는 소규모 사보였지만 그래도 사보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자부심을 느끼며 했던 일인지라 교정․교열을 보기 싫을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며 힘을 얻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온갖 비문에, 문장은 또 왜 그리 늘어졌으며, 논리적 오류가 어찌나 많던지……. 그저 웃었다. 스물여섯, 그땐 어렸고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니까 실수는 오히려 약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인데, 여전히 나는 글을 쓰면 만인 앞에 옷을 홀딱 벗고 서 있는 기분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할까봐서 늘 조바심치며 물러선다. 결국, 남들이 열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제자리에서 이제나 저제나 몸 풀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글 쓰는데 정신적 힘이 되었던 문장이 이제 나를 공격하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나도 변해야 한다. 인정한다. 글의 무게도 조금은 가볍게, 마음가짐도 산뜻하게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외면하는 글을 홀로 쓰며 곰팡이 냄새에 익숙해질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 시대에 세월이 바람 같이 바뀐다 해도, 내가 쓴 혹은 남들이 쓴 잘못된 문장을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다. 아무래도 나이가 든 게 분명하다. 제기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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